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의 일치 통해 ‘윤리적 탁월성’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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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의 일치 통해 ‘윤리적 탁월성’ 보여줘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10.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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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주의자들이 말하는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60차 정기논문발표회

▲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지난 27일 ‘한국 교회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제60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한국 교회 갱신과 변화를 위한 방향성과 대안을 집중 모색했다.
종교개혁 495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한국 교회 안에 새로운 갱신과 개혁의 물결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부흥과 성장’을 자랑했던 한국 교회는 현재 총체적 난국에 봉착해 있다. 세속화와 함께 교회 내부의 부도덕성과 부패의 실상들이 사회 전반으로 노출되면서 사회적 신뢰도는 언급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외형적 성장만 멈춘 것이 아니다. 영적 성장 또한 멈춘 지 이미 오래됐고, 도리어 퇴화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이는 한국 교회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성주진 박사)가 지난 27일 ‘제60차 정기논문발표회’를 통해 한국 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복음주의적 입장에서 한국 교회 갱신과 변화에 필요한 대안을 모색한 복음주의자들의 주장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신학 없는 비복음적 신앙이 한국 교회를 혼란스럽고 부패하게 만들어
성경의 절대적 권위 회복 및 사회적 책임 위한 ‘공적 제자도’ 구현해야

# ‘한국신학’ 수립해야
오늘날 한국 현실과 쟁점은 무엇일까. 큰 틀에서 본다면 역시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깊이 없는 성장’, ‘대형 교회의 문제’와 그에 따른 세습, 성추문, 재정 문제, 사유화 문제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고구마 넝쿨처럼 얽혀 있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이원론적 행태 극복과 예수님의 복 사상을 환원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의 삶과 세상 속에서의 삶이 일치되어야 한다. 구약의 복 사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마 5:3~13) 사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셨던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복 사상이 강조돼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의 자성과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목회성공의 척도를 수정해 하나님 중심의 목회로 바꾸고, 지도자의 실천적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줘야 한다. 교회 지도자인 목회자의 윤리성 회복이 시급하고 세습으로 얼룩진 한국 교회를 정화시켜야 한다.

연합하고 협력하는 교회의 상을 회복해야 한다. 조직면에서 같은 이념을 가진 교파가 하나의 교단으로 통합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사업이나 교류를 통해 화해, 연합, 일치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 교회들도 재결합운동을 모색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가치관 선도에 연합하고, 앞장서야 한다.

교육하고 연구하는 교회상도 회복해야 한다. 21세기는 교회 교육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다가올 사회 변화를 향한 교회의 프로그램을 선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또 한국 교회의 경험과 한국 문화 상황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문화의 창건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소 설립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한국신학을 수립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혼란스럽고 부패하게 된 것은 자기 신학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의 학문자유와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한국 교회 상황은 이상한 신앙행태만 자라게 한다.

신학적으로 제대로 비판을 받지 못하고, 검증도 되지 않은, 어쩌면 신학 없는 교회들의 비복음적 신앙이 역으로 신학교의 교육을 폐쇄적인 상태로 몰아가고, ‘신학화’의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국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의 원인도 제대로 된 자기 신학, 곧 한국신학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자기 신학이 없기 때문에 사회 문제 해결에 한국 교회가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문제의식을 갖고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듯이 수입신학을 갖고서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영성적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교회와 신학교, 무수한 신자들이 있음에도 한국 교회가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자기 신학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한국 교회도 자기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학문 외적인 여건은 어느 정도 조성됐고, 이를 통해 세계 교회에 기여할 때도 됐다. 언제까지 남이 제공해 주는 ‘번역 신학’, ‘수입 신학’에 머물러야 하는가. 복음주의 신학계는 여기에 답해야 한다. <이만열 박사, 숙명여대 명예교수>

# 구원ㆍ성화ㆍ섬김의 사역 회복해야
올바른 성경관은 복음주의자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에 와서 성경을 무시하고 의심하고, 빼고, 보태고, 부인하고, 자신의 철학과 사상으로 대체하려는 이들을 자유주의자, 현대주의자, 진보주의 기독교인, 이단이라 부른다. 반대로 성경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전통적ㆍ역사적 기독교인들은 복음주의자 기독교인이라 부른다.

복음주의와 비복음주의의 차이는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신뢰하는 여부에서 갈라진다. 성경관은 ‘기독교 신앙의 시금석’이다. 복음주의적 대안은 교회가 성경적 모델을 회복하고, 교회의 본질적 사역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은혜로 인해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지혜와 교육을 통한 성화, 모든 선한 일을 강조하는 성경의 3대 사역에 한국 교회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복음주의 사역자들은 자신을 주의깊게 개발해 자신의 구원뿐만 아니라 자기 사역에 보내주신 모든 사람이 구원에 이르도록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존경받는 인격을 길러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들 사이에서 본이 돼야 한다. 가정과 교회, 이웃과 사회에서 본이 돼야 한다. 영적 지도자에게 존경은 필수다. 사람과 하나님 앞에서 총애를 받을 수 있는 인격이 성장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철저한 성경적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말씀을 선포하고, 권고하고,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자신이 먼저 ‘성경화’되어야 한다. 성경적 사고로 완전히 변해있어야 한다. 삶에서 성경적 사고와 가치가 저절로 흘러나오도록 훈련하는 것은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도전이다.

