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줄 수 없는 빈자리, 교회가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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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줄 수 없는 빈자리, 교회가 채워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1.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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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 (13) 국민 행복과 교회의 역할

기독교언론포럼-글로벌리서치 ‘국민 행복과 힐링’에 대한 설문조사 및 토론
경제적 안정이 행복지수 높이지만, 행복 저해 요인으로 ‘물질만능주의’ 꼽아
종교가 개인의 행복에 도움준다 응답 불구 한국 교회 ‘신뢰’ 먼저 회복해야

물질적 여유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경제력’과 비례하는 현상이 아직까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국민소득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면 행복에 대한 갈급함은 더 커진다.

바로 이런 때 ‘종교’의 책임이 부각된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그들의 정서적 안정과 평화를 돕는 일, 그것이 바로 종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는 누군가를 치유하기엔 너무 부유하다. 스스로 행복감에 빠져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돌보지 못한다.

영적 부유함이 아닌 물질적 부유함이 교회를 병들게 했고, 그 안에서 신앙생활하는 성도들을 이기적으로 몰아갔다. 최근 기독교언론포럼이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조사한 ‘국민 행복/ 힐링 관련 전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행복하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반면,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물질만능주의’를 꼽았다.

돈 때문에 행복하지만, 돈이 우리의 행복을 앗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감신대 종교사회학자 이원규 교수는 “돈으로 줄 수 없는 행복을 바로 종교가 채워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행복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국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국민행복/힐링 관련 전국민 여론조사는 삶에 대한 행복지수에 대해 물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재정과 건강, 사회생활과 가정 등 모든 면을 종합해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노골적 질문을 던졌다. 설문에 응한 800명의 평균 성적은 61.4점. 수치상으로 썩 나쁜 성적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20년 전 있었던 비슷한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 행복지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숭실대 김선욱 교수는 “1993년 한국리서치가 우리나라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조사 대상자의 87%가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분포도 고르게 나타나 행복한 편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15~29세 86.8%, 30대 89.5%, 40대 89.4%, 50대 82.9%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대별로 행복체감에 대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들이 행복하다고 매긴 점수는 40점에서 80점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71~80점대의 행복지수를 선택한 응답자들은 20대 23.1%, 30대 13.5%, 40대 27.3%, 50대 14.4%였다. 직장과 가정 등에서 안정적 위치에 있는 40대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으며 취업과 결혼으로 고민하는 30대의 행복도는 생각보다 낮게 나타났다.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는 삶에 대한 만족과 화목한 가족, 건강, 경제적 여유 등을 골고루 꼽았지만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행복하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점에서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은 ‘물질’과 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행복이 물질 기준이다 보니 스트레스와 자살충동의 원인 역시 ‘물질’에서 시작됐다. 스트레스 원인 1위로 73%가 경제문제를 꼽았으며, 자살충동 원인 또한 경제문제가 75.4%에 해당됐다. 우리 사회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 역시 ‘물질만능주의’를 꼽았다. 경제적 안정감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았지만 결국 경제가 불행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반어적 응답이었다.

# 행복해지기 점점 힘들다

이번 설문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행복도와 경제력은 비례 관계를 보였다. 소득수준의 향상이 국민 행복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 팽창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이정전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제2회 열린토론마당에서 “한국사회가 초저성장 사회로 접어들면서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양적 팽창만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며 “선진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제자리걸음 하는 ‘행복의 역설’이 일관성 있게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의 역설’이란 잉글하트의 이론으로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대략 2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는 소득수준에 따라 행복지수도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일단 2만 달러 수준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소득수준 향상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 영국 정경대 레이아드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단 생계가 보장된 다음에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적 여유가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가설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정전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물질만능주의(32.7%)’를 꼽은 응답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돈과 재물을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유물주의자라고 부른다”며 “소득과 부를 행복의 주된 원천이라고 믿고, 사랑을 평가할 때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물질적 성공을 가져오리라고 생각하는 활동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유물주의적 성향이 강할수록 남에게 인색하고 사회활동에 기부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이 인간관계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도 막는다고 말했다.

현대사회가 이와같이 물질만능주의로 치닫고, 사람들의 성향이 ‘재물’에 대해 집착하는 유물주의로 변질되는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종교’. 종교가 가르치는 ‘용서와 감사’는 행복감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번 설문에서 역시 ‘종교로부터 개인의 행복, 정신적 건강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 60.4%가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자기 위로 및 심리적 안정‘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또 종교의 가르침과 종교생활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이 77.2%였으며, 종교가 삶의 행복을 높여준다는 질문에도 44.7%가 ’그렇다‘, 42.2%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 교회, 행복을 책임져야

그렇다면 ‘행복의 역설’이 시작되는 20-50의 대한민국에서 기독교가 ‘치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감신대 종교사회학 이원규 교수는 “상처받은 영혼과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교회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불확실성 속에서 사는 인간에게 종교만큼 용기를 주는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 교회가 자체의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개인과 사회를 치유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총체적 난국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사랑보다는 미움, 화합보다는 분열, 통합보다는 갈등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민적 자본주의 가치관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병이 들었다는 것.

가치관의 혼란과 무규범도 문제로 꼽았다. 이원규 교수는 “배금주의 물질주의 성공주의 편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며 “문화관광부의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사회에서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응답이 8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와같은 배금주의 현상은 교회에도 깊게 뿌리내렸다. 교회의 신뢰도는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세 번째로 나타났고, 지난 10년 간 이어진 기독교인의 감소는 한국 교회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한국 교회가 국민이 바라는 행복과 힐링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했다. 반면 ‘못 하고 있다’는 부정적 대답은 62.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규 교수는 한국 교회가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아유로 ‘영성과 도덕성’을 잃어버린 것을 꼽았다. 말로는 영성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세속적인 물질과 명예, 권력, 성동 등에 집착하는 과오를 범했기 때문. 목회자의 도덕성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원규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살에 있어서 그들의 영적, 정신적, 심리적 문제에 대해 종교의 역할을 기대하며, 실제로 종교 혹은 신앙에 의지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가 이런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적이고 도덕적인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도덕성을 감시하고, 천민자본주의의 벽을 넘어 경제적 도덕성과 공동체성을 확립하는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약자, 노인과 청소년,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등의 문제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안고 헌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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