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낮은 선교사 대다수…‘멤버케어’ 프로그램 확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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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낮은 선교사 대다수…‘멤버케어’ 프로그램 확대 시급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9.0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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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선교사, 어떻게 품어야 할까?

▲ 지난달 30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회의실에서 '멤버 케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세계 각지로 나가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헌신하는 선교사들.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세계 선교사 파송 2위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사각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귀국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추방, 피랍, 질병, 개인사정까지…. 하나님께 헌신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선교사들이 고국 대한민국에 돌아왔을 때,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멤버 케어’. 멤버 케어란 선교사들을 파송한 교회나 선교단체가 해당 선교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 중에서도 선교관, 게스트하우스, 쉼터(이하 선교관) 등은 선교사들이 입국하게 됐을 때, 짧게나마 편안한 쉼을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소중한 장소다. 지난달 30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지하 회의실에서는 여러 선교관의 운영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했다.

# ‘선교관’이란
선교지에서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려 노력하던 선교사들. 사활을 걸고 사역에 임하던 그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귀국했을 때 그들은 오갈 곳 없는 처지인 경우가 많다. 잠시 머리를 누일 수 있을 만한 장소도 가지고 있지 못한 탓이다.

이런 선교사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선교관. 선교관에는 교회가 세운 선교관, 선교 단체가 세운 선교관, 개인이 선교사를 섬기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선교사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선교단체가 세운 선교관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선교관으로 꼽힌다. 선교 단체에 속해있는 선교사들이 주로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식구’라는 개념이 커 선교사들은 물론 멤버 케어 담당자들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교회가 세운 선교관이다. 한때 선교사들에게 쉼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교회들이 선교관을 지었다. 그리고 선교사들에게 시설을 무료로 개방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회 선교관들은 선교사들에게 불편한 장소로 여겨졌다.

WEC 송정임 선교사는 교회 선교관에 머무는 선교사들의 뒷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잠시 쉬어가려고 선교관에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교회에서 세운 선교관들은 보통 교회 근처에 있어요. 교인들과의 만남도 잦죠. 매일 새벽예배가 있고, 수요예배, 금요철야까지.. 그런데 한 번이라도 예배에 빠지면 성도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선교사가 뭐 저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편안히 쉬실 수 있겠어요?”

물론 모든 교회 선교관들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의 복지관은 선교사들이 최고로 꼽는 복지관 중 하나.

매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교회차원에서 선교사들의 간식을 매일 챙기고 있는 것도 새중앙교회만의 섬김 방식이다. 새중앙교회 복지관 담당자는 “담임목사가 선교사들이 최대한 편안하도록 신경 쓰라고 강조한다”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교사의 숫자에 비해 선교관은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많은 교회들이 세웠던 선교관은 재정문제 등으로 대다수가 문을 닫고 있다.

송 선교사는 “선교사들을 품을만한 선교관도 부족하지만 선교사 후보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선교사 후보생들이 지낼 장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훈련을 받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선교사가 돌아온 이유
한국위기관리재단 노성경 선교사는 “많은 선교사들이 마음에 부담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지고 돌아온다”며 “이들이 가진 개인적 문제들에 대한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선교사가 하는 일은 세계각지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직면한 선교사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 피랍이나 납치와 같은 어려움이 대다수다.

노 선교사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안식년을 당겨서 쓰시는 선교사들이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정말 안식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겠느냐”며 “진정한 안식을 위해서는 내면의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선교사라는 존재가 정말 귀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존감이 떨어진 선교사들의 자존감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또한 “선교사들의 문제 상황에 따라 다른 해결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멤버 케어 담당자들이 선교사들을 ‘무작정 케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무작정 선교사님들이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리면 문제가 더욱 커질 위험이 있어요. 멤버 케어 담당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에요. 무작정 모든 것을 해드릴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은 말씀드리고 더욱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실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 것은 아프고 힘들지만, 그게 멤버 케어 담당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매달 한 명의 선교사에 대한 ‘맞춤형 상담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작은 규모 때문에 지금은 한 명을 품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선교사들을 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 어떻게 섬겨야 하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진 선교사들. 그리고 이런 선교사들을 만나는 멤버 케어 담당자들이 먼저 영적으로 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멤버 케어 담당자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관계에 대한 강의를 꾸준히 듣는다”며 “선교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 다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강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이 생긴다”고 밝혔다. 선교사들을 대하기 전 먼저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선의복지재단 유태선 선교사는 “멤버 케어 담당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온유’라는 마음”이라며 “온유란 내 권리와 기대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양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말은 화를 내지 않겠다,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 남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말”이라며 “선교사들의 기대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들의 기대를 꺾지 않고 하나님께 굴복시켜 다시 선교지로 보낼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교사들을 돕는 멤버 케어 담당자들의 노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선교사들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있는 선교관들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선교사들에게 헌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재충전을 마치고 다시 선교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갓러브하우스 정진화 대표는 “선교사 뿐 아니라 멤버 케어 담당자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며 “선교사와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상처를 받아 선교관을 닫는 분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멤버 케어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오늘 모임을 시작으로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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