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결산①] 서구교회 쇠퇴 세계복음주의 지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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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결산①] 서구교회 쇠퇴 세계복음주의 지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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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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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진영 / 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선교학)

제10차 WCC 부산 총회 반대가 복음의 본질 숙고
거짓 영 대항하기 위한 제자도의 실천 과제로 부각

▲ 최형근 교수(서울신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강림절에,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외치며 공생애를 시작하신 주님의 모습을 ‘기억하는’(remembering) 것은 그 분의 도래를 ‘기대하는’(anticipating) 종말론적 신앙으로 우리를 이끈다. 본래 성경이 제시하는 좋은 소식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바로 그 거대서사(meta narrative)가 우리를 구속으로 인도한다. 올 한 해 세계 복음주의 진영의 모습을 보며 복음주의의 진정한 정체성은 ‘복음으로 회귀하는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가늠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계 복음주의 진영의 정신적 지주였던 존 스토트(John Stott)가 소천한지 한 해가 지났다. 그가 마지막으로 세계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름 아닌 ‘예수 따름의 윤리’였다. 복음의 핵심은 ‘급진적 회심’(radical conversion[metanoia])에서 나오는 ‘급진적 따름’(radical discipleship)이다.

만일 교회가 회심과 따름이라는 성령의 역사와 성경적 삶의 차원을 상실할 때, 그 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고, 탐심으로 가득 찬 조직으로 변질된다.

지난 6월 갤럽에서 조사한 미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사상 최저치인 44%로 나왔다. 이는 1975년 68%와 2001년 60%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추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기독교윤리 실천운동이 지난 2010년에 발표한 한국 교회 신뢰도는 17.6%였다.

지난해 말 복음주의 진영을 뒤흔든 신학적 이슈는, 랍 벨 목사가 ‘사랑이 이긴다’라는 책에서 제기된 지옥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었다. 이에 대해 마크 갤리는 ‘하나님이 이긴다’라는 책에서 복음의 본질에 대하여 언급하며 현대 복음주의가 간과하는 문제들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오늘날 복음주의가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은, 하나님의 계시를 자기중심적인 해석하는 성경에 대한 축소주의(reductionism)이다. 현대문화와 세계관이 강요하는 자기만족과 자기사랑은 교회로 하여금 선포하고 따라야 할 복음을 왜곡시키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고, 그 결과 복음의 본질이 주변부로 밀려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비본질적인 것들이 본질을 대체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올 한 해도 예외 없이 나타난 현상은, 서구교회의 쇠퇴와 다수세계(majority world) 교회의 부상이 세계복음주의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에서 한국 교회도 비켜갈 수 없었던 한 해였다. 2103년 제10차 WCC 총회의 부산개최에 대한 일부 한국 복음주의 진영의 반대는 복음의 본질을 더 깊이 숙고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물질주의, 소비주의, 그리고 세속주의의 만연은 복음주의 뿐 아니라 에큐메니칼 진영과 로마 가톨릭을 비롯하여 전 기독교 세계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으며, 본질적인 복음으로 회귀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10차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WCC 전도와 선교위원회(CWME)에서 1982년도 문서를 개정한 ‘전도와 선교문서’에 대한 복음주의의 반응과 해석은 내년에도 논의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고 본다.

로잔운동은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차 로잔대회 이래로 지난 2년간 복음주의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선교운동을 지속해 왔다. 특히 세계 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교회들은 케이프타운 서약과 연관하여 신학적인 이슈들을 다루었으며, 디아스포라 운동, 비즈니스 선교, 미전도 종족 선교운동을 통해 그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열릴 로잔 리더십 포럼을 통해 케이프타운 서약에 대한 신학적 해석 및 적용의 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2004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로잔포럼 이래로 로잔의장으로 일해 온 덕 버설(Doug Birdsall) 목사가 미국성서공회 대표직을 맡아 내년 6월에 의장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로잔운동을 이끌 새로운 의장 선임은 세계 복음주의 운동의 미래를 가늠하게 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2014년에 열릴 세계복음주의 연맹(WEA) 서울총회를 위한 준비가 한기총의 분열 및 국내외로 파장으로 확산된 장재형 목사 이단논란과 같은 복음주의 진영의 혼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날 진리를 오도하는 거짓의 영들에 대항하기 위해 복음주의 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을 굳건히 붙잡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실천을 통해 거룩한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자서전에서 고백한 내용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모든 인류 문화사에서의 유일한 장소, 곧 죄와 용서, 속박과 자유, 갈등과 평화, 죽음과 삶 같은 궁극적인 신비들을 다루는 결정적인 장소로 바라보고 있다.

나에게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과 수수께끼 같은 것이 많이 있지만, 내가 아무리 비틀거리며 걷더라도-지난 50년 동안 거듭해서 경험했듯이-바로 그 십자가로부터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그 불빛을 받아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나를 인도하는 그 별이 계속 거기에 있을 것이며, 죽음과 종말에 이를 때까지 줄곧 빛을 비추어 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가오는 2013년은 세계복음주의와 한국 복음주의 진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문화 안에서 불변하는 하나님 나라와 복음의 가치를 붙드는 것 이외에 교회가 의지할 대상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중지하고 ‘다시’ 복음으로 회귀해야만 할 것이다.

WEA 국내외 지도자들은 지난 10월 한국기독교학술원가 마련한 행사에 참여해 WCC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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