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선생님’이 너와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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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선생님’이 너와 함께 있으니까”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6.04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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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폭력도 다시 보자, 학교폭력① -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교폭력
▲ 스승의 날 하루 전, 광화문광장에 교사들이 모였다. 이날 교사들은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함께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최근 잇따르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조명되면서 이를 위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오늘의 청소년들이 폭력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려면 학교와 교사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아봤다.

최근 존경받아야 할 스승의 날이지만 반대로 스승들이 모여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기도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실천선언’도 낭독됐다. 기독교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본부(공동대표:김진우, 임종화)가 개최한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2013 스승의 날 교사기도회’였다.

학교폭력. 이 단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누군가에게는 청소년 시절 한 때의 치기어린 장난이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바쁜 와중에 신경써야 할 일 하나 더 생긴 귀찮은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학교폭력은 꼭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누군가에게 학교폭력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절을 빼앗아 가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통은 우리 사회가 알아주지 않는, 이해하지 못한 채 묵살되곤 한다.

지난 2011년 12월 20일, 대구에서 권승민 군(당시 14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부모 모두가 교사인 권 군의 죽음으로 우리는 그제서야 ‘학교폭력’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언론사, 학회 등 각계각층에서 관심이 증가하며 학교폭력을 다루는 토론 및 연구가 활발해졌고, 교육부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세웠다. 한시적이지만 국회에서도 학교폭력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대통령선거에는 후보들마다 학교폭력 근절과 관련된 공약들을 내놓았다.

학교 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었다. 상담교사의 수가 늘어나고 각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교사와 학교장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늘어났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 변화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이전보다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을 뿐,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조금도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는 현실이나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의 수가 더 늘어났다는 통계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인간이 겪는 질병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질병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꼽는다. 그리고 자살 유형 중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투신자살은 삶의 의지가 거의 없는 가장 절망적인 상태일 때 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자살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다 삶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투신자살을 택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이무석 박사(전남의대 명예교수)는 “자살에는 많은 유발인자와 동기가 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거의 모든 사람의 경우는 사랑의 결핍과 거부당한 느낌, 소외감, 무능감을 느낀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자살의 동기는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주려는 의도로 ‘조종’이나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말한다.

즉, 학교폭력이 세상의 어느 폭력보다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인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피해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학교폭력의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가정에서 자녀의 건강한 양육을 믿고 맡기는 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정실 회장은 “피해학생이나 가족이 학교와 교사를 ‘제2의 가해자’로 여기는 것을 ‘교사 탓만 하는 무지한 가족’으로 치부하거나, ‘교사가 동네북이냐’며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이런 시각이 학교폭력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으로 심각한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살하는 학생들은 폭력이 장기화되면 교사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게 되지만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가해학생을 불러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는 피해학생이 교사의 무관심 속에 계속 폭력에 노출되거나, 교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더 끔찍한 보복폭행을 당할 상황으로 빈번하게 이어진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의 학교폭력은 일부 ‘문제아’들만의 행위가 아닌, 전체 피라미드로 위계서열화 된 구조 속에서 학생 모두가 노출돼 극단적 존재의 파괴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를 넘어선 학교체벌 역시 폭력의 한 유형”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학교폭력의 당사자다. 엄격한 의미에서 학교폭력이 벌어진 것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학교, 교사가 나섰을 때 학교폭력 문제가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다. 학교와 교사가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건은 가해학생과 그 부모의 진심어린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처럼 대처하는 학교, 교사가 극히 드물기에 상당수의 학교폭력 사건은 법정으로 옮겨지게 된다.

조 회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교사가 ‘피해자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겠지?’라는 시각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며 “상습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다면 최대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학교, 교사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교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피해학생의 상처를 달래주는 가장 좋은 방법인 동시에 가해자 스스로 학교폭력이 심각한 잘못임을 깨닫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한 아이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순간 학교는 학교폭력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며 가해학생이나 가해학부모 보다 더 큰 책임을 가진, 첫 번째 책임자다.

학교와 선생님이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제자와 그 가족들에게 든든한 기댈 곳이 되어주자. 법이나 제도가 아닌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가득한 학교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심에 섰을 때 학교폭력은 서서히 힘을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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