한국 교회 절대 다수는 복음주의 교회들이다. 복음주의만이 한국 교회 미래에 희망을 준다. 통일된 한국의 민족복음화와 한국의 디아스포라와 함께 하는 세계 복음화는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변함없이 감당해야 할 마지막 사명이다. 한국 교회는 반드시 복음주의 교회여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김상복 박사, 횃불트리니티신대 총장>

# 윤리적 위기 극복하는 ‘공적영성’
한국 교회 위기와 윤리적 타락은 하나님과 절대 진리를 점점 사적인 영역으로 제한해 사사화 한 것과 교회가 점점 개인주의에 물들어 영적 소비자 중심의 자아 충족형 목회로 나아간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공적 영성의 회복과 함께 윤리적 탁월성을 배양함으로써 현재의 도덕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윤리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자아가 아닌 하나님의 이야기가 다시 중심이 되는 신학을 회복시켜야 한다.

교회에서 하나님을 아는 바른 지식이 점점 충만하게 되면 신자들은 그 빛에서 세상과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안목을 키우게 된다. 또한 자신을 절대의 기준에서 돌아보고, 사회를 봄으로써 자기를 상대화하고, 점점 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도모하는 삶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배양할 수 있게 된다. 교회의 윤리적 탁월성의 원천은 바로 이 ‘비일상성의 일상화’을 통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이야기를 통한 탁월한 성품의 공동체로서의 교회도 구현해야 한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비움을 추구하고, 가난하더라도 투명하고, 깨끗하고 평안한 삶을 사는 자가 존중받는 분위기가 교회에 가득하게 해야 한다.

목회자의 자질과 도덕성도 제고돼야 한다. 목회자는 전문가, 경영가가 되는 것에 앞서 우선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기를 추구하는 구도적 제자가 돼야 한다. 교회의 윤리적 건강성은 목회자의 도덕성과 관련이 깊다. 한국 교회의 신뢰도 추락은 목회자의 비윤리적 모습과 관련돼 있다. 목회자들은 거룩한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라는 의식을 갖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세우고, 경건한 삶을 도모해가야 한다.

한국 교회는 아무리 현대문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력이 강하다고 해도 하나님과 성경의 진리가 사람을 변화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신원하 박사, 고신대 교수>

# 성경교육과 제자훈련 통한 영성회복
교회 지도자들의 영성회복이 시급하다. 신학자들은 목회 후보자들에게 신학적인 지식과 더불어 목회자적인 마음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신학을 가르치는 학자들이 먼저 영성을 회복해야 영성이 살아 있는 목회자를 양성해 낼 수 있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영성도 회복돼야 한다. 영성회복을 통해 소유하게 되는 ‘열성적 영성’은 교회성장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이러한 영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개발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영성교육의 강화를 통해 영성은 회복될 수 있다.

교회 지도자들은 성도의 신앙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이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만큼 성경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 교회성장의 기본은 성경교육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성경교육에 소홀하게 되면서 영성은 시들어지게 됐다.

교회가 현대화되어 갈수록 성경자체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신학적 지식의 탐구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사변적 논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성경을 가르치는 교회 지도자들조차 성경지식보다 신학지식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성경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신학중심의 교육을 받은 결과이다.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성경보다 상황의 문제들에 대해 신학적이고 사변적 사고를 하는 경향을 띠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경교육을 소홀하게 됐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성경교육을 반드시 강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성경교육은 강해설교나 제자훈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교회교육의 관점에서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성경교육을 강화하며, 제자훈련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그들을 인도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신학적인 지식과 더불어 목회자의 마음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한춘기 박사, 총신대 교수>

# 기독교 신앙의 보편화 추구
현재 한국 교회를 향해 공공성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초창기 교회처럼 교회의 존립에 연연하는 시기가 아니다. 복음전파에 더 주력해 교회의 증식과 확장이 아닌 이미 성장한 교회의 신앙적 역량을 사회의 공적 영역으로 순환해 사회적 책임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회의 공적 책임 문제는 교회의 사회적 존재방식의 변화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교회 자신에게 부여된 보다 본질적인 요구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복음은 개인구원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제도 등 삶의 공공 영역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복음은 단지 개인을 향한 인격적 구원의 문제만이 아니며, 교회적 형태로 마침표를 찍는 것도 아니다. 복음은 인간 역사와 사회 공동체, 삶의 영역 전체에서 구현돼야 한다. 교회의 공공성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국 교회가 세상을 위한 책임적 역할에 관한 문제다. 사유화된 종교를 극복하고, 공적 기독교로 거듭나야 하는 문제다.

한국 교회는 분명 신앙과 공공의 삶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패러다임에서 신앙과 공적 삶의 통합을 추구하는 공적 기독교 패러다임을 요청받는 전환점에 처해 있다.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예배당과 골방에 갇혀 있는 신앙이 아니라 공공의 삶, 모든 영역에서 ‘공적 제자도’를 구현하는 것이며, 세상의 복판에서 공공의 담론을 형성하며 기독교 신앙의 보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김동춘 박사, 국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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