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를 몰아낸 자리에 ‘왕권적 이슬람’이 권력의 또아리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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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를 몰아낸 자리에 ‘왕권적 이슬람’이 권력의 또아리 틀어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4.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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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민혁명 2주년, 아랍 국가들은 언제쯤 봄을 맞이 할까

▲ 종교문화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오륜교회에서 아랍의 민중봉기 2주년을 맞아 ‘아랍의 봄, 봄인가 겨울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중동의 현지상황을 각 국가별로 나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 국가들의 민중봉기, 그리고 독재정권의 붕괴.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들에게는 햇살 가득한 봄이 찾아왔을까. 종교문화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오륜교회에서 아랍의 민중봉기 2주년을 맞아 ‘아랍의 봄, 봄인가 겨울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중동의 현지상황을 각 국가별로 나눠 설명했다. 얼마 전 한 언론은 부활절을 맞아 예배드리는 시리아 교회의 모습을 비췄다.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포격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용한 가운데 예배를 드리는 그들의 모습은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 아랍인들에게 신앙의 자유, 민주화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편집자 주>

인권 모범국가였던 ‘이란’
주전 5세기경, 이란의 옛 나라 페르시아의 고레스왕은 점령자들의 횡포가 자연스러웠던 땅에 21세기에 내놔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인권선언문’을 발표했었다. 그의 선언문에 의해서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즉 각자 자신의 민족들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풍습, 전통과 종교활동을 보장받는 자유를 그 당시에는 누릴 수 있었다. 이슬람 혁명이 지난지 34년이 된 이란의 지금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다.

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에 따르면 이슬람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주주의 체제’를 철저한 원칙으로 고수한다. 다시 말해 알라를 신으로 모시는 군주제인 것이다. 이슬람의 법은 꾸란과 샤리아이며, 이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았다든가 혹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다는 자료를 수집해 하디스라고 불러 율법의 기초를 삼고 있으며, 이는 이슬람이 존재하는한 절대로 불변하는 기준이다.

이 목사는 “혹자는 수십 년 동안 장기독재를 하던 독재자를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몰아낸 것이 민주화가 아니라면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독재자를 몰아낸다고 자동적으로 민주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스민 혁명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이슬람권에서 가난과 배고픔이 싫고 장기독재와 부정부패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국민들이 반발해 일어난 것이지, 이슬람이라는 종교 혹은 그 체제가 싫어서 봉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그 상황만을 불평할 뿐 이슬람에 대한 반감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 세상을 이슬람의 깃발 아래 정복시키고 이슬람의 율법 샤리아로 다스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팔레비 왕조가 이란을 다스릴 때 이란은 세계적인 강대국 반열에 있었다. 그때는 어떤 나라도 이란 사람들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1979년, 약 2500년 이상 지속되어왔던 군주체제는 혁명으로 뒤집히고, 팔레비 왕조는 물러났다. 그리고 이란은 이슬람공화국이 됐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대한 국가가 통째로 원리주의 무슬림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호메이니’라는 이가 이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린 것. 그 뒤에는 “팔레비 왕조는 부패했고, 알라가 준 석유를 판 돈을 자기 부귀영화를 위해 사용한다.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석유를 판 돈으로 세금을 쓰고, 남은 돈은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감언이설이 숨어있었다. 이어 대통령이 되었던 반니사르드는 호메이니와 뜻을 같이하지 않아 탄핵됐고, 후임 모함마드 알리 라자이는 폭발물 테러로 사망했다. 자신의 뜻과 함께하지 않으면 모두 제거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세이예드 알리 허메네이는 이슬람 성직자 대통령으로 호메이니와 같은 생각으로 통치에 나서 호메이니가 사망한 1989년 후 지금까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호메이니는 죽기 전 모든 법의 제한을 초월하는 ‘최고지도자’ 법을 만들어 정권을 더욱 굳건히 만들었다.

극심한 통제를 받고 있는 이란에서 이란 국민들만 신기할 정도로 조용한 이유는, 완벽한 통제 시스템 덕이다.

이란은 ‘첫째, 통신 시스템이 통제를 받고 있어 언제든 도청할 수도 있고, 데이터망을 멈출 수도 있다. 둘째, 단체 이동의 자유가 없다. 셋째, 이란 사람들의 주식은 빵인데, 이 빵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와 보리가루를 매일 정부가 공급한다. 넷째, 민중봉기를 일으킬만한 중심세력이나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생활경제가 너무 악화돼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이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여섯째, 봉기가 실패할 경우 받는 징계가 너무 끔찍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곱째, 현 대통령 임기 중 국민 한 사람당 생계지원금을 지금하기로 했는데, 지원이 끊기면 생활이 어렵다. 여덟째, 자원 민병대의 활동으로 이슬람 율법을 범했다고 신고하면 즉각 경찰이 출동해 체포되고 처벌받는다. 아홉째, 매스컴을 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열째, 종교와 정치를 서로 나눌 수 없는 신정통치 국가 체제이기 때문에 현 정권을 거역하는 것은 곧 이슬람을 거역하는 것이요 알라를 거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통념적으로 인식돼 있다’등의 이유로 다른 아랍국가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의 정치적 활동’을 주제로 발제한 백석대 장훈태 교수는 “최근 아랍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주화 운동에 의한 무슬림 형제단의 활동은 중동지역의 기독교 선교에 막강한 영향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아랍지역에서 민주화 시위는 이슬람 1400년 만에 처음 발생한 것으로 매우 큰 충격일 뿐 아니라 변화가 불가피함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바라크 물러난 후 이집트
그는 또 “무슬림 학자들이 이슬람 문명과 학문적 발전을 도모하였음에도 오늘날 여성의 인권, 한 개인에 대한 명예는 존중받고 있지 않다”며 “이슬람의 문명 발전에 대한 찬사와 업적을 논의하고 있음에도 중동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무바라크가 물러난 후 이집트를 장악한 무슬림 형제단. 이들의 정신적 이념은 이슬람 원리주의다. 초기 이슬람의 전통과 순수성을 강조하는 정화운동에서 시작한 이슬람 원리주의는 이슬람을 신봉하지만 세속주의적이었던 그룹과 이슬람 원리주의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로 나뉜 상황에서 호소력을 가지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 조직은 80년 이상 반복된 정치적 탄압과 내부 분쟁에도 불구하고, 아랍국가에서 정신적, 정치적, 영향을 끼치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슬람의 근본 원리와 율법을 토대로 하는 정교일치의 국가체제를 수립하고, 정통적인 이슬람의 생활규범을 복원하자’는 이념을 가지고 구체화해 사회조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슬람 형제단. 이들은 정치적 활동 등을 통해 이슬람 행동주의를 위한 정당조직 창설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슬람 정부 구성이 이들의 목표인 것이다.

장 교수는 “무바라크 시절 엄청나게 탄압을 받았던 무슬림 형제단이 이집트를 집권하게 된 것은 그만큼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테러에 의존하는 폭력적 행동들로 아랍세계에서는 물론 이집트에서조차 인기를 잃고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표를 얻은 것은 그들의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의 정직성과 능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을 정치화하려고 하는 동시에 국민국가를 거부,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고 한다. 국제화시대는 다원화의 시대. 중동의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슬림 형제단은 종교, 문화에서 다원화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다.

장훈태 교수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한대로 이 집단은 그야말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작년 만들어진 이집트의 새 헌법도 종교적 색채가 짙고, 샤리아의 강한 영향으로 실업률은 상승하고, 외화 보유율 또한 감소할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려면 이집트 내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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