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에 있는 침묵과 기도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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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에 있는 침묵과 기도의 공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10.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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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침묵’, 노팅힐 여자 봉쇄 수도원 다뤄

번잡한 대도시 런던의 노팅힐, 그 중심가에 가르멜 여자 봉쇄 수도원이 있다. 눈과 귀를 유혹하는 도심에서 기도와 침묵 수행이 과연 가능할까?

마이클 화이트 감독의 영화 ‘사랑의 침묵’(No Greater Love)은 혼란스러운 세상과 담 쌓고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삶과 죽음, 신에 대한 믿음과 의심, 그리고 수도자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을 수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에서 개봉한 ‘위대한 침묵’이 알프스 남자 봉쇄 수도원의 일상을 다뤘다면, ‘사랑의 침묵’은 도심 속 여자 봉쇄 수도원의 일상을 통해 침묵 체험의 깊은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1878년 9월에 설립된 이후 한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런던 노팅힐 중심가에 있는 여자 봉쇄 수도원을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이곳 수녀들은 청빈, 정결, 순명을 서원하며 병원에 가는 일 말고는 수도원을 거의 나가지 않는다. 하루 두 차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흔한 TV, 라디오, 신문 등 대중매체도 없다. 오로지 침묵과 기도 가운데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신의 소명을 깨달아 간다.

작품에는 런던 노팅힐 가르멜 여자 봉쇄 수도원의 수녀들이 직접 출연한다. 카메라의 눈을 통해 수도원의 정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복도, 수녀들이 화초 심는 모습, 예배 장면 등을 응시한다. 휴식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 개별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수도원의 종소리, 바람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등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침묵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이런 소리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물 본연의 소리에 점차 녹아든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침묵 수련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수도자들의 일상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특히 쉼 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오랜 시간 피정을 한 듯 치유와 용기를 선사한다.

마이클 화이트 감독은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수녀님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안락한 일상 뒤에 숨는 쉬운 대안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선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고 이건 종교가 무엇이든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말했다.

2009년 영국 에든버러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주목 받기 시작한 ‘사랑의 침묵’은 이후 시네시티 영화제, CORK 영화제, 빅스카이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2010년 국제종교영화제 대상, 캐나다 국제영화제 우수상, 2009년 베를린 브릿스포팅 영화제 장편영화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전체관람가다. 상영시간은 106분, 10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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