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르포]허름한 교회 하나도 소중한 역사…유네스코 문화유산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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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르포]허름한 교회 하나도 소중한 역사…유네스코 문화유산 꿈꾸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10.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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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의 성지 나가사키 순례길을 가다 (중)

▲ 나가사키현은 도서지방 천해의 자연자원과 일본 그리스도교 문화재 세계 유네스코 등록 및 동북아순례길 조성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지역 사회문제를 풀어갈 예정이다.

일본 나가사키현이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선택한 지역사회 활성화 정책, 동북아 기독교 순례길. 일본 성시화의 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프로젝트에 나가사키현 관계자들은 사활을 걸었다.

인구노령화 현상과 새신자 유입감소로 점점 사라져가는 교회당. 기독교 신앙 보존과 지역경제 두 개의 문제에 직면한 일본 잠복그리스도교의 후세들은 선조로부터 내려온 교회당을 지키기 위해 지역 사회 유네스코 문화재 추진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총인구 145만 인구 중 6만 3천 명의 그리스도교 신자가 살고 있는 일본 나가사키현. 2015년 신도발견 150주 년을 기념해 나가사키현은 지역 내 문화재로 지정된 교회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 시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에서 상대적으로 복음화율이 높은 이 지역 행정담당 수장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한 방향으로 나가사키 교회군 및 그리스도교 관련 문화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프로젝트를 선택한 것이다.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해 주민수가 급감하는 현실에 직면한 나가사키현과 지역 신자들이 선택한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방문하는 곳곳이 교회당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따라 그 꿈을 살펴봤다.

▲ 테스카와 요스케가 목재로 건축한 성당 중에는 에가미교회당이 첫 번째로 손꼽힌다. 그는 부족한 건축 예산으로 대들보 및 나무 기둥마다 나무테 무늬를 직접 수작업으로 그려 넣었다.

# 하늘을 담은 에가미교회

숲속 입구에 위치한 하늘색 지붕에 하얀 건물. 이곳에서는 작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예술작품 같은 교회당을 만나 볼 수 있다.

교회 건축 자금이 부족해 기둥 하나하나에 물결무늬를 수작업으로 그려낸 교회. 스테인 글라스 한 장 한 장에 꽃무늬를 새긴 건축가의 정성을 만날 수 있는 곳. 고토 나루초 오오쿠시에는 테스카와 요스케가 지은 성당, 3대 성당 중 하나인 에가미 교회당이 있다. 벽돌과 바위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에는 노쿠비 교회당과 카시로가지마 교회당이 있지만 목재를 소재로 한 곳으로는 에가미 교회당이 첫 손에 손꼽힌다.

일본나가사키순례센터 이리구치 히토시 씨는 “이 교회당을 세울 때 정말 많이 힘들었을 듯하다”고 말하며 “많은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교회 곳곳에 새겨진 정성의 백미는 대들보를 비롯해 나무 기둥마다 나무테 무늬를 데스카와 요스케가 직접 수작업으로 그려낸 점. 이리구치 씨는 “그는 부족한 건축 예산에도 교회당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땀과 눈물과 노력을 교회당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유산으로 잠정 등록된 이곳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지만 소재가 목조인만큼 그 필요성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직접적인 이유는 인구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예전에는 산 넘어 마을 학생의 통학을 위해 터널을 뚫을 정도로 주위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지역 내 3가구만 거주해 초등학교마저 폐교된 상황이다. 후쿠에항과 나루항에서 해상택시로 30여 분 걸리는 이곳은 그래도 아직까지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는 살아있는 교회당으로는 유지되고 있다.

지리를 옮겨 해상으로 이동해 고토시 와라비초 고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구 고린교회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881년 건립된 하마와키 교회당을 1931년 개축 시 자재를 해체해 그대로 고린 지구로 옮겨 지은 이 교회는 노후화로 철거되기 직전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해 그 가치가 인정돼 문화재로 보존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구 고린교회당은 도서지방에서 기독교역사 유적문화재로서 공식 보존 육성된 중요모델이 되고 있다. 한때 노후화로 철거되기 직전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 구 고린교회당

순례단을 이끈 이장주 선생은 “현재 이곳은 예배당으로서 이용되고 있지 않지만 고토시 문화재 남아 보존되고 있다”며 “이곳은 남겨진 기독교역사 유적을 문화재로서 공식 보존 육성한 중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회는 역사적으로 1873년 일본에서 기독교의 자유가 허락된 시기와 이를 법률적으로 인정한 1889년 사이에 건축됐다.

