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장만한 가족의 쉼터, 장애우와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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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장만한 가족의 쉼터, 장애우와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됐죠”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8.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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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밀알선교 부단장 조 영 숙 전도사

▲ 마포밀알선교 부단장 조영숙 전도사
“우리가 함께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가운데 변화가 시작됐고 감사가 생겨났습니다. 주님께서 내 삶의 자리를 택하신 것처럼 그 인도하심에 따라 감사함으로 매일 저를 내려놓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세 뼘이 채 안 되는 거리.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앙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인을 향한 사역.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에서 한 식구 밥상공동체를 중심으로 마포밀알선교를 이끌고 있는 조영숙 전도사를 만났다.

# 삶의 여정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은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나서부터였다. 그래서 불편한 왼쪽 다리는 51년을 살아오는 동안 때론 짐이면서 아픔이었다. 아픈 다리는 보행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무릎에서 올라오는 통증은 매일 다리를 거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힘들 때는 새벽기도에 가서 앉았다 일어나려 해도 여러 번의 준비가 필요했다.

아프다는 말은 어려서부터 짊어지고 살 단어로 생각해서였는지 살면서 다섯 번 아프면 한 번 아프다며 참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아픔이 최근 장애인 사역을 위한 마포밀알선교단을 시작하며 많이 줄었다.

“사역을 하기 전에는 연골주사도 자주 맞아야 했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사역을 시작한 요즘 오히려 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네요. 매일 함께하는 12명의 식구를 위해 밥하고 빨래하는데도 예전보다 오히려 건강합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조 전도사의 연골은 다 닳아서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골이 다 닳았다는 의미는 뼈와 뼈가 직접 맞닿는다는 것으로 때론 그 고통은 류마티스 환자의 고통과 비견되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아픈 몸만큼이나 사역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도 고통스럽고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대째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난 조영숙 전도사는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7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조 전도사는 그 때를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로 ‘가정예배’와 ‘주일학교’를 들었다. 매일 가정에서 드린 가정예배와 주일학교에서 열심히 한 성경공부는 아직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교회만큼 앞선 곳이 없던 시절 접하지 못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좋았지만 교회가 굉장히 뜨거웠던 그 시절에는 예배당에 가면 이유없이 마냥 좋았습니다.”

즐겁게 성장되던 신앙생활도 중ㆍ고등학교 시절을 맞으면 잠시 정체기를 맞았다. 신앙의 성장이 멈췄던 때 만났던 인생의 반려자. 반평생을 함께해온 남편 김기훈 씨를 처음 만난 곳은 워커힐 사회복지관 정립회관이었다. 그는 남편과 장애인 재활 복지관인 그 곳에서 밀알과 은하수와 같은 클럽에 가입해 활기찬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후 남편과의 교제는 대학교로 이어졌다.

그러나 교제가 결혼으로 이어지는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던 시댁에서 기독교인 며느리는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종교를 기독교로 바꾸면서까지 조 전도사를 따랐던 남편의 사랑은 무사히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 조 전도사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다음해인 25세의 나이에 신촌 규수당에서 결혼식을 하며 가정을 꾸렸다.
 

▲ 마포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 11시 장애우 30여 명과 서울시 은강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사진제공:마포밀알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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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기도 어려운 두려움
“신앙이 약해지고 믿음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가정적 환란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때, 분노와 염려, 두려움과 영적으로 쇄약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질 때는 기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순간도 경험하게 됩니다.”

평온하고 순조롭던 20대와는 달리 조 전도사가 보낸 30대는 환란의 시기였다. 남편의 이직뿐만 아니라 IMF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 하던 때였다. 당시 주변 환경적 변화를 비롯해 가정에 직접적으로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경제적인 범위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넘어섰다.

“하루하루 눈감기도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삶의 두려움 속에서 당시 할 수 있었던 고백은 두려움 밖에 없는 가운데서도 주님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였습니다.”

신앙의 터닝포인트는 뜻밖에도 어려운 시기 기도에서 찾아왔다. 친정 엄마에게 소개 받은 분으로부터 밤새 기도원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5일간 기도원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30대 초반 주님을 만나는 체험은 은강교회(노명재 목사) 철야기도 때 소예배실에서 드린 시간으로도 이어졌다. 환란의 과정을 겪으면서 간절함을 담아 금식도 함께 했다.

당시 기도를 하며 주님께 구했던 것은 방언의 은사. 집사님들과 함께한 기도 가운데 방언을 체험한 조 전도사는 당시 기도 후 찾아온 평안함을 오랜 시간 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현실 속에 계속되던 어려움도 금식과 함께한 작정기도 앞에 영적으로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난 순간부터 교회 전도, 봉사, 교육 사역에 임할 수 있었다. 기도 없이 주님을 믿는 삶이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기도하는 삶이 시작됐고 전도에 대한 열정도 그 때부터 함께 시작해 매년 30여 명을 전도할 수 있는 전도의 은사가 있음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환란을 겪게 하심은 장애로 겪은 아픔이 너무 많았던 저를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연단시키고 이끄시기 위해 주님께서 주신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7년부터는 김용의 선교사 순회선교단의 ‘복음학교’에 가게 됐다. 조 전도사는 이후 은강교회 청년단으로 구성된 헤세드 찬양단장을 비롯해 군선교회, 재소자선교, 여성선교회 회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며 제 자아를 죽이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십자가에서 이미 예수님과 함께 죽은 내 자신은 스스로 죽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주님께서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하나님께서 주신 뜻이 제 뜻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역으로의 이끌림은 올해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신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조 전도사에게는 아직 1997년 가슴으로 응답받은 ‘장애인 사역’에 관한 것이 주님께서 주신 큰 과제로 남아있었다.

# 공간을 내어드리는 삶
처음 결심은 예비하신 공간에서 사역을 섬기는 것이었다. 남편과 아들 세 식구의 생활공간인 집 만큼은 내어 드릴 수 없는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가슴으로 내려온 사역에 대한 열정은 삶 가운데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내어 드릴 수 있도록 이끌었다.

조영숙 전도사는 그렇게 4월 19일 지금의 장소로 이사왔고 이곳에 지난 5월 9일 마포밀알선교센터를 열게 됐다. 그는 환란의 시기 기도를 통해 받은 장애인 선교사역이 15년의 세월을 지나 현실의 삶 가운데 도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마포 밀알선교회는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열려 있다. 모두 함께 식사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비록 작지만 장애우를 대상으로 월요일은 기타, 화요일은 리코더, 목요일은 성경공부를 가르쳐주고 집단상담과 함께 매달 한 번씩 목공교실을 열고 있다. 그리고 토요일 11시에는 매주 은강교회에서 장애우 30여 명이 모여 정기예배를 드린다.

“매일 아침 함께 모여 큐티 가운데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변화된 모습에서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역사하심을 하루하루 느끼게 됩니다.”

매일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어 지하철을 배회하는 장애우를 볼 때 가장 가슴 아프다는 조 전도사는 여러 사역 가운데 장애인 선교사역을 택한 것이 아닌 ‘주신 사역’이라 말했다. 매일 앞치마를 동여 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조 전도사는 지금까지 이끌어주심과 앞으로의 사역과 자신의 신앙의 여정에 대해 신앙은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한 행복한 동행이라고 고백했다.

▲ 사역 위해 가정공간을 내어드린 마포밀알선교단 창립예배가 지난 5월 9일 서울시 신수동 마포밀알선교센터에서 있었다. <사진제공: 마포밀알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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