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찬송가보다 두 개의 '공회'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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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찬송가보다 두 개의 '공회'가 문제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9.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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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 재단법인 취소부터 새찬송가 발행까지

▲ 지난 7월 26일 찬송가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교단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21세기찬송가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지난 7일 감리교, 통합, 합동 3개 교단이 정동 달개비에서 모임을 가졌다. 전혀 다른 3개 교단이 만난 이유는 바로 ‘찬송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충남도청으로부터 법인 취소 통보를 받고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찬송가 사태의 본질적인 대책을 공유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그리고 이 모임이 있기 약 한 달 전인 7월 26일에도 기장, 기하성, 침례교 등 주요 교단 총회장들이 모여 새로운 찬송가 발간에 지지를 표했다. 21세기찬송가가 나온지 불과 6년. 일명 ‘표준찬송가’로 불리는 새 찬송가 출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 교단들은 긴장하고 있다. 21세기찬송가를 쓰자니 불편하고 또 다시 새로운 찬송가를 채택하자니 성도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체 한국 교회 찬송가 문제가 왜 이렇게 꼬인 것일까.

# 새 찬송가 나오나?
교계의 관심은 ‘과연 새로운 찬송가가 또 나올까’ 하는데 집중돼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를 하나로 모아온 전통에 찬송가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자부한 찬송가가 각종 민형사 소송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저작권마저 공중에 떠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찬송가 발간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비법인 찬송가공회가 개발 중인 ‘표준찬송가’는 시제품 인쇄 단계에 들어갔다. 곡 선정이 마무리됐고, 일부 저작권 허락 절차만 남았다. (비법인 찬송가공회는 재단법인 설립에 반대한 공회 파송 교단들이 모여 전통을 유지해온 곳으로 새찬송가위원회와 찬송가위원회라는 찬송가 공회 상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표준찬송가는 통일찬송가에서 사용하던 찬송과 더불어 한국인 찬송 70곡이 포함됐으며, 복음성가와 CCM 등 집회찬송 70곡을 추가했다. 집회찬송은 부록형태를 띠게 되며 원치 않는 교단은 첨부하지 않기로 했다. 복음성가 곡 대부분이 한국인의 곡이어서 전체 140여 곡이 한국곡으로 지금까지 발간된 찬송가 중 한국 곡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또 예배학적 구조를 담아 주제를 분류한 것도 눈에 띈다. 성부, 성자, 성령, 구원, 천국 등으로 이뤄진 기존의 신학적 구분을 살리면서도 ‘예배와 교회력에 따른 분류’를 추가했다.

저작권 무상사용 문제도 순탄하게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복음성가와 CCM 저작자들이 곡의 사용을 허락했고, 한국 찬송가 중 가장 많은 곡을 보유한 박재훈 목사도 흔쾌히 무상사용을 허락했다.
단, 비법인 공회는 저작권료 없이 찬송가 저작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대신 찬송가 발전을 위해 CCM 관련 협회에 기금을 지원하고 세미나와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공익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찬송가의 공교회성과 찬송가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공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저작권자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찬송가 작곡자는 “찬송가를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찬송은 우리의 신앙고백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다”며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널리 불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송가 저작자들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와는 저작권료 지불 소송을 벌였다. 그 이유는 찬송가공회가 사유화됐다는 의혹과 수십억 대의 예산이 전혀 공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담겨 있었다.

# 재단법인 허가 취소의 문제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는 교단들의 반대 속에 태동했다. 창립총회도 열지 않고 비밀리에 법인을 설립했다. 서울시에 법인 설립을 시도하다가 불발되자 충남 천안에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충남도에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당시 재단법인 설립은 뜨거운 논란이 됐다.

예장 합동은 교단 총회에서 수차례 법인 설립 반대를 결의했고, 기성도 임원회를 통해 법인 반대 의지를 표한 바 있다. 기장 역시 실행위원회에서 공식 반대했으며, 감리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설립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공회에 참여하는 교단 중 유일하게 법인을 허락한 교단은 예장 통합뿐이었다. 당시 법인 설립 이사장은 이광선 목사로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이었다.

이렇게 논란 속에 유지되어온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는 21세기찬송가 출판권을 일반출판사까지 확대했고, 음원 저작권을 일반 저작권 관리 업체에 위임해 찬송가 관련 업자들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당시 음원 저작권을 양도받은 관리업체는 방송사와 교회 등에 공문을 보내 찬송가를 무상으로 사용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찬송가를 더 이상 선교용으로 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법인 공회는 또 교단이 파송한 이사를 거부하고 자체 이사 임기를 우선하는 등 연합기관으로 지켜야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사유화’ 논란까지 일기 시작했다. 또 찬송가를 팔아 얻은 수익이 해외 세미나와 이사들 회의비로 대부분 소진된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찬송가 저작자들은 “돈도 많은 공회가 저작권료도 주지 않는다”며 소송을 시작하게 된다. 법인 찬송가공회가 위기에 처한 것은 바로 이 소송에서 비롯됐다.