이 선생은 “1873년까지만 해도 섬 곳곳에 기독교인을 체포한다는 방이 붙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명치헌법에 의해 신앙의 자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될 때까지 16년 동안 이 곳 신자들은 계속해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한 때 50가구가 거주해 뜨거운 신앙 열기를 느낄수 있었던 고린 지구에도 지금은 인구가 줄어 형제 2가구만이 남아 교회당을 지키고 있다. 지역 주민은 “예전에 6개였던 성당도 3개로 줄어들어 구 고린교회당도 에가미교회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이 일본 그리스도교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급격한 인구감소’. 이는 나가사키현과 일본 그리스도교인들이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할 공통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나가사키현의 경우 매년 도서지방에서 빠져나가는 6천여 명의 인구를 붙잡기 위해 자생의 활로를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특히 500만 신자를 보유한 한국 가톨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나가사키현의 결단
나가사키현은 최근 3년 간 한국과의 교류를 위한 특별정책을 수립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지역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순례기자단이 만나본 나가사키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류를 위한 정책이 2013년 이후에도 높은 강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나가사키 순례길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나가사키현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로 일본 국내 50만의 일본 가톨릭교인뿐만 아니라 한국 500만 가톨릭 신자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나가사키현에서는 고토 지방을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한 교회들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시켜 순례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잠정 등록된 교회당이 계획대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인정될 경우 나가사키현은 동북아에 유럽과는 또 다른 순례길을 개척한다는 구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예루살렘순례길에 이어 새롭게 동방의 순례길을 개척해 세계 기독교인을 유치한다는 구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새롭게 조성될 동북아 기독교 순례길은 이곳을 방문하는 신자들에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관광함과 동시에 순례길을 따라 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게 된다.

계획 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은 나가사키현 관광부 책임자 전원이 명함 한 면을 영어 대신 한글로 바꾼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전 나가사키현 시장이 과로로 관련 계획 추진 과정에서 사망한 점에서도 그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오우라 교회당의 경우 오는 2015년 신자 발견 150주년을 맞이해 적극적으로 세계문화유산등록을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될 경우 교회당은 세계문화재로서 보존을 확고히 할 수 있고 일본 그리스도교는 명맥을 유지,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또한 나가사키 현의 경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 인력을 타지로부터 불러들일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1년 9월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나가사키 성당들을 세계유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 안건은 2006년 11월 나가사키현에서 나가사키 교회들과 그리스도교 관련 유산 등록을 문화청에 제안했고 2007년 국가 문화심의회에서 세계유산 잠정 일람표에 추가, 문화유산으로 결정해 세계유산 일람표에 등록했다.

나가사키현 겐이치 시카고시 관광국장은 “나가사키 현은 한국 가톨릭과 교류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 활동 중이라며 한국 순례객과 일본 순례객이 서로의 기독교 역사를 알아가고 문화 배울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길바란다”고 말했다. 나가사키현 관광부 관계자는 이를 위해 올해 10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가사키현 내의 고토시 지역도 생각은 마찬가지, 이 지역 일본 그리스도교인의 경우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늦어 자생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신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신앙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개의 문제를 앞두고 있다. 또 지역 성도들은 노령화 현상과 새신자 유입감소가 지역 교회당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현재 시와 연계해 교회당을 국가중요문화재 지정하는 것을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다.

▲ 나가사키현은 오는 2015년 신자발견 150주년을 맞이해 오오우라교회당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오오우라교회당은 7대째까지 교회 지도자 없이 숨죽이며 이어 내려온 일본그리스도교가 역사의 수면 위로 다시 모습을 나타낸 곳이다.

# 오오우라교회당

나가사키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오오우라교회당은 니시자카 언덕이 마주 보이는 곳에 1864년 세워졌다. 1953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당이자 국보로 재차 인정받은 이곳은 2차세계대전 나가사키 원폭 당시 북쪽에 위치한 산이 핵폭풍을 막아준 덕분에 그 모습을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오우라 교회당이 유명한 이유는 일본 기독교의 대사건으로 일컫는 ‘신도발견’ 때문이다. ‘신도발견’은 1614년 도쿠가와 막부에서 기독교 금교령을 공표한 이후 끊어졌으리라 생각됐던 일본그리스도교인이 1865년 성당을 찾아와 신부에게 자신은 신앙을 갖고 있는 신자임을 밝히며 드러났다. 이는 일본 내에서 구교가 7대째 신앙지도자 없이도 그 명맥을 계속 유지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당시 교회당을 찾은 우라카미 지역 사람들에게는 금교령 이후 200여 년 후 신앙의 자유가 찾아 올 것이라는 바스챤의 예언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휴우레 신부와 프치잔 신부가 설계 감독하고 아마쿠사의 코야마 히데가 시공한 이 예배당은 구 라틴 신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교회당은 계속 성장함에 따라 양쪽으로 3번 증축해 오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예배를 위한 교회당 보다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구 라틴신학교에서는 한국에서 유학 온 신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한국에서 웨슬레안대학으로 유학 온 한진 씨는 “과거 일본에도 기독교 신앙을 위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신자로서 아픔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며 “일본이 좀 더 포교 되어 크리스천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일본 신자들은 신앙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반신자나 신학생이나 성경에 대한 공부량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와 비교할 때 한국 교회는 밝고 활달한 대 비해 일본 교회는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신앙과 관련 자신의 생활과 연관해 많은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한 명 한 명의 신앙의 깊이가 상당히 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가사키현 미나미 야마테마치에 위치한 오오우라 교회당은 연중무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있고 성당 아래에는 구 교회당을 대신하는 신 교회당이 증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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