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대담] 교회여, 민족의 역사 책임지는 ‘시대의 파수꾼’으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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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대담] 교회여, 민족의 역사 책임지는 ‘시대의 파수꾼’으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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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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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목회자협회의 대표회장·강남교회 전병금 목사

떨어진 한국 교회의 신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교계 안에서는 공공성 회복과 목회자 윤리강화 등의 목소리를 내며 내부 자정에 힘을 기울였다. 그 중심에서 ‘목회자 윤리위원회’ 신설과 ‘윤리선언’ 채택까지 이끌어 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목사가 먼저 ‘모범’이 되지 않으면 교회의 변화는 어렵다고 말하는 전 목사는 영성과 선교가 함께 하는 교회, 기도와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가 될 때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보교단이 기장에 속해 있으면서도 새벽기도와 금식을 쉬지 않는 전 목사는 영성과 사회운동은 반드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을 보내면서 ‘시대의 파수꾼’으로 다시 서야 할 교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교회개혁 시작은 한국교회 연합과 목회자 윤리회복에서부터
“교회 밖 100리는 굶어죽는 이웃 없게 하자”는 실천 함께해야

▲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는 “새해에는 한국 교회가 더욱더 하나님과 백성 앞에 겸손해지고, 도덕적 권력을 갖고 민족을 섬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매년 교회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더 비판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도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한 채 표류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교회를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요?

교회에서 가르친 신앙이 ‘개인’에게 머물러 있음을 먼저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교회는 믿음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쳐왔습니다. 믿음만 강조되다보니 행함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천주교는 선한 일을 해야 하나님의 상급이 있다고 가르쳐왔는데 우리의 믿음은 개인구원에만 머물러 있어 사회 실천의 동력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신앙과 삶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 믿음이 좋은 사람은 많은데 존경받는 인물이 없는 것은 삶과 믿음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바로 서야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도 바로 서는 교회와 성도가 절실한 때입니다.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시 되새겨야할 시점이지요. 특히 목사가 변해야 하고, 목사가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 목회자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셨는데, 목사님께서는 올해 한목협을 이끌어 가시면서 ‘목회자 윤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0가지 항목에 이르는 윤리선언을 발표하셨습니다.

한목협 회장이 되면서 시작한 첫 사업이 ‘윤리위원회’ 설치입니다. 목회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윤리위원회에 제소케 하고 권면하고, 그래도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목회를 당분간 쉬도록 권고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습니다. 목회자들이 세상으로부터 지탄 받고 물질과 권력, 성윤리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목회자 윤리선언이며, 윤리위원회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윤리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리선언 발표는 목회자를 정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주기 위해, 또 바른길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함께 지키고 함께 선도해 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윤리선언에는 금권선거를 하지 말자는 내용부터 교회의 민주적 절차, 재정 감시, 결혼의 존엄성 강조와 세습반대, 정교분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낸 것이죠. 이러한 10가지 변화를 통해 기독교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잘 감당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 목회자가 먼저 변화되어야 하고 성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목사님께서는 십의 이조를 헌금하시며 목회자 사례를 사용하는데 있어 교회의 모범이 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십의 이조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1997년에 IMF가 터진 것을 아마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 때 성도들의 삶도 팍팍했어요. 성도들 중에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고, 상여금을 못 받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목사 혼자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이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십의 이조를 내고 한 달치 월급을 덜 받자고 생각했죠.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십의 이조를 시작했습니다.

목회자가 재정적으로 청렴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없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고 늘 저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해외성회와 부흥집회에 다닐 때도 교통비는 항상 제 개인의 돈으로 사용했습니다. 강사료를 받으면 반드시 선교헌금으로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지금은 세금과 일천번제 헌금, 선교, 구제헌금 등을 다 내고 2백여 만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적은 없었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 넘치도록 많아서 오히려 감사할 뿐이죠.
 

● IMF 이후 교회에서는 세상을 섬기는 많은 사역들을 감당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교회 밖 100리 안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을 교회에서 실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웃을 섬기는 일 왜 중요할까요?

