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정치참여 목적은 권력 아닌 감시와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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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참여 목적은 권력 아닌 감시와 견제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1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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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선정국’을 통해 바라본 종교의 정치적 역할과 과제

▲ 한국종교사회학회와 한국사회역사학회는 지난 16일 오후 1시 이화여대에서 '리더십 전환기의 대통령 선거와 종교'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정교유착으로 ‘이익집단’ 전락 … 부정적 시각 속 정치적 영향력은 낮아
보수ㆍ진보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로 시민사회 ‘공감’ 얻어야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종교와는 관계없이 특정 종교 단체들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종교 단체 및 종교계 주요 인사들의 특정 후보 지지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는 ‘정교유착’의 이유를 들어 종교의 정치적 개입을 비판한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정치 인사들의  종교계 방문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종교가 사회의 주요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어  정치인 입장에서는 정당화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종교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종교 또한 각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 구현의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와 정치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정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종교가 사회의 발전과 균형을 위해 정치에 참여한다면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한국종교사회학회(회장:김성건 박사)와 한국사회역사학회(회장:최은봉 박사)가 지난 16일 이화여대에서 ‘리더십 전환기의 대통령 선거와 종교’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사회 통합보다 갈등과 분열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편집자 주>

제18대 대선은 과거와는 달리 각 후보자들이 특정 종교에 지지를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양상은 약화됐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지지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후보자 종교 편향 NO, 종교계 지지 YES
‘미디어 속의 18대 대통령 선거와 종교’를 주제로 발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과거 이명박은 개신교, 김대중은 가톨릭, 김영삼은 개신교라는 사실이 동일한 종교를 가진 유권자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18대 대선은 이러한 판단을 할 만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박근혜, 안철수 등 세 후보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든지, 또는 후보들의 종교 성향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힌 후보는 문재인(가톨릭) 밖에 없다는 것. 사실 박근혜 후보는 가톨릭 영세를 받았고, 장신대 대학원에서 수학, ‘선덕화’라는 불교 법명꺼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승려 법륜과 청춘 콘서트를 함께 진행했고, 의대시절 가톨릭 동아리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월 5일 원불교의 중앙총부(익산)에서 열린 14대 종법사 추대식에 참석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대화에서 문 후보는 자신의 종교가 가톨릭이라고 밝혔지만 안 후보는 종교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후보자들은 특정 종교의 지지를 호소하기보다는 폭넓게 종교 단체 및 종교 지도자들을 방문하고 있다”며 “이는 후보자들이 종교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각 후보들은 특정 종교의 편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종교 단체 및 종교계 인사들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재영 교수는 “올해 대선이 과거처럼 유권자의 종교가 얼마나 독립변수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후보자들이 종교 편향이나 지역성, 정치적 성향을 넘어 종교인이 가진 신앙을 자극한다면 유의미한 영향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 각 종교가 지지하는 후보자는 누구?
그렇다면 각 종교들이 지지하는 후보는 누구일까. 정재영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장형철 교수(인덕대)는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이 분류한 종교 신문들의 기사와 사설, 칼럼, 기고문을 횟수별로 정리해 종교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개신교는 두 종류의 지지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지난 8월에 박근혜 후보의 불교계 인사와의 비공개 회의를 비난하고 박근혜 후보를 친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비판은 사라졌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비롯해 소속된 목사들과 같은 보수 진영은 박근혜 후보에게 재외동포 선거 때 교회 단체를 활용하라는 등의 적극적 지지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경석 목사와 같은 대표적인 개신교 인사의 미디어를 통한 충언과 직언들도 이어지고 있다. 11월에 들어와 개신교 보수 인사 및 한기총과 뉴라이트연합과 같은 단체들은 박근혜 후보를 돕거나 지지하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반면, 개신교 진보 진영은 박근혜 후보의 역사의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이 현실적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해 적극적 지지 표명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장 교수는 “노무현 정권 시절 교회협을 비롯한 개신교 사회운동 진영이 노무현 정권의 FTA 협상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투쟁한 기억과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양립 상황이 있어서 지지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며 일부 개신교 진보 인사들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도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는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 논란과 지난 2008년 시국법회를 계기로 비롯된 현 정권과의 대결 구도 때문에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병행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국회의원으로서의 박근혜 후보의 문화재보호기금 법안 발의와 대선 후보로서의 문화재 보호 약속과 대통합을 위한 협조를 요구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피력했다.

