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호칼럼] 갑각류 크리스천
상태바
[옥성호칼럼] 갑각류 크리스천
  • 옥성호
  • 승인 2012.08.23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성호의 기독교 문화를 깨운다 (5)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은 다 갑각류야. 겉모습은 엄청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어 보이는데, 실상 그 속은 연약한 살로 가득 채워진 갑각류…….”

언젠가 어느 목사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한 말씀이다.

갑각류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새우, 가재, 게……. 대충 이런 것들이다. 갑각류는, 겉껍질은 단단한데 그 속에 든 살은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허물어지는 절지동물이다. 들여다보면 그다지 실속 없는 이 갑각류의 이미지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갑각류 크리스천을 떠올릴 수 있다.

갑각류 크리스천의 첫 번째 특징은 속의 것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겉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살다 보면 누구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에 물들게 마련이고,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원하지 않는 가면을 쓰고 살기도 한다.

갑각류 크리스천의 두 번째 특징은 자신이 아닌 유명인의 명성에 기대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숭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갑각류 크리스천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간증집이고, 가장 좋아하는 집회는 간증집회다. 아무리 교회를 오래 다녔을지라도 성경 말씀을 심도 있게 다룬 신학 서적은 도대체가 견디지 못한다.

갑각류 크리스천의 세 번째 특징은 내용보다 효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감정 고양에 더 치중한다는 점이다. 속살이 여린 갑각류 크리스천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도 감동적인 모습으로 손을 들고 찬양을 반복하며 쉽게 눈물 흘린다. 찬양을 통한 감정적 엑스터시야말로 21세기에 들어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갑각류 크리스천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영역이다.

갑각류 크리스천의 네 번째 특징은 신앙에 대한 이성적 의문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여린 속살을 굳건히 감싸고 있는 딱딱한 나의 갑각, 그 껍질에 행여 균열이 갈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기 신앙생활을 향해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을 할 때 즉각 수동적으로 그리고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반응이라고 해봐야 “그냥 믿어”, “때가 되면 다 알게 돼”, “인간이 감히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겠니?” 등의 단골 대답이 고작이다.

지금까지 갑각류 크리스천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았다. 과연 어떤가? 문제없어 보인다면 그냥 그대로 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껍질뿐 아니라 내 속살까지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그 첫걸음은 바로 이것이다.

나의 의문과 그 회의적인 시각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다음 치열하게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내 속살을 다지며 진정한 믿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은혜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맹신하며 무조건 덮지 말자. 공부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회의하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겉껍질뿐 아니라 속까지 단단한 크리스천이 되는 첫걸음, 그 길에 다른 길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