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안학교, 인가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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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학교, 인가 받아야 할까?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4.02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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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학교 리더를 만나다 <상>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기영 지구촌교장, 정승관 전 풀무학교 교장, 정기원 밀알두레학교 교장,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유영업 샘물학교 교장.

한국 교회의 역사는 기독교학교의 설립으로 시작된다. 1885년 한국 땅에 온 선교사 언더우드 아페젤러가 기독교 학교를 세우면서 복음 전파가 이뤄졌다. 한국 교회 초기 선교사들은 물론 토착 교인들도 학교를 세워 기독교 교육을 실천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독교 학교는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독교 교육의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학교를 세우고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일이 목회 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학교가 운영되고 교육되기 때문에 공교육이 무기력한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다음세대를 교육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기독교 학교를 세우고 하나님 나라의 일꾼을 양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학교의 설립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위해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가 9개 기독교 학교의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지혜를 묶어냈다. <편집자 주>


기독교 학교 설립부터 운영까지 모든 해답 제시
기독교 교육은 “영이 살아있는 교육”


기독교 학교를 설립하려고 하는 사람이나 기독교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알고 싶은 부모들은 기독교 학교의 법적 인가 문제, 재정운영 문제, 운영과 시설, 교사, 교육환경, 학교 운영의 실제 등 궁금한 것이 있어도 어디에 자문을 구해야 할지,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상진 소장은 “기독교 학교가 많이 설립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또한 질적 향상 없이 기독교 학교가 늘어나는 것도 무의미하다"며 “건강하고 진정한 기독교 학교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이론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살아 있는 원리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기독교학교 리더를 만나다'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책에 참여한 정승관 교장(전 풀무학교), 신기영 교장(지구촌고), 정기원 교장(밀알두레학교), 유영업 교장(샘물학교)과 박상진 소장이 한 자리에 모여 법적 인가, 재정, 리더십, 교사에 대한 솔직한 소견을 말하는 자리를 지난달 28일 장신대 주기철기념관에서 가졌다.

박상진 소장(이하 박): 5년마다 대안학교 실태조사를 한다. 현재 131개 대안학교 중 80%가 미인가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의 법적 인가가 궁금하다.

정기원 교장(이하 밀알): 우리 학교는 교회 설립 대안학교로 미인가 학교다. 학교 운영 중에 인가의 필요성을 느껴 인가를 받으려고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학교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교회 부속으로 생긴 대안학교는 목회자가 바뀌면 교육이념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때문에 흔들림 없는 교육에 대한 방법으로 ‘인가’가 답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육에 있어 대입과 같은 교육청, 정부의 강제제도가 발휘되는 점 등 악영향도 있어 많은 고민을 하게된다.

유영업 교장(이하 샘물): 그리스도인들이 기본적으로 국가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과 마찰을 빚게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만드는 기독교 교육을 실현하는 데 있어 대안학교로 가는 것이 옳은 일이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지만 국가가 기독교 교육의 정체성을 변질시키는 경우가 많아 인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다.

신기영 교장(이하 지구촌): 대안학교 설립 허가는 시도 교육감의 권한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를 관할하는 시도 교육청이 대안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다.

지구촌학교는 특성화 학교로 인가받았다. 인가에 대한 국가의 기준이 높아 어려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인가학교와 대안학교의 대입정책이 점점 바뀌고 있다. 비인가 대안고등학교도 어쩔 수 없이 입시 위주로 가고 있는 현상을 볼 때, 대안학교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승관 교장(이하 풀무): 인가, 비인가를 떠나 학교는 학교다. 늘 국가의 제정적 뒷받침에 고민이 되곤 하지만 기독교 정신이 훼손되면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공교육 속의 기독교 정신을 이어가도록 대안학교 및 사립학교의 설립정신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지구촌: 자율적 행정의 요구가 되는 가정하에 인가를 받아야 한다. 자율학교, 무학년 제도 등 심의 후 통과해야 한다. 또한 인가를 받아도 인건비를 지원받으면 소명의식과 사명감이 훼손된다. 후원자의 후원금, 헌금을 받으며 교사 공동체가 일할 때 기독교 정신이 발휘된다.

박: 국고 지원금을 받지 않을수록 더 자율적으로 교육정책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미인가로 시작해도 설립비용, 운용비용 등 재정적 문제로 인가받는 사례가 많다.

풀무: 풀무학교는 학교 교육의 성격을 위해 본 체제를 유지하는 조건 아래 인가받았다. 풀무학교는 정부지원금을 아주 투명하게 사용함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교사의 임금이 아닌 학교의 운영 취지에 맞게 쓰고 있다. 이로써 학부모의 재정부담(등록금)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구촌: 우리 학교는 한국재외동포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고 이들을 섬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운영되고 있다. 탈북자, 외국인근로자 자녀, 선교사 자녀들, 조선족, 고려인 등 실제로 공납금을 내는 아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헌신으로 섬겼던 교사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경제력이 요구되고 이에 학교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국고의 보조 없이 운영하다 보니 공과금조차 내기 힘들때가 있다. 후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기독교 학교의 법적 인가 문제는 학교의 철학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앞서 현재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교육자들의 이야기처럼 인가를 받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 두 가지 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독교 학교가 지향해야 할 것은 학교교육 수준이 일반 학교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독교 교육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기독교 교육을 실시하는 데 현재의 법과 제도가 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면 미인가로서 학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적인 학교운영과 신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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