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인간은 자기 죄를 속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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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인간은 자기 죄를 속죄할 수 있을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9.20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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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영화, 죽음과 구원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표현
죄의식을 안고 속죄로 가는 고통 묘사

인간이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구원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일까. 구원과 관련된 존재론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추상적이고 주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주제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잔혹하게 그려낸 영화가 있다.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Pieta)는 인간의 속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파편적이고 잔혹해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인간의 죄와 속죄, 구원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제목인 피에타는 죽은 예수의 몸을 떠받치고 비탄에 잠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을 지칭하는 기독교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1499년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피에타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강도(이정진 분)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엄마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조민수 분)와 만난다. 두 사람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점차 두 사람의 잔인하고 극적인 비밀이 파헤쳐진다.

영화는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수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강도는 사채 수금을 직업으로 가졌고 ‘인간 백정’이라고 불린다. 철거를 앞둔 청계천 세운상가의 골목길을 악마처럼 돌아다닌다. 그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채무자의 손목을 자르거나 다리를 불구로 만들기도 한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다. 그는 돈을 이유로 사람을 잔혹하게 대하면서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 그런 강도에게 찾아와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 그녀의 거듭된 헌신에 강도는 어느새 진짜 엄마처럼 믿고 따르기 시작한다. 강도에게 어머니는 점차 절대화되고 우상화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이 발견되는 과정에서 강도는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 그리고 속죄를 위해 가혹한 방식으로 구원을 갈망하게 된다.

결국 영화 ‘피에타’는 죽음과 돈에 대한 이야기다. 김기덕 감독은 프로덕션 노트에 “피에타는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라며 “돈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와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죄와 구원의 문제를 교리적 접근이 아닌 인간의 본질로서의 죄, 죽음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소재가 활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원천적으로 가진 죄의 본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불편하지만 볼만한 영화다.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추태화 교수는 “흔히 진실은 밝음, 양지, 드러난 것을 통해 표현되는데 ‘피에타’는 그늘, 음지, 숨겨진 것을 통해 진실을 말하려고 하는 새로운 의미의 네거티브”라며 “용서 받을 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가 가진 그늘의 세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청계천 주변은 철공소, 인쇄공장 등 서울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았지만 아직 개발이 안 된 그늘진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2000년대 서울에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1970년대 중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실은 그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추 교수는 “영화는 과연 신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서 “강도가 스스로 극한의 고통을 느끼며 속죄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적인 방식으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는 구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많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에타’는 ‘사마리아’, ‘아멘’과 함께 어린 시절 성직자가 되고자 했던 열망을 표현한 세 편의 영화 중 하나”라며 “성직자가 되려고 했지만 공부를 마치지 못했고, 대신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이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 교황청이 발행하는 일간지 ‘로마노’는 영화 피에타에 대해 비평한 펠레그리니 예술비평가의 글을 실었다.

그는 “‘피에타’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숨김없이 묘사하면서도 영혼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작품”이라며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로 인해 아들은 처음으로 ‘고통’을 느끼고 범죄의 현장에서 ‘자비’를 갈구하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어머니의 비밀로 인해 ‘피에타’는 복수가 되기도 하고, 용서가 되기도 하며, 속죄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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