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고난 이해한 성도, ‘성화된 삶’으로 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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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고난 이해한 성도, ‘성화된 삶’으로 섬겨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06 11: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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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한국교회 바로 세우자 ⑭ 생명을 살리는 목회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이 강단에서 살아날 때 ‘예수님 닮은 사람’ 양육
이웃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나눔과 ‘한 영혼’을 사랑하는 절실함 시급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를 돌아보면서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더욱 커지고 높아지려는 열망, 세속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삶, 편의에 빠져 고난을 외면하는 성도들의 모습, 하나님의 권좌를 탐하는 목회자들의 욕망 등 불편한 진실만이 교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중세시대 개혁교회가 버리고 나온 가톨릭의 부패들을 하나씩 다시 취하고 있는 2012년 한국의 개혁교회들의 모습에서 ‘개혁’이라는 말은 허상에 불과했다.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시대. 어디서부터 바로 세워야할까 고민하던 시점에 개혁주의생명신학회가 내놓은 대안은 가장 본질적인 ‘회복’의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생명을 가슴에 품고 그가 걸어간 십자가 고난의 길을 따라야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사실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아무도 쉽게 따르지 않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의 씁쓸한 자화상일 뿐이다.
지난 3일 서울 반포에 위치한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제7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목회’ 주제 발제자로 참여한 3명의 목회자는 자신의 목회철학과 경험, 그리고 비전을 담담히 고백했다. 놀랍게도 그 안에 교회 회복의 대안이 들어 있었다. 그들의 들려준 목회의 고백을 통해 한국 교회 ‘희망’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개혁주의생명신학회 7회 학술대회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목회'에 대해 다뤘다. 이날 학술대회 강사로 참여한 목회자들은 강단의 변화, 나눔운동의 중요성, 개척과 전도의 사명 등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좌로부터 좌장 백석대 임원택 교수, 세계로교회 백경삼 목사, 남서울교회 화종부 목사, 원천교회 문강원 목사.

# 십자가를 담아내는 목회

강남 한 복판, 세속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고난과 희생을 강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남서울교회에 새로 부임한 화종부 목사는 일관되게 ‘십자가의 고난’을 이야기 한다. 세상이 말하는 도덕과 윤리의 가르침을 거부한 그의 설교는 주인보다는 종의 삶을, 승리보다는 패배를 가르치고 있었다. 오직 성경이 말하는 도덕과 윤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화종부 목사는 “죄는 사람이 지었는데 십자가 고통은 예수님이 받으셨다. 그리고 예수 십자가로 얻어진 구원의 혜택은 다시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의 고난과 그리스도의 피값으로 구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스도인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목회를 시작하기 전 한국 교회에서 영향력 을 발휘하던 목회자 3명의 설교를 비교분석했다는 화 목사는 “복음 설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윤리 설교이며, 그 윤리도 성경적인 윤리라기보다 다분히 유교적이고 일반 도덕적인 윤리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바른 윤리가 설교를 통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화 목사는 한국 교회가 성경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오늘날 강단에서는 십자가를 거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서울교회 화종부 목사.
축복만 강조하는 강단에 대한 우려도 깊었다. 화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에게도 눈물과 실패, 좌절이 온다”며 “인격을 숙성시키는 복의 또 다른 얼굴이 고난이며 진짜 이김과 승리를 보여주는 방법이 십자가를 따라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도들의 이원론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화종부 목사는 십자가와 복음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힘이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십자가의 도는 모든 진실한 성도들이 세상과 삶을 사는 구체적인 방식”이라고 단정했다. 힘으로 남을 누르고 이기며 지혜와 과학, 혹은 발전에 대한 신화를 키워나가는 대신 십자가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지고, 종이 되어 섬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는 것.

그렇다면 십자가 목회는 어떤 변화를 이뤄낼까. 십자가를 마음에 새긴 사람을 예수님을 닮게 된다. 화 목사는 “한국 교회가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기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교회가 인재를 길러내는 핵심은 학벌과 부와 성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 중심으로 생각과 가치, 관점이 바뀌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기독교 인재양성의 핵심. 이러한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평생을 두고 인내하며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화 목사는 강조했다. 훈련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만이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양육해낼 수 있다.

# 성화의 삶을 드러내는 ‘나눔’

십자가 신앙은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된 삶이 섬김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천교회 문강원 목사는 이웃의 필요에 집중하는 나눔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운동이 교회들의 연합으로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원천교회를 통해 공개됐다.

원천교회의 대표적 사역은 ‘사랑의 쌀독’과 ‘어린이 축제’. 사랑의 쌀독은 교회 한 켠에 놓은 항아리에서 출발했다. 마치 경주 최부자집처럼 교회 밖 100리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성도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원천교회가 위치한 서대문구에는 끼니를 걱정하는 기초수급자가 3500여 가구에 이른다. 조손가정과 65세 이상 무료급식 대상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과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수는 5천 명을 훌쩍 넘어선다.

