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6도 혹한을 녹인 '연탄 210만 장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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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6도 혹한을 녹인 '연탄 210만 장의 기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2.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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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전국 33개 지역에 세워진 연탄은행이 이번 겨울 총 210만장의 연탄을 8천여 가구에 나누었다. 사진=서울연탄은행 제공
유난히 추웠던 겨울. 이웃의 나눔이 없다면 버티기 어려울 혹한이 이어졌다. 한 달 난방비만 20~30만 원이 훌쩍 넘어섰다. 결국 가난한 이웃들은 난방을 포기한 채 겨울을 나야했다.

이처럼 추운 겨울, 에너지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이웃의 방을 따뜻이 덥혀 준 나눔의 현장이 있다. 바로 ‘연탄은행’(대표:허기복 목사).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눈과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하루도 쉬지 않았던 연탄나눔은 한 마디로 기적이었다.

지난달 30일 2012년 사역을 결산한 연탄은행은 지난 1년 총 210만 장의 연탄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연탄 한 장당 500원 씩, 총 10억 원이 넘는 후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들의 나눔은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전국 8천823세대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방을 따뜻이 만드는 에너지를 넘어 삶의 에너지가 된 것이다. 까만 연탄을 나른 봉사자만 1만1천840명. 이들의 도움이 없이는 연탄은행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연탄은행 신미애 사무국장은 “기업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 연탄배달 봉사에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봉사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나눔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지난 1월 영하 16도의 추운 날씨에도 이어진 자원봉사를 회상했다. 실무자들조차 집을 나서기 싫었던 혹한의 날씨였다. 180명의 봉사자들이 참여를 약속한 날. 몇몇 공동체는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 국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180명 봉사자 전원이 참석했고, 불평 한 마디 없이 웃으며 연탄을 날랐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연탄배달을 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구석진 마을까지 봉사자들을 열일을 마다않고 와주십니다. 그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곤 합니다. 작은 섬김이 있어 연탄은행도 희망을 봅니다.”

기업의 참여가 많은 편이지만 전체 비율 중 교회의 참여도 20%를 넘는다. 지난 겨울 소망교회, 온누리교회, 분당우리교회 등에서 후원과 봉사에 참여했다. 이 달에는 주로 작은 교회가 나눔에 힘을 보탠다.

신 국장은 “작년에 비해 후원 목표를 100% 달성하지 못했지만 경기가 어려운 중에도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다”며 “교회와 성도들의 꾸준한 후원과 봉사가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연탄은행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겠다’며 강원도 원주의 한 시골교회로 향한 허기복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지난 2002년 250원 짜리 연탄 한 장을 살 돈이 없어 차가운 방에서 지내는 할머니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연탄은행은 전국으로 확산돼 33호점까지 세워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키르기스스탄에도 연탄은행이 세워졌다. 현지 고려인과 어려운 이웃, 장애인 가구 포함 300가구에 연탄을 지원했다.

연탄은행은 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으로도 확장됐다. 연탄은행 1호점에 세워졌던 원주에는 독거노인과 노숙인을 후원하는 ‘만원행복감동센터’가 오는 3월 세워진다.

“연탄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가는 나눔”을 주장하는 허기복 목사. 그의 섬김을 통해 알게 모르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웃들이 생겨나는 것이 연탄은행의 보람이기도 하다.

추위가 완전히 사라지는 3월이 되어야만 사역을 마무리하는 연탄은행. 후원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나누고 쓰면 그 뿐이라며, 후원자와 수혜자를 잇는 다리역할이 자신들의 몫이라는 나눔철학이 10년의 사역을 가능케 했다. 10년 간 이어진 2500만 장의 까만사랑. 혹한의 추위도 이길 수 있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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