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맘몬 함께 섬길 수 없다” 결연한 회개 시작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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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맘몬 함께 섬길 수 없다” 결연한 회개 시작돼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1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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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바로 세우자 ⑮‘하나님의 공동체’로 돌아가자

“복을 주지 않는 하나님이라면 버릴 것인가” 되묻는 자기반성 시급
공공성 외치기 전 교회의 투명성부터 … 세속적 사고방식 탈피해야
신학교•작은 교회 등 희망의 변화 시작, ‘오직 그리스도’ 운동 확산

본지는 2012년 한국 교회의 자화상을 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무너진 한국 교회, 바로 세우자’라는 제목의 연중기획을 진행했다. 연중기획을 시작하던 올 1월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 비롯된 한국 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던 시점이었다.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힘겹게 복음을 전하는 목회현장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교계 지도자들은 기득권과 명예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혼탁한 상황은 연합기관 뿐만이 아니었다. 9월 총회 전후로 각 교단에서는 목회자 연금문제, 목회자 윤리문제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혼란을 틈타 이단들의 활동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무색할 만큼 교회는 중병에 걸린 듯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교회 곳곳에서 ‘의인’을 찾으며 한국 교회의 몰락을 대비하고 계셨다. 신학교에서 먼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크고 작은 교회에서 ‘복음’ 중심의 사역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세속에 점령당한 강단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참회하는 울부짖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의 힘을 결집할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본지는 1년 동안 한국 교회 강단의 문제, 목회자 윤리, 교회 세속화와 물량주의, 연합운동의 분열과 교단 이기주의 등 많은 주제를 다뤘다. 그러나 아직 무인가 신학교와 무자격 목회자 양성, 교계에 팽배한 학벌주의, 무너진 청빈사상 등 더 깊고 세부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 이와 같은 소주제들은 2013년에도 계속 점검하며 한국 교회가 과감히 개혁해야할 과제들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단, 무너진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자는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그간 논의된 개혁과제를 재조명하며 ‘교회’의 진정한 의미와 성도의 삶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 고난이 오면 하나님 버릴 것인가?
교회의 사명을 쉽게 요약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압축된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 믿음은 자연스럽게 이웃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는 이 두 가지 큰 사랑이 실종된 모습을 띠고 있다.

그저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분이고, 나는 그 복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적 신앙이 극에 달해 있다. 기도를 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셔야 한다는 극단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회가 사회에 대해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졌다.

왜 그토록 뜨겁게 부흥하고 세상을 향해 복음의 가치를 세우며 낮은 자세로 섬겨왔던 교회의 모습이 사라진 것일까.

교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 가운데는 오늘날 성도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사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신에게 유익되는 복만을 우선시하는 기복신앙이 목회자부터 성도에게까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단에서는 ‘고난설교’가 사라지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에 귀를 막는다.

이미 평양대부흥 백주년 기념대회 설교 석상에서 고 옥한흠 목사는 “성도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만 골라서 전했다”며 복음을 선별하여 성도들에게 전한 죄를 고백한 바 있다. 강단의 설교가 하나님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향해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종교개혁주일에 한 미주 한인교회에서 설교를 전한 목회자는 고난의 삶과 고난을 따르는 순종을 설교했다. 세상이 주는 편의를 버리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주님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도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성도들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회중석에선 “아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 ‘복’을 강조하는 설교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목회자는 “같은 유형의 설교를 한 번 더 했다가는 교회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오랫동안 이어진 목사들의 왜곡된 가르침이 성도들의 귀를 막아버렸고, 말씀의 변질을 불러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 교회의 회복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강단의 변화가 지목된다. 기복신앙에 빠진 교회는 ‘물질주의’와 ‘편의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 즉 인본주의가 신본주의를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침신대 김용복 교수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으로 부여되는 복이 아닌 이기적인 복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은 성경과 거리가 멀다”며 “그러나 한국 교회는 기복신앙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 목회자로부터 일반 성도들에게 이르기까지 보편화된 신앙의 형태로 변질된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교회가 기복신앙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이유는 신학적 점검을 할 틈도 없이 기독교가 무속신앙과 토착형태를 띠었기 때문이다. 복을 주시는 것은 성경에도 기록된 약속 중 하나지만 한국 교회가 무속과 만나 정착된 형태의 기복신앙은 피조물을 우상으로 만드는 반 성경적 왜곡에 불과하다.

