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은 인생, 어르신 섬김 사역에 모두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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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은 인생, 어르신 섬김 사역에 모두 바치겠습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4.24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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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8개월, 600여 명에게 말씀 전하는 ‘콩나물 전도왕’ 한재섭 목사

▲ 어르신 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한재섭 목사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어르신 선교사역의 시급함에 대해 강조했다.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된 순간 잠잠해진 인생풍파
바람이 불어도 마음에 풍랑이 일지 않음을 경험해

“주님이 제 마음에 찾아오셨을 때는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쩝니까. 봤으니 못 봤다고 할 수 없고, 알아버렸으니 몰랐다고 할 수 없게 됐는데요. 제게 신앙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신앙을 처음 접했을 때의 한재섭 목사의 말이다. 파란만장한 인생. 누구에 비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인생 풍파를 해쳐 나온 그는 기독교에는 세상이 절대 가르쳐 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진정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불변의 그 진리를 한 목사는 신앙에서 발견했다고 말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그 사역을 우리나라를 이끌어왔던 은퇴한 어르신을 상대로 펼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어르신 600여 명을 섬기는 ‘콩나물 전도왕’의 저자 ‘천국의 동산’ 한재섭 목사가 걸어온 여정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 12대 독자의 파란만장 인생기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 겪어 본 일도 드물고요. 세상을 살면서 할 수밖에 없는 일. 겪지 말아야 할 경험도 하게 되더군요. 그런 제게도 주님께서는 기쁨으로 찾아오셨습니다.” 한재섭 목사는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바닷가 마을에서 12대 독자로 태어났다. 손이 귀했던 집. 그래서인지 한 목사는 자신의 인생이 남들보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모두 귀하게만 여기다 보니 버릇없이 자랐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 독이 되었죠. 거칠 것 없었던 사업도, 때론 술에 취해있던 그 모든 시기도, 변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부족했던 시절 다른 모든 것은 풍부했지만 주님만은 제안에 계시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1년 365일 하루도 술을 거르지 않고 마시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발을 들인 조경 사업. 거친 사업 환경에 녹아들 수밖에 없던 시절. 주머니는 두둑해져 갔지만 반대로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만큼 텅텅 비기 시작했다.

“그 당시 조경 사업은 거칠지 않으면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아야 했죠. 그러다 보니 정말 후회되는 일도 많이 겪었죠. 창피한 고백이지만 젊은 시절의 한 단면입니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고백하는 한 목사는 거칠었던 삶, 객지 생활을 할 때 살았던 세상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생활이었다고 고백했다. 집안에 하나밖에 없던 소를 팔아버리던 일, 장자 가문으로 문중 선산을 방탕한 시기에 날려 보냈던 기억.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며 그는 철저히 추악하고 악한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것, 가볼 수 있는 곳, 살 수 있는 것은 다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도 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팠던 시절입니다. 그런 제게도 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2004년 처음 기도원에서 주님을 만났을 때 한재섭 목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두 볼을 타고 눈에서 끝없이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너무나 기쁘면서도 죄송하고 미안한 감정. 자신을 위해 함께 했던 가족, 좋은 경험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사람에 대한 기억, 그리고 주님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된 순간 저는 처음으로 인간으로서 진정한 창피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더군요.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날까 겁도 났고 이를 거부하려 했지만 주님께서 찾아온 빛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며 걸어온 인생길. 때론 부모조차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지 못했던 인생. 누구도 믿고 의지할 수 없던 시간, 자신을 찾아온 주님은 인생을 통째로 바꿔놨다고 고백했다. 처음 그 사랑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던 것도, 거부하려던 몸부림도 주님의 사랑 앞에서는 그대로 꺾여버렸다고 고백했다.

“세상에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저를 위해 주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된 순간, 믿게 된 순간, 이제까지의 인생은 거기서 멈춰버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주님께서 왜 저를 위해 돌아가셨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러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게 세상에서의 상식이죠.”

한 목사가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된 순간 인생의 풍파, 마음의 풍파는 그대로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인생에 바람이 불어도 마음에 풍랑이 일지 않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목사는 사명을 받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 한재섭 목사는 매주 찾아오는 어르신의 손을 붙잡고 인사를 나누는 데는 그분들을 향한 복음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 섬김 사역을 향한 갈증
이후 한재섭 목사는 서울고려신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삶이 바뀌었다. 동시에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매일 밤 12시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 그 첫 시간을 주님께 드리기 위해서다. 말씀을 전하기 전이나 전도하기 전 그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마가복음 1장 35절 주님께서 새벽 미명에 기도드리고 전도하시러 가신 것처럼 하루의 첫 시간을 기도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도가 회복되면 성령이 충만해지고 강하고 담대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1년에 집회만 50회에서 60회. 매주 목요일 서울 서대문 바위샘교회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두 차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주 전도대상이 어르신인 셈이다. 그가 나이 많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한 데는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다.

“예수님 믿으면 이 땅에서 거지 나사로처럼 살아도 나중에 천국이라도 갈 텐데, 많은 분이 나이가 드셔도 주님을 모른 체 살아갑니다. 이 땅에서도 생지옥처럼 살고 주님을 몰라 죽어서도 지옥가면 얼마나 불공평합니까. 최소한 이 땅에선 빌어먹으면서 살아도 죽어서라도 천국 간다는 소망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한 목사가 안타까운 것은 이 땅의 주역으로 나라를 세운 어르신들이 이제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며 자녀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는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젊은 시절 부모님께 잘 대해드리지 못했던 기억과 신앙을 더 빨리 알려드리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도 포함돼 있다. 매주 목요일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손을 붙들고 인사를 나누고 복음을 전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달랠 수 없는 갈증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돌아가시기 전 말씀을 전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이 마땅히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한 목사는 어르신 목회사역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난주에 손을 붙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분이 한 주가 지난 뒤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는 것이라며, 그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섬김 사역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효(孝)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콩나물을 한가득 전하며 전도해 주위로부턴 콩나물 전도왕이라고 불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콩나물을 전하며 전도하는 방법, 정감 어린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고 신앙을 전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기른 콩나물을 전해드리면서 말씀을 전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전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전할 때는 꼭 콩나물을 전해드립니다.” 최근에는 섬김 사역과 지난 생활에서 받은 은혜를 돌이켜보는 ‘콩나물 전도왕’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부흥회와 책원고료 수입 모두 어르신 섬김을 위해 사용한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자신에게 남은 사역은 단 하나라 강조한다.

남은 삶은 어르신 1천여 명을 섬김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 ‘천국의 동산’을 설립하는 일이다.

“다니다 보면 죽지 못해 사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그런 삶이 요즘은 너무 많아요. 우리나라를 일궈놓은 분들, 그리고 이제는 버려진 분들을 섬길 수 있는 사역을 꿈꾸고 있습니다.” 고아를 섬김 조지 밀러 목회자를 보며 시대가 바뀐 지금 버려진 어르신을 섬길 것을 소망하는 그는 섬김 센터에 학생들 효(孝) 실습코스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 봉사코스 수학여행도 가능하도록 지역에 야생화단지, 식물원, 인공폭포 등을 조성해 참여한 학생들이 어르신께 봉사도 하고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곳을 조성하려 합니다. 세상에서 해야 하는 일을 그리스도인들이 한다면 분명히 세상은 더 맑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 서울 서대문 바위샘교회에서 매주 목요일 어르신을 대상으로 두 차례 예배를 드리는 한재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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