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에만 환호했다면 절반밖에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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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에만 환호했다면 절반밖에 못 봤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8.13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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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선수들 감동스토리 풍성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2012년 런던올림픽이 13일 새벽을 기해 17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를 차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로 4위를 기록한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이라는 10-10목표도 무난하게 달성했다.

다양한 기록이 쏟아졌지만 과거 그 어느 대회보다 선수들의 감동스토리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4년, 그 이상 쏟은 땀과 눈물의 시간을 메달을 통해 보상 받은 선수도 있지만, 메달획득에 실패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종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 어려움 딛고 얻은 값진 승리

▲ 가난을 극복하고 올림픽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 선수.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고개 좀 들고 어깨 펴 짜샤. 형도 그랬단다 죽고 싶었지만 견뎌 보니 괜찮더라. 맘껏 울어라 억지로 버텨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테니….”

비닐하우스 단칸방에 살고 있는 부모님에게 집을 선물하고 싶어 했던 체조 선수의 감동스토리가 온 국민들의 마음을 적셨다. 양학선 선수는 체조 남자 도마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고의 난이도 ‘양1’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따낸 이후 양 선수의 어머니는 비닐하우스 단칸방을 찾아온 기자 앞에서 아들을 응원했던 가족 응원가 노라조의 ‘형’을 힘차게 불렀다.

양학선은 가난한 가정 형편 속에서 따낸 값진 메달이었기에 감동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한 건설사는 그에게 아파트를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모 기업은 수억 원의 후원금을 주겠다고 밝혔고, 농심은 그가 좋아했던 너구리라면 평생후원을 약속했다. 초라한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걸고 도마에 기대 몸을 던졌던 한 청년에게 주어진 위대한 도전에 대한 보상이었다.

감동을 준 메달은 또 있다. 권투 라이트급에 출전한 한순철 선수는 올림픽 권투 역사상 16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값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권투에서 언론이 주목했던 선수는 라이트플라이급에 출전했던 세계랭킹 1위 신종훈였다. 하지만 신 선수는 아쉽게도 16강에서 탈락했다.

인기 종목의 스타가 아닌 그의 경기는 처음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가 나섰던 경기는 국내 언론사에서 제대로 중계되지 않았다. 올림픽대표팀 축구, 체조 요정 손연재 선수의 경기와 겹쳤던 것이다. 그의 아내와 2살 딸을 위해 묵묵히 결승전까지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를 인터뷰한 ‘힐링캠프’ 김제동은 “선수들의 메달의 색깔은 다른지만 땀의 색깔은 모두 같다. 메달을 따지 못한 분들의 노력도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선이 주는 더 큰 감동
‘역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미란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큰 감동을 선사했다.

▲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에 출전한 장미란 선수가 경기를 끝낸 후 자신이 들었던 바벨에 키스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상 140kg을 거뜬히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땄던 장미란 선수.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금메달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1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어깨 통증과 허리 디스크가 왔다. 그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몸이 만신창이였던 것. 사고 후 1년여가 지났지만 몸이 정상일리 만무했다.

이쯤 되면 주변사람들은 선수로서의 출전을 만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장미란 선수도 출전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미 베이징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을 모두 휩쓸었던 그가 고통사고 후유증을 겪으면서까지 이번 대회에 출전을 강행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장미란 선수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훈련을 감당했고 런던올림픽을 준비했다. 장미란 선수는 “주어진 훈련 프로그램을 잘 소화한다면 목표를 이뤄낼 것이다. 베이징 때에 비해 몸은 안 좋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미란은 5일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역도 여자 +75kg급에서 인상 125kg·용상 164kg을 들어 올려 합계 289kg을 기록했다. 이로써 장미란은 세계 4위에 올랐다. 장미란은 용상 3차 시기 170kg에 실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바로 무릎을 꿇고 기도 세리모니를 한 뒤 바벨에 키스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단상에서 내려왔다. 최선을 다해 바벨을 들어 올린 선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장 선수는 그렇게 금메달이 아닌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서도 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줬다.

경기 후 장미란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면서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치지 않고 경기를 끝내서 다행”이고 말했다.

이 외에도 ‘1초’ 오심 논란을 딛고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펜싱 신아람 선수, 갑작스런 실격처리와 번복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역주로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은메달을 거머쥔 박태환 선수 등도 이번 올림픽에서 감동을 전했다.

국가별 종합순위에서 금메달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 승자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올림픽을 보는 일반적인 방법. 하지만 패자에게 주어지는 안타까움, 메달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도 큰 감동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올림픽을 제대로 보는 방법은 메달과 경쟁 이면에 있는 올림픽의 절반, 선수들의 진짜 땀과 눈물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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