역으로 김용복 교수는 “만일 복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앙의 대상을 버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 중 하나다. “고난이 온다면 하나님을 버릴 것인지” 되묻고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고난과 박해의 위기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 공공성 회복하려면 투명성부터
한국 교회가 올해 가장 기치를 높인 부분은 ‘공공성(公共性)’ 회복이다. 그리스도교는 초대교회부터 공적 과제를 지닌 공동체였다. 한신대 전철 교수는 “하나님은 결코 어떠한 사적인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모든 피조세계를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공적 과제는 항상 교회의 몫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교회의 핵심은 사회적 부조리를 극복하는 질서유지에 있고, 이것을 넘어 사회를 향한 자기 십자가 희생의 길을 걸어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교회가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공적 투명성과 공신력이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는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교회를 재산으로 보는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고, 이것이 세습으로 이어진다. 교회 안에서 목회자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유한 성직자들은 하나님의 권좌를 탐하고 있다. 신의 영역까지 용감하게 도전하는 무모함도 보인다.

바벨탑을 쌓은 인간의 모습은 “좀 더 크고 화려하자”고 외치는 성전건축에서도 나타났다. 정주건축연구소 정시춘 대표는 “최근 한국의 교회건축은 모더니즘 이후에 나타난 포스트 모더니즘적 경향과 미국의 대형 교회들의 영향, 그리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된 교회들 간의 경쟁 및 유행, 모방 등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건축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성도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나아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게 만든다. 교회가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매년 팔려 나가는 성전이 부지기수이며, 올해 경매로 나온 교회건물만 120건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회가 금융권에 진 빚도 10조에 육박하는 등 교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살아온 교회의 끝은 전혀 복음적이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물량적이고 과시적인 반성경적 관점은 연합운동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고, 결국 한국 교회는 크고 작은 교회에서부터 교단과 연합기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위기에 놓였다. 고름을 도려낼만큼 과감한 개혁이 아니고서는 치유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개교회주의가 강한 개신교의 특성상 새로운 ‘종교개혁’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희망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학교’의 반성이다. 그동안 강단을 바로 세울 사명자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회개와 하나님을 향해야할 신학이 인간의 교만으로 얼룩져 버렸다는 반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다시 그리스도로 돌아가자
사변화된 신학을 반성하며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과감하게 외치는 백석대학교의 ‘개혁주의생명신학’과 더디더라도 ‘복음’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서울신대의 전도전략연구소 등 신학교가 외치는 ‘오직 그리스도 운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장신대에서도 “한국 교회를 살리는 새로운 신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각 신학교가 사명자를 양성함에 있어서 지식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인성교육의 옷을 입혀야 한다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무너진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결론은 ‘교회와 사람’으로 요약된다.

‘교회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질 때다. 교회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닌 ‘하나님의 공동체’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공동체다. 교회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며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신앙공동체인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깨달음이 교회 안에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께로 돌아가는 것’. 서울신대 하도균 교수는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면 해결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다움을 회복하면서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유럽 암노스교회개척학교 최종상 목사는 변화의 대표적 인물로 ‘바울’을 꼽았다. 최 목사는“옛 자신은 예수님과 함께 죽고, 새사람으로 거듭난 자신은 예수님만을 위해 신실한 제자의 삶을 살겠다고 헌신한 사람이 바울”이라며 “다시 살아나신 주를 위해 사는 것, 이러한 결단은 복음전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 신학자는 말했다. “바른 신앙을 가진 개개인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 말씀에 집중하게 된다면 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그런 작은 시작이 자신이 속한 가정과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할 때,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으로 한국 교회는 다시금 풍성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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