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를 통해 상처받은 영혼들이 치유되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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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를 통해 상처받은 영혼들이 치유되길 원해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13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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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첫 시나리오에 도전한 효진교회 이다윗 작가

“아버지 이영주 목사에겐 목회의 꿈 이어갈 아들이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문화 예술의 길을 허락하셨다. 결국 아들의 꿈에 박수를 보내는 부모는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문화 선교사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이 있다.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의 러브스토리와 낮은 곳에 임했던 그의 나눔사역을 그린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하 밥퍼).

국내 초연되는 창작뮤지컬의 한계를 딛고 당당히 세종문화회관을 첫 무대로 정한 ‘밥퍼’는 유인택 서울시뮤지컬단장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정성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그러나 ‘밥퍼’가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뼈대를 세우고 색색의 옷을 입힌 이가 있으니, 바로 초짜 시나리오 작가 이다윗(29)이다. 연세대 신과를 졸업했지만 “목사가 돼라”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고 영화판에 뛰어든 그였다. 수년 간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연출공부를 했다. 하지만 준비하던 영화는 번번이 엎어졌다. 될 듯 희망을 주다가도 개봉 직전에 늘 필름창고로 향하는 영화판의 어두운 현실을 보면서 좌절하고 있을 즈음, 그는 ‘밥퍼’를 만났다.

뮤지컬 초짜의 용감한 도전
이다윗 작가가 ‘밥퍼’의 극본을 맡게 된 것은 유인택 단장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오랜 구애 끝에 최일도 목사의 책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을 무대에 올리게 된 유 단장은 신선한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이 씨를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시놉시스나 한 번 써보라”며 툭 던진 한 마디는 모험심을 자극했다. 뮤지컬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었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영화와 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당연히 기존 뮤지컬 대본과는 대비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었죠. 시놉시스도 역시 영화처럼 써내려갔어요. 그런데 기존 뮤지컬 대본의 틀을 거부한 제 시도가 아마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영화와 같은 탄탄한 스토리와 구조는 유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출가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뮤지컬 ‘밥퍼’의 시나리오다.

밥퍼 속에서 다시 만난 부모님
이 작가는 최일도 목사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돈키호테’를 떠올렸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걱정하지만 한 번 꽂히면 모험을 그치지 않는 몽상가. 그러나 최 목사는 꿈을 실현해내는 사람이었다. 다윗 군은 한 여인을 향한 엄청난 사랑이 다시 하나님을 향한 아가페적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뮤지컬 속에 담았다. 그리고 극본 작업을 하면서 그는 ‘치유’를 경험했다.

“극본을 쓰면서 큰 틀은 밥퍼라는 이야기 속에서 가져왔지만, 디테일한 감성은 제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적용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살아오신 삶이 최일도 목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가의 아버지는 목회자다. 그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은 목회를 위해 여러 곳으로 이사 다녔다. 사춘기가 찾아올 5학년, 가장 민감한 나이에도 부모님은 아들을 데리고 경기도 문산으로 향했다. 미군 기지가 있던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부모님의 사역은 기지촌 여성들에게 향해 있었다. 혼혈 아이들을 돌보며 살았던 시간들…. 어린 시절 하나님의 일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부모님의 유랑생활은 그의 기억 속에 아직도 깊게 자리잡았다. 원망이 아닌 감사와 존경의 기억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과 감성은 ‘밥퍼’의 극본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든든한 후원자 이영주 목사
사실 이다윗 작가의 아버지는 교계에 이미 잘 알려진 예장 백석 효진교회 담임 이영주 목사다. 뮤지컬을 들고 찾아온 아들이지만 그동안 이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 되지 않고, 영화로 연극으로 돌아가는 길이 못내 속상했다.

“외고를 나온 아들이 연대 신과에 들어갔어요. 교수님들께 사랑받는 인재였죠. 부모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저 역시 아들이 하나님의 부름에 순종하는 목회자로, 한국 신학을 위해 크게 쓰임받는 학자로 성장하길 바랐죠. 그런데 이건 제 뜻이었고, 아들은 영화를 원했어요. 아들의 소명이 문화예술에 있다면 제가 양보해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는 아들을 믿고 있었다. 하나님이 필요로 하시면 언젠가는 불러 쓰실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아들의 손을 거쳐 한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기특하고 장할 뿐이다.

“아들의 첫 작품이 최일도 목사의 일대기예요. 저는 여기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버지의 믿음은 아들의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작가의 작품 곳곳에선 하나님의 향기가 난다.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세련된 감성으로 관객들을 자극한다. 최일도 목사의 아내인 김연수 사모도 뮤지컬 리허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밥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극본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저의 20대를 지배했던 고민을 치유하는 작업이기도 했으니까요.”

혹독한 경쟁에 내몰렸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의 머리속엔 세상에 대한 고민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왜 하나님은 하늘에만 계신가”였다. 세상을 사랑한다던 하나님이 왜 인간을 고통 속에 버려두는 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극본을 써내려가면서 “사랑과 나눔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주기도문의 구절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민이 치유되면서 작업엔 가속도가 붙었고, 이 땅에 천국을 이루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라는 그의 해답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이 아들에겐 고민이고 치유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어머니 이선희 사모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 영상매체에 빠져 있는 시대에 우리 아들이 사람들의 영혼을 샘물 같이 맑게 하는 작품을 만들길 기도하고 있어요.”

이러한 믿음은 아버지 이영주 목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아들이나 다 귀하겠지만, 저 역시 하나님께서 요셉처럼 꿈을 통해 아들을 향한 비전을 보여주셨죠. 그래서 더욱 하나님의 종이 되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젠 어떤 길을 걸어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아들이 되기만 바랍니다. 그저 하나님의 인도대로 따라가길 바랄 뿐이죠.”

아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는 이 작가는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내고 싶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영화제작의 꿈을 드러냈다. 그 첫 발이 뮤지컬이지만 그에겐 소중하고 뜻 깊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이다윗 작가. 믿음으로 지켜봐주신 유인택 단장과 뮤지컬의 기본을 잘 일깨워준 연출가 김덕남 감독, 대본에 음악을 입혀주고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든 모든 배우와 스텝이 그에겐 스승이다. 감사와 치유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뮤지컬 ‘밥퍼’. 이다윗 작가는 올 연말,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이 이 공연을 통해 따뜻하게 ‘힐링’되길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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