고법 재판부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적법하게 그 전신인 찬송가공회의 재산을 양도받은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다며 ‘저작권을 소유한 단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대법이 고법 판결에 손을 들어주면서 법인 공회의 시련이 시작됐다. 음원 저작권 사용중지 가처분에서도 패소하고 충남도청은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서둘러 허가취소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법인 공회는 현재 충남도와 소송 중에 있고, 그동안 교계에서 지적된 사유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개혁에 나서고 있다. 예산을 삭감하고, 교단의 이사 파송을 존중하는 등 변화를 피력하고 있지만 생존 여부는 사회법 판결에 달려 있다.

# 두 개의 찬송가 여전한 우려
이런 상황에서 비법인 찬송가공회가 새로운 찬송가 발행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인 허가 취소 여부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여기에 21세기찬송가 보급이 불과 6년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새 찬송가 발행은 성도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1세기찬송가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개발 과정에서 학자들의 사견이 너무 많이 개입됐다. 신학적, 국문학적 잣대로 가사와 곡의 수정이 엄청나게 이뤄졌다. 21세기찬송가의 단점은 성도들은 익숙하게 부르던 찬송을 어색하게 만들었다는데 있다.

찬송가공회가 한국 교회 안에 유일한 단일 조직이라는 점 또한 ‘독점’의 횡포를 초래했다. 찬송가 교체를 원하지 않는 교회도 통일찬송가의 ‘절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새 찬송가를 구입해야 했다. 여기에 출판사들의 과열 경쟁이 대형 교회 중심으로 대대적인 찬송가 교체를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찬송가’를 고수하는 교회들이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차라리 익숙한 찬송가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표준찬송가’ 발행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에서는 “재단법인의 허가가 취소된다면 비법인 공회가 저작권 등 권한을 찾아와 21세기찬송가를 계속 내면 될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비법인 측은 “이미 21세기찬송가가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되었고, 부적절한 곡과 가사가 산재하며, 저작권자들과의 소송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산적한 문제를 나열했다.

또 법인 허가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21세기찬송가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 저작권 소유를 놓고 또 한 차례 장기적인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소송에 쏟아 붓는 비용을 차라리 새 찬송가 개발에 투자하자는 교단들의 의견도 일조했다.

또 찬송가가 상업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용의 누수’를 강하게 경계했다. 그 결과가 저작권 무상사용이다. 비법인 공회 측은 저작자들을 설득하며 ‘선교’를 위해 무상사용을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

10여년 간 논란이 된 출판권도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 공회는 ‘자유경쟁’을 주장하며 출판권을 개방했지만 그 결과 찬송가가 청계천에 덤핑으로 판매되는 등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 비법인 공회는 찬송가를 소모품처럼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출판권을 제한해 소중하게 간직하는 ‘성물’로서의 기능을 감당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송가 사제출판과 이로 인한 법적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도 새로운 찬송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찬송가 해결 ‘교단’에 달렸다
재단법인에 더 이상 찬송가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함과 21세기찬송가가 나온 지 6년 만에 각종 다툼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비법인 공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분열’이라는 한국 교회의 아킬레스건 때문이다.

미래목회포럼과 기독교지도자협의회 등은 “찬송가가 두 개로 분열되는 것은 안 된다”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새로운 찬송가 구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새 찬송가 발행을 지지하는 일부 그룹에서는 “지금도 찬송가는 2개”라고 지적했다. 목회 현장에서는 통일찬송가와 21세기찬송가를 혼합해 부르고 있다는 것. 또 다른 교계 인사는 “두 개의 찬송가라는 개념은 찬송가공회가 두 곳일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찬송가 사태의 본질은 교단이 연합기관인 찬송가공회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불법 법인이 설립되면서 교단의 통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사실상 ‘공회’가 아닌 ‘교단’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교단장들은 지난 7월 26일에 이어 9월 7일 잇달아 모임을 열고 법인과 21세기찬송가 문제를 논의하며 새로운 찬송가 보급에 신중을 기했다. 새로운 찬송가 개발이 불가피하지만 성도들의 부담을 줄이고 한국 교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 모아졌다.

비법인 측은 “발행 비용을 최소화하고 합본 시장이 주를 이루는 만큼 성서공회 등과 협조를 구해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1세기찬송가 발행 때처럼 일방적 교체를 강요하지 않겠다”며 “법인과 충남도청의 소송을 지켜보고 성도들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여유를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비법인 측은 “새 찬송가 발행을 이권다툼으로 보아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일단 한국 교회 중심축을 이루는 예장 통합과 합동, 감리교가 새로운 찬송가 발행을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일부 교단 총회에서 표준찬송가 시제품이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이제 새로운 찬송가에 대한 논란 여부는 ‘표준찬송가’의 실체로 넘어갔다. 예장 합동 측 한 총대는 “새로운 찬송가가 21세기찬송가를 뛰어넘는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찬송가가 정말 만들어지는 것인지,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가 중요하다”며 “찬송가공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 속에서 압박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진짜 성도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것인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 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찬송가문제의 해결은 결국 교단의 몫”이라며 “누가 과연 한국 교회를 위해 일하는 연합기관인지 검증하고 책임있는 파송과 관계자들에 대한 책벌, 그리고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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