“주님께서 주신 자연사랑, 섬김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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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주신 자연사랑, 섬김에서 시작됩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6.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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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교회가 이웃이다 - 섬김으로 완성해가는 지역사회 녹색교회, ‘기쁜교회’

▲ 아름다운 조경 덕분에 기쁜교회는 한 바퀴 둘러본 것만으로도 작은 식물원을 감상한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기쁜교회>

지역사회와 어우러진 교회 내 녹색 생태계
섬김의 마음 담은 어린이집ㆍ지역도서관ㆍ공방

교회에 들어서는 입구, 초여름 햇볕 아래 교회 처마 밑으로 문화강좌를 마친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진홍색 꽃잎을 떨군 철쭉 옆으로는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은 들장미가 피어나기 직전이다.
교회 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건물 안에서 마주치는 작은 대나무 숲. 자세히 보면 같은 식물은 하나도 없다고 느낄 정도로 교회 곳곳에는 세심한 조경의 손길이 미쳐있다. 자연 안에서 사람의 지친 마음과 몸을 쉬어가게 하는 교회, 지역주민이 쉼과 안식을 누리게 돕는 경기도 평택시 기쁜교회(담임:손웅석 목사)를 찾았다. <편집자 주>


▲ 기쁜교회 손웅석 목사는 “성도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도 주님의 모습을 좇아 섬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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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은 마음에 깊게 새겨져
따뜻한 햇살이 조금씩 기울어질 무렵 발길이 닿은 기쁜교회. 이곳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공동 주최한 환경주일연합예배에서 ‘2013 녹색교회’로 선정된 곳이다. 그만큼 교회의 첫 인상에서는 녹색환경 외에도 지역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중요한 요소를 느낄 수 있다.

손웅석 담임목사는 이를 ‘섬김’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성도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 주님의 모습을 좇아 섬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섬김의 중심에 신앙을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교회 내 설립된 환경부서 및 ‘생명의 밥상운동’과 ‘빈그릇 운동’도 그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교회는 유기농 식재료를 통해 교인의 건강을 돕고 성도들은 잔반을 남기지 않는 약속을 통해 환경을 보전하고 있다. 손 목사는 “평소 질병에 노출된 성도의 건강을 돕고 싶어 목회적 관점에서 원인을 찾다보니 먹거리와 관련된 물과 공기 등 환경적 요소와 관련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현실적 제약과 비용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회 주일하루 공동식사 인원은 500여 명. 식재료는 생협과 연계해 교체 가능한 수준에서 유기농ㆍ친환경 재료로 바꿨고 밥도 현미 쌀로 전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식재료 값이 2배에서 3배 뛰는 문제와 식사 전체를 바꾸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성도들의 건강을 생각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이를 “창조질서 아래 교회와 목회자가 책임감을 갖고 성도들의 영적 건강함과 함께 육적인 건강도 보살피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기쁜교회는 △환경주일 성수 △환경교육 △초록가게 운영 △정기적인 지역청소활동 △아나바다 운동 △직거래 장터 △환경소식지 발행 △부락산 편백나무 식목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4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환경교육은 120여 명의 교인이 수료한 바 있다. 또한, 일요일마다 열리는 초록가게에서는 유기농 참기름과 들기름ㆍ혼합곡식ㆍ고사리ㆍ취나물 등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교회 내 형성된 환경부는 현재 평신도 중심으로 환경전담목회자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손 목사는 “성도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남김없는 섬김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교인 섬김에서 시작된 사역은 현재 문화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사회 섬김으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10월에 완공예정인 문화센터는 지역 내 부족한 공연장 및 도서관, 이주민센터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 기쁜어린이집은 원아들의 건강을 위해 식단과 가구에서부터 바닥과 벽면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 요소로 바꿨다. 이곳은 현재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어린이집으로 등록돼 있다.

# 기쁜 어린이집
교회 섬김사역의 뿌리는 어린이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93년 시작된 어린이집은 조립식 교회 건물 32평 중 예배당을 제외한 12평 사택 위에서 시작됐다. 어린이 섬김을 결심하게된 계기는 맞벌이 부부 가정 자녀들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보도를 접한 후부터였다.

어린이집 조복진 원장은 “평택 지역은 도농지역 즉,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녹지지역으로, 교회 내 가꾸고 보존된 자연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인 자녀라고 122명 정원의 어린이집 입학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조 원장은 “어린이집 원아 중 70%는 교회 소속이 아니라 지역주민 원아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웅석 목사는 “동일한 기회 부여에 대해 “어린 시절 교회 문턱을 넘나든 추억은 성인된 후 신앙을 갖는데 귀중한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곳은 어린이 건강을 위해 두레생협과 유기농 농산물 공급협약을 맺고 어린이에게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매주 세 차례 산양유를 제공하는 것도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일이다. 또 어린이 건강을 위해 보육실 책상과 의자를 편백나무로 제작하고 어린이집 벽면은 친환경 황토페인트를 사용했다. 어린이를 위한 친환경 수업활동도 활발하다. 현장학습에서는 텃밭에서 어린이들은 적상추를 비롯해 가지와 고추, 토마토, 호박, 열무 등을 키우고 있다.