가톨릭에 대해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박근혜 후보의 역사의식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문정현 신부를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 진영은 지난 7월에 ‘CSKorea재단’ 창립대회에 참가하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교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종교 단체 및 주요 인사들은 현재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명시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종교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나
그렇다면 종교는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사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종교를 독립변수로 한 조사 결과가 많지 않다. ‘선거의 독립변수로서의 종교적 요인’에 대해 발표한 최현종 교수(서울신대)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종교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최근 종교 관련 이슈들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종교 내에서도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지향성을 바꿀만한 상대적 중요성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헤럴드 경제가 지난 5월에 대선을 앞두고 , 전국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종교별 정당 및 대선 후보지지 성향을 분석했으며, KGSS(한국종합사회조사)의 통계자료(2003~2009년까지의 누적)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정치 혹은 선거와 관련해 종교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불교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개신교는 ‘평균’에 근접한 지지 양상 혹은 ‘약간’ 박근혜 후보 및 새누리당에 가깝다는 것이다. 가톨릭과 무종교 층은 야권 후보 및 민주통합당의 지지 양상을 보였다. 최 교수는 “헤럴드 경제의 조사 시점이 지난 5월이었기 때문에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확정되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확정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어 현재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조사 결과 불교는 보수, 개신교는 중도 보수, 가톨릭 및 무종교 층은 진보로 요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선거에 있어서 종교적 변수는 다른 변수, 특히 연령이나 지역의 변수와 결합돼 있고, 이를 구분하기 이전에는 종교적 변수가 유의미하게 작용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KGSS 자료 분석을 통해 보완한 결과, 종교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연령이나 지역 변수와 독립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종교가 어느 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종교가 제기한 이슈들이 어느 정도 시민사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며 “특정 종교 집단이 제기한 문제들이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려 단기간에 정책화될 수 있지만 이것이 시민 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종교 집단은 일종의 이익집단으로 비춰지고, 나아가 시민사회의 부정적 시각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발표한 전명수 교수(고려대)는 “현대사회에서 종교와 정치의 일반적인 관계는 정교분리, 즉 정부가 종교에 대해 철저히 중립을 지키며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다종교 상황에서 불가피한 정부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반면 종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종교가 현실의 모든 정치문제를 정부 지도자에게 맡기고 이에 무관심한 것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종교는 하나의 거대권력으로 정치판에 끼어들기보다 종교적 가치가 정치를 정화하고, 지향점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종교의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종교와 정치의 관계 속에서 종교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든 작든, 각 종교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의 정치참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종교의 행동과 실천의 목적이 정치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종교의 정치참여는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며, 때로는 그것을 돕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종교의 정치적 과제는 무엇일까. ‘종교와 정치, 그리고 사회통합’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체제의 안정과 질서를 강조하는 사회통합의 기능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인 사회변동의 기능, 곧 예언자적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한국 종교의 보수 집단은 과거 군사정권의 정치적 규범과 반공, 안보, 성장 이데올로기와 같은 가치를 뒷받침하면서 체제 유지에 도움을 주고,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면서 사회적 안정과 질서 유지에 도움을 줬지만 보편적 가치와 인권이 유린된 관료적 권위주의 정권을 지속시킨 커다란 힘으로 작용해서 정치적 민주화를 지연시킨 과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독교와 같은 일부 진보적인 종교 집단의 경우 비민주적 정치상황에 비판하고 도전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의 소외계층이었던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감당했다”며 “반면, 진보 집단 또한 민주적인 정권들이 들어서면서 일부는 정치권력에 편입돼 종교적 순수성을 잃어버렸고, 일부 운동이 계급 투쟁적 성격을 띠면서 신앙의 문제를 정치 이데올로기화 하면서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오늘날 한국 종교들은 정치참여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기 종교에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최대한 보장받으려고 하고, 자기 종교에 유리하게 법이나 제도를 재정하도록 압력을 넣는 행동까지 하고 있다. 종교를 단순히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 종교들은 정치가 올바르게 이루어져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촉구하고, 도덕성과 공동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토대로 정치가 사회에 희망을 주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예언자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종교의 보수집단과 진보집단은 정치적 이념과 성향이 너무 달라 매우 상이한 정치참여를 해오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여왔다”며 “통일, 경제, 복지, 교육, 환경 정책에 이르기까지 이념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모든 정책에 있어 중도 통합의 입지를 잃어버려 서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등 조화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고, 종교의 역량을 상대방을 비판하고 공격하는데 쏟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종교는 이제 분열된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과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공통의 목표를 갖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한국 종교의 바른 정치 원리는 종교적인 ‘보편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적인 보편적 가치의 핵심은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다. 정치가 도덕성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종교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종교 자체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한 한국 종교의 구체적 과제로 △정치적 민주화 △성장과 분배 통한 사회적 양극화 최소화하는 경제정책 △돌봄과 나눔의 복지정책 △사회의 건강한 가치와 규범 확립 △평화통일과 인류애적 차원의 북한 지원 등 다섯 가지 과제 및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정치는 만능이 아니고, 구세주도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를 바르게 세우고 이끌며, 국민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정치가 사회통합과 조화의 상생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을 수행하도록 종교는 강하게 촉구하고,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 그 역할 수행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 돌보고 나누는 사회는 바로 종교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한국 종교들이 감당해야 할 신앙적, 실천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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