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착해서가 아녜요, 무대에 오래 서고 싶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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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 착해서가 아녜요, 무대에 오래 서고 싶어서죠”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2.12.04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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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재능기부 카페 ‘헤르타’ 이끄는 김혜정 집사

“재능기부, 제가 착해서 하는 거 아니에요. 오래오래 내 목소리를 지키며 다른 사람과도 소통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2009년부터 인터넷 무료 성악강의 카페 ‘헤르타(http://herta.kr)’를 운영하며 성악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성악박사 김혜정 집사(소망교회, 수원대)는 자신의 재능기부를 ‘제2의 꿈’이라고 말했다. “지속해서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공연의 장”이라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크리스천으로서의 명예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재능을 되돌리고 베풀어야 한다. 실제로 나의 달란트와 재능을 통해 많은 분이 치유하고 삶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집사가 재능기부로 선보인 것은 인터넷 카페 ‘헤르타’에 들어가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헤르타는 그가 존경하는 스승인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 헤르타 그라츠(1910-2006) 이름에서 따왔다. 2009년에 개설한 카페에는 ‘과학적 성악발성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호흡법, 가사 발음법을 비롯해 무대 연기 지도에 이르기까지 성악도가 음악대학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전문적인 강의를 무료 동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김혜정 집사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했거나 활동 중인 프로 성악가들이 직접 찾아와 강의를 녹화하는 등 훌륭한 강사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헤르타 카페의 모든 강의는 최고의 수준을 자부한다.

그의 재능기부 활동은 ‘헤르타키즈오페라단’, ‘헤르타한신어린이합창단’, ‘헤르타혼성합창단’까지 이어져 오프라인으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여성 슈바이처를 꿈꾸던 소녀
아버지가 의사였던 김혜정 집사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한국의 여성 슈바이처를 꿈꿨다.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재능을 알아보고 성악가가 되라고 권유하곤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오르간을 치며 의료봉사하는 미래를 상상하곤 했다. 공부도 잘했다. 못해도 전교 4등안에 들었다.

그러던 열일곱 살. 부산시민회관에서 김청자 성악가의 ‘사랑’을 듣고선 온몸에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그 길로 성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고 하나밖에 없는 딸을 낳았다. 아이를 낳아보니 자신의 꿈보다는 엄마의 몫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했하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유학생활을 하며 육아와 공부를 같이 하기 위해 무대에 서기보다 학자 성악가로 발길을 돌렸다. 사사들은 그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큰 무대에 서라고 권유했지만 가정이 더 소중했다. 때때로 힘들때면 그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음악은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잘 해줬는데, 음악에게 소홀해서 미안해요.”

육아와 공부를 함께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차에 배운 것을 차근차근 집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며 책을 쓰기 시작한 것. 그렇게 탄생한 책이 ‘성악 박사 김혜정의 발성법 강의노트’다. 그는 30년간 최고 수준의 공부를 했고, 그만큼 무대 위에서 공연도 하고 싶었지만 딸의 얼굴을 보면 집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쓰여진 그녀의 책은 성악도들의 기본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성악 분야에서 베스트 셀러로 손꼽히고 있다.

‘헤르타’는 내 운명
우리나라 초대 감리교회 김병권 목사가 증조할아버지인 만큼 그녀의 집안은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말씀과 예배 속에서 성장한 김 집사는 ‘헤르타’를 통해 내 인생의 진정한 하나님을 체험한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은 내가 생각지 못한 축복과 기회를 다 마련해 놓고 계획하고 계셨어요. 헤르타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험이 있었지만, 하나님 안에서 성장한 헤르타는 절 크리스천으로서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했죠.”

그에게 헤르타는 성악가로서 독특한 이력이다. 명문대(서울대 음대, 미국 USC음악대학원 박사)와 프로 무대로 이어진 엘리트 코스에서 스스로 내려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쉰 살이 되던 해, 딸을 시집보내고 잃지 않았던 꿈과 열정이 이어져 탄생한 것이 ‘헤르타’다.

올해로 3년을 맞는 ‘헤르타’ 카페는 이미 회원수 3천 명을 넘어섰다. 학생은 물론 성악 교사들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사이트. 누구나 헤르타 카페를 클릭하면 어떻게 노래를 해야 하는지 속 시원히 알려준다. 젊은 시절 자신이 그랬듯 성악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유명 성악가들과 대중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헤르타 카페의 매력은 ‘인터넷 공개레슨’이다. 프로 성악가들이 자신만의 특별하고 전문적인 발성 비법을 동영상을 통해 세밀하게 가르치며 공개하고 있다. 음악 대학 교수들도 헤르타 카페를 통해 강의를 듣고 자신의 강의에 적용할 만큼 헤르타는 성악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악 레슨은 일대일이라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성악가들의 발성 비법은 잘 알려지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든다.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라도 무료로 성악 레슨을 볼 수 있는 헤르타 강의는 재능기부로써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 한신어린이합창단 연습 현장.

“헤르타 학예회에 초대합니다”
헤르타 카페가 오픈된 후 2년간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네티즌들은 2012년부터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서 합창단을 결성했다. 네티즌들이 모여 만들어진 ‘헤르타혼성합창단’이다. 합창단은 20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고 있다.

성인 합창단만 있는 게 아니다. 수원동부감리교회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헤르타키즈오페라단’, 한신교회의 ‘한신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해 멀게만 느껴지는 성악을 어린이들도 쉽게 접하도록 했다. 김 집사는 “어린 시절부터 목소리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올바른 발성법으로 훈련하면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기 위해 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에는 반포아트홀에서 ‘헤르타 학예회(Herta School Festival)’도 열린다. 3회째 맞는 학예회는 그동안 세워진 인터넷 공개 레슨에 참가했던 프로 성악가들의 무대와 달리 네티즌들과 어린이합창단의 무대로 꾸며진다.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이 함께 어울려 친숙한 합창곡으로 무대를 선사한다. 이밖에도 강의를 맡은 프로 성악가들의 무대도 함께 진행된다. 헤르타를 이끄는 김혜정 집사는 “다른 성악가를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헤르타가 점점 성장해 재능기부로 봉사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하나님께 다시 헌금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

건강이 허락되고 무대가 허락하는 한 성악을 통해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김혜정 집사. 하지만 그녀는 “하나님께서 앞으로 하실 일은 진행형”이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아직 모를 일”이라고도 말한다.

“성악은 내 운명이에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계획하셨기 때문이죠. 이제 재능기부 헤르타를 빼고서는 나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건강한 운동으로 헤르타를 이끌어 가며 세상과 소통할 거예요. 많은 사람들과 성악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 헤르타어린이합창단은 2명의 성악가, 지휘자, 피아노 반주자로 이루어진 어린이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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