▲ 교회 정원은 계절이 변할 때마다 각기 다른 꽃들이 차례로 피고 진다. <사진제공:기쁜교회>

# 교회 속 생태계
여름 우기에 접어들면 교회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든다. 교회 인근에 조성된 맹꽁이 서식지 주위로는 수로가 조성돼 어린이 자연학습장으로 그 활용도가 높다. 제철을 맞은 서직지는 맹꽁이와 청개구리와 다양한 양서류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이날 교회를 곳곳을 소개한 안영재 전도사는 “그래서인지 한 차례 소나기라도 지나간 여름 저녁에는 교회 운동장과 주차장 주위는 맹꽁이 울음소리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목사님 기도실 처마 밑의 참새 둥지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삽살개를 비롯해 토끼와 장닭 세 마리도 만나 볼 수 있다.

교회에는 겨울철 동백꽃을 시작으로 매화와 철쭉, 목련 꽃과 들장미가 계절을 따라 차례로 피고 예배당 밖 곳곳에 좀처럼 쉽게 찾을 수 없는 할미꽃과 방울꽃, 붓꽃, 들꽃 등 다양한 꽃을 사계절 주기별로 만나 볼 수 있다. 촘촘하고 세심하게 구성된 교회 조경은 철마다 꽃이 피고 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인지 성도들은 교회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작은 식물원을 감상하고 나온 느낌을 받는다. 교회 인근에 펼쳐진 배밭과 인삼밭은 과거 푸른 보리가 가득 심겨진 밭이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오디나무도 있다. 안 전도사는 “나무에서 열리는 오디도 각각 당도가 달라 성도들이 자주 찾는 나무가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교회에서는 오목눈이 새의 둥지와 알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안 전도사는 “이맘때면 오목눈이가 수풀 곳곳에 낳은 알과 둥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환경학습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인근에는 약으로 쓰이는 뱀딸기도 쉽게 눈에 띈다.


▲ 1만 8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 중인 기쁜교회 도서관은 평일에도 높은 지역주민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 지역 섬김을 위한 기쁜 도서관
기쁜교회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 기쁜교회 도서관은 교인보다 오히려 지역주민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2004년 11월 교회 어린이도서관으로 개관 한 이후 현재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 수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1083명. 도서관장 최해숙 사모는 “신간 교체 주기가 빨라 지역주민에게 훨씬 인기가 많고 교회, 내 성도에게 모일 기회를 제공해 그 역할과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서회원 중 75%는 지역주민으로 평일 날 교회를 찾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도서 보유량은 1만8천여 권. 공사 중인 교회문화센터가 오는 10월 완공되면 도서관은 자리를 옮겨 100평 크기의 공간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장서는 3만권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곳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비치된 책 10권 중 9권은 일반인을 위한 서적이라는 점.

최해숙 사모는 “모든 것을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 담 낮추기’ 일환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 섬김사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이곳은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도 알려져 참관을 위해 종종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서관은 교회 어린이집과 연계해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자극을 진행하기 위해 월 1회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있다.

▲ 교회 내 공방은 문화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주일학교 어린이부터 축복학교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교인이 이용 가능하다.

# 지역문화 교실 및 교회 공방
교회 한 편에서는 도자기를 굽는 공방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공방 내에는 전기 가마가 있어 초벌ㆍ재벌구이를 통해 완성품을 만든다.

교회공방을 담당하는 유영희 집사는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교인들이 와서 도자기를 만들고 완성품을 집에 가져간다”고 전했다. 취재 당일에도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축복학교 문화교실에서 도자기 공예 시간을 진행해 많은 도자기들이 빚어졌다. 축복학교는 도자기 공예뿐만 아니라 △한지공예 △난타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방입구부터 늘어선 교인들이 빚은 도자기는 주일학교 고사리 손이 빚은 작품에서부터 70ㆍ80대 어르신이 빚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린이 놀이터 근처의 공방을 뒤로하고 교회 내로 발길을 돌리면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교회 내 탁구장은 예배 당일을 제외한 때는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돼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 12명이 한꺼번에 대국할 수 있는 바둑실이 마련돼 있다. 교회를 안내한 안영재 전도사는 “이 모든 시설의 공통점은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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