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 ‘거리의 천사들’을 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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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 ‘거리의 천사들’을 돌아보세요!”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9.05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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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사랑실천 공동체 대표 두재영 목사

최근 여의도, 의정부역 등지에서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범죄자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낙오된 외톨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쌓인 사회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막기 위해선 가정해체와 취업난으로 인한 사회적ㆍ심리적 고립에 놓인 이들을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노숙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랑실천 공동체 대표 두재영 목사(꿈을이루는교회)를 만났다.

수요일 오후 2시, 서울역 13번 출구 길목에 있는 사랑실천 공동체의 문을 두드렸다. 저녁식사와 예배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서도 두재영 목사와 봉사자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1992년 2월의 기억
1992년 2월 제법 쌀쌀했던 어느 날, 을지로입구에서 부역장으로 근무하던 그. 이날도 어김없이 노숙인들을 역 밖으로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하철 승객들이 노숙인들을 보면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단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 지하철 역사에서 종이박스를 쓰고 잠을 청하고 있는 40대 노숙인을 쫓아냈다. ‘요즘 날씨면 밖에서 자도 얼어 죽진 않겠지’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매일 역사를 기웃거리던 노숙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돼 주변 상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한 노숙인이 죽어서 실려 갔다는 답이 돌아왔다.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쫓아내서 죽었다는 자책이 아니라 한 생명이 얼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싸움은 계속됐다.

그러다 그가 직장주택조합에서 조합장을 맡고 있던 때에 위기가 찾아왔다. 어린 시절 이웃마을 친구들과 어울려 여름성경학교에 한번 가본 기억이 전부인 그가 하나님을 찾았다. ‘하나님이 진짜 계시다면 저를 살려주세요. 도와주시면 믿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다시 몇 년이 흘러 2000년 허물없이 지내던 사촌형이 죽음을 맞았다.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갔던 부흥집회에서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천국이 있다는 사실과 위기에서 나를 건지신 것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개가 터지고 방언이 열렸어요. 성령이 제 속에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그 때부터였다. 꼴 보기도 싫었던 노숙인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노숙인들 역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안에서 노숙인이라는 존재가 ‘놈’이 아니라 ‘님’이 된 거죠.”

# ‘사랑실천 공동체’ 세워지기까지
2005년 그는 시청역의 역장이 되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니, 노숙인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그들을 역 밖으로 쫓아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노숙인들이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노숙인들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교회나 단체들은 많았지만, 언제 어디서 주는지를 모르니 어느 날은 폭식을 하고, 다른 날은 배를 곯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노숙인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왜 역을 깨끗하게 개선하지 않고 노숙인들을 불러 모으냐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12명의 동료들이 후원자로 나섰고 그들과 함께 빵과 우유를 준비해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12명이 48명으로, 48명이 470명으로 후원자가 늘어났고, 2008년에는 ‘사랑실천 공동체’를 정식으로 설립했다.

470명의 회비를 모아 사랑실천 공동체는 2011년 3월부터 매주 월요일 점심은 다른 지원 단체와 함께, 수요일 저녁은 단독으로 서울역 주변에 있는 3백여 명의 노숙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 무료급식 사역을 위해선 최소 한 주에 30만 원이 필요합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스스로 채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후원에 의지하다보니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늘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또한 사랑실천 공동체는 노숙인들이 복음을 통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사랑실천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맛나는 교회, 민족사랑교회, 드림씨티 등 14개 단체들이 전국노인노숙인사랑연합회를 조직해 노숙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숙인 합동결혼식, 김장나누기, 성탄절, 사랑나라 행사 등을 가졌다.

서울시에서도 이들의 노력에 감격한 것일까? 2010년 5월 ‘따스한 채움터’를 개소해 노숙인들이 식사를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 섬김의 마음으로 목사가 되다!
이와 별개로 그는 출석하고 있던 작은 교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2005년 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에서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교회에 나가면 봉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불편한 마음으로 교회를 출석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처음 찾아간 작은 교회에서 예배에 가기 위해 할머니를 업거나 장애인을 부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 그 감동은 전기를 연결해 주는 등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로 이어졌고, 안수집사가 되었다.

직분을 받았지만 말씀을 몰라 성도들과 함께 큐티를 나누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말씀을 알기 위해 신학공부를 결심했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학공부 중에도 노숙인에 대한 관심은 계속 돼서 ‘노숙인의 사회복귀’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노숙인들이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노숙인 발견 및 신고 → 임시보호 조치 → 요양 및 치료 → 재활프로그램 참여 → 전문 직업훈련 실시 → 취업 등 사회복귀 → 가정 안착’의 6단계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두 목사의 주장이다.

두 목사는 “시스템 도입과 함께 영적인 것이 필요하다”며 “3년 이상 된 노숙인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변화는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숙인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은 줘도 돈은 주면 안 된다”며 “노숙인들이 지역 교회를 돌면 몇 천 원씩 받아 오는데, 대부분 술이나 복권을 사는데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또한 두 목사는 최근 일어난 ‘묻지마 범죄’를 보고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회가 정보화되어 그 속에서 편리함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낙오되는 사람도 있다”며 “남대문이나 대구 지하철 사건도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사회적 불만을 표출한 ‘묻지마 범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죄자들 주변에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목회자나 크리스천이 있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회 안의 성도들끼리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에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목사는 노숙자들을 ‘거리의 천사들’이라고 말했다. 거리에 한 명의 노숙인도 없는 것이 그의 희망이고 꿈이다.

그는 ‘거리의 천사들’이 다시 가정이라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노숙인 사역을 계속할 것이다. (문의:02-757-5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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