IMF로 성도들 가정에서도 실직자들이 생겼어요. 당장 일자리를 잃은 가정을 골라 매달 30만 원씩 30가정을 도왔습니다. 교회 안의 성도들만 보듬었던 것은 아닙니다. 2천여 성도들이 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북한 어린이 돕기와 금식헌금을 통한 구제, 백혈병 환우 수술비 지원 등 다양한 나눔을 교회 밖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늦은 밤이면 거리에는 온통 십자가 불빛이 번쩍이는데 교회 주변에서 굶어죽는 이웃이 있다면 되겠습니까.

이웃을 돌보고 사회적 약자를 사랑으로 섬기는 것은 교회의 핵심사역 중 하나입니다. 경주 최부잣집에서도 주위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가르쳐왔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을 따르는 이들이 모인 교회 주변에서도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구제는 성경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교를 위해 길을 나서는 바울에게 예루살렘교회의 기근 소식이 들려왔죠. 바울은 구제금을 걷어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 선교가 급했지만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발길을 돌린 것입니다. 그만큼 이웃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책임 중 하나입니다. 모든 자립교회가 주변 100리를 책임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든든해지겠습니까.
 

● 지난해 한기총 분열로 시작된 연합운동의 균열이 올해도 계속됐습니다. 교단의 분열처럼 연합기관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개신교계 대표적인 대화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연합에 대한 노력도 많이 기울이신 것으로 압니다만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 어떻게 이뤄내야 할까요?

1987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으로 참여해왔습니다. 1999년 나라는 온통 새로운 천년을 준비한다고 부산스러웠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죠.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통일과 민중, 인권운동에 앞장섰지요.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연합’이었습니다. 교회협이 하는 사회적 섬김을 전 교단이 연합해서 이뤄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안한 것이 한국교회연합운동 특별위원회였습니다.

이후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3단계 구상까지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하나의 연합기구를 고민하며 한목협에서는 매달 일치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대화는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막힌 장벽을 무너뜨리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교회연합을 최우선의 개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단분열이 한국 교회 타락의 한 축을 감당했기 때문입니다. 분열은 군소교단과 무인가 신학교를 양산했고, 수개월 만에 목사가 되는 등 각종 병폐를 낳았습니다. 갈라진 교단을 하나로 모으고 갈라진 교회를 하나로 묶는 교계 정비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 목사님께서는 CBS 기독교방송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신천지’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가져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교회가 대외적 비판에 놓인 것과 함께 이단들의 침투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교리적 이단이 많은 것도 안타깝지만 구원받는다는 진리만 믿고 사회적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지 못하니까 결국 기독교인도 지탄을 받는 것이지요. 이단의 유혹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은 하나님 앞에서 지도자들이 바로 서고,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를 회복하면 이단들이 힘을 못 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단들은 교회의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접근하고, 상실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어 다가갑니다. 한국 교회가 이름은 교회지만 내면에 소외감을 느끼는 성도들을 방치하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한다면 이단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주기도문의 핵심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주권자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단의 침투를 막고 교회의 신뢰를 높이는 일에 나서기 전에 돌아보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지는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지금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2012년 한 해를 평가해주시고, 다가올 새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말씀해주십시오.

한국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아픈 일이겠지요. 과거 우리나라에는 윤치호, 서재필, 이승만, 김구 등 기독교 지성인들이 나라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크리스천 인재를 배출하고도 손가락질이 두려워 ‘나는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나님과 백성 앞에 더 겸손해져야 하고, 도덕적 권력을 가지고 민족을 섬겨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나’만을 위해서 살지 않습니다. 민족과 역사를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시대의 파수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 역시 민족과 역사를 살리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5만 교회가 전부 그런 교회로 거듭난다면 한국의 미래가 밝아지고, 민족의 통일도 곧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 시:2012년 12월 14일 / 장 소:강남교회 당회장실 / 대담자:장형준 편집국장
<정리=이현주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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