내 이웃이 밥 한 끼가 없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사랑의 쌀독에 담긴 철학이었다. 올 7월 시작된 사랑의 쌀독은 불과 두 달 사이 1톤의 나눔으로 이어졌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크고 작은 정성이 모아졌고, 11월 1일 전국 교회 세미나를 열어 사랑의 쌀독 네트워크 구축의 시작을 알렸다.

사실 사랑의 쌀독은 원천교회가 하는 나눔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반찬나눔, 목욕봉사, 요양시설 방문, 병원 사역 등 교회 사역의 51%는 세상을 향해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은 나눔에 쉽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문 목사는 “나눔은 거창한 주제도 탁상공론도 결코 아니다”라며 “이웃의 필요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나눔의 기회가 오는 대로 실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천교회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사역에 ‘어린이 축제’가 있다. 어린이날에 갈 곳이 없는 가족을 위해 마을에 놀이동산을 만들어보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5년 만에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어린이날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이처럼 나눔 사역은 어떤 목적도 없이 ‘무엇을 줄까’, 혹은 ‘무엇이든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문강원 목사는 “교회가 나눔에 조급해지는 것은 전도라는 말 때문”이라며 “그냥 배고파하면 먹을 것을 주고, 아파하면 치료해주고, 공부하고 싶어 하면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것이 교회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목사는 또 “우리의 나눔으로 인해 사람들이 위로받고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한 세상으로 변해간다면 이것이 바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나눔운동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결국 중요한 것은 ‘한 영혼’

십자가 복음으로 되돌아가는 강단의 변화도, 그리스도인의 성화된 삶을 통한 나눔도 모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날 개혁주의생명신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개척교회를 하며 ‘한 영혼’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은 한 목회자의 고백이 전달됐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자리한 세계사랑교회. 통일한국을 꿈꾸며 북녘 땅과 가까운 곳에 교회를 세웠고, 매일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 대형교회 부목사로 10년 넘게 사역한 백경삼 목사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개척을 하고서야 깨달았다. 한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고 섬겨보아도 그들은 다시 교회를 떠나갔다. 그것도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모진 말을 하며 돌아섰다.

백 목사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달은 후에는 떠나는 성도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상처에 용서를 구하고 다시 붙잡았다”며 “개척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무익한 종인지 깨달았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깊이 체험했다”고 말했다.

개척의 어려움을 담담히 고백한 백 목사는 지역의 다른 개척교회들과의 모임을 통해 위로를 얻고 연합사역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작기때문에 홀로 할 수 없는 사역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사랑교회는 문산지역 작은 교회들과 함께 ‘평화통일 기도회’를 시작했고, 북한과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기도 한 문산지역을 알리기 위해 ‘나루터 역사문화 광장’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문산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북한을 위한 기도모임들이 세계사랑교회를 통하게 되고, 지역교회 연합으로 선교사도 파송하는 등 교회가 감당해야할 사역들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작아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작기 때문에 힘을 모아야 하는 사역의 ‘하나됨’을 이뤄내고 있다.

그렇게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며 보낸 6년, 세계사랑교회는 200여 명의 성도가 모이는 공동체로 세워졌고 그리스도의 생명이 흐르는 통로가 되어 살아갈 것을 소망하게 됐다.

개혁주의생명신학으로 교회를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개혁주의생명신학회는 교회가 손가락질 받는 현실 속에서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의 생명을 따라 사는 교회와 목회자를 찾아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만을 꿈꾸는 신학생들에게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그리스도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것이다.

백석대 임원택 교수는 “모두 큰 교회, 대형교회를 지향하지만 한국 교회를 지탱하는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있으며, 그리스도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힘써 목회하는 동역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백경삼 목사 역시 “교회개척을 모두 말렸지만 개척교회를 하면서 얻은 가장 귀한 보배는 ‘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라며 “오늘도 한 생명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새벽마다 무릎을 꿇는다”고 고백했다.

무너진 한국 교회를 살리는 대안으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떠오르는 것은 기술과 방법으로 이뤄내는 변화가 아니라 종교개혁 당시의 5대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을 한국 교회 안에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회 회장 김진섭 목사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오직 그리스도 뿐”이라며 “예수님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야 순교할 수 있고, 고난을 당할 수 있으며, 인내하고 순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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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2012-12-12 01:39:22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삶, 말만 들어도 좋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명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요1:1절에 하나님은 말씀, 요일1:1절에 예수님도 말씀이시니 생명의 말씀이 있어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