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함’ 아닌 ‘행복’에 초점 맞춘 번영설교로부터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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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함’ 아닌 ‘행복’에 초점 맞춘 번영설교로부터 탈피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8.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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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 ⑧ 설교 (하) 부와 성공의 메시지

▲ 오늘날 청중들이 강단으로부터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방향성에 관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설교자들이 물질적, 인간중심적, 세속적인 메시지와 타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교자들은 청중들이 듣기 원하는 메시지가 아닌 반드시 들어야 하는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샤머니즘적 기복사상에 매몰돼 ‘믿음 = 만사형통’의 십자가 없는 메시지 넘쳐나
“나를 따르라”는 제자됨의 말씀 필요 … 목회자는 ‘성공’ 아닌 ‘성실’ 추구해야


“한국 교회는 성경말씀에 기초한 하나님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설교가 마치 저잣거리의 만담이나 하나님을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 교회 강단을 향해 한 신학자가 내뱉은 독설이다.

사실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알려진 기복신앙을 비롯해 긍정적 사고방식, 성장제일주의 등은 번영신학으로 얼룩진 강단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번영신학에 기초한 설교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믿음= 만사형통’이라는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샤머니즘적 기복사상이 배후에 깔려 있는 목회자들에 의해 변질된 성경말씀이 성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맥가브란과 로버트 슐러 박사가 한국 교회에 소개해 준 적극적 사고방식의 ‘교회성장학’이 번영신학으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 인간중심적인 번영과 성공에 관해 다루는 설교가 신학적이고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식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번영신학과 설교
이와 같은 번영신학에 기초한 설교는 부와 성공으로 거의 점철된다. 번영설교는 힘겨운 사회 속에서 지쳐있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소망을 주겠다는 선한 의도를 지닌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라는 복음성가의 가사처럼 세상에서의 승리와 성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하나님과 인간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수평적 차원의 행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는 “한국 교회 상당수 목회자들이 지나치게 번영과 성공을 하나님 축복의 기준으로 설정해 설교함으로써 물질주의로 얼룩진 오늘날 시대에 영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세속적 성공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동일화시키는 작업을 강단에서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도들의 신앙은 강단에서 선포된 부와 성공, 축복 이데올로기에 함몰돼버렸다.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는 번영신학의 근간이 되는 영광 신학에서 눈여겨봐야 할 단어들은 ‘교만’, ‘인간의 공로’, ‘영광과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은 성경의 개념과는 대치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번영신학의 가장 큰 문제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신적인 능력을 이용하려는 이교도의 우상숭배를 고스란히 닮았다”고 주장했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번영신학은 하나님이라 이름붙인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교회를 성장시키고,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려는 목회자들의 욕망에 의해 번영신학은 강단에서 끊임없이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목사는 “번영신학 설교가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종교성을 이용해 교인수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참으로 바라시고 일하시는 온전한 성도를 세우는 일은 점점 더 소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 왜 번영설교에 집착하는가
그렇다면 왜 목회자들은 번영설교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일까. 설교학자들은 오늘날 강단으로부터 요구되는 것은 설교자들의 설교가 반드시 실천적이며 효과적이어야 하며, 매일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설교자들은 청중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많이 누리고 행복한 삶인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 강단에 선 설교자들은 진리 자체보다는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며 위로가 충만한 메시지를 전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음을 확증할 목적이 아니라 흥미와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말씀을 선포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설교자들은 성도의 ‘거룩함’ 보다는 ‘행복’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세속주의적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신성욱 교수(아신대)는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의 필요성에 유익을 주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휴머니즘과 많이 벌고 복을 누리는 물질적 가치로 판단한다는 물질적 사고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의미를 둔다는 실용주의적 사고가 교회 안에 점점 스며들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에 발맞춰 교회나 설교의 방향을 몰아가야 하는 목회적 분위기가 설교자들을 현실적 실용주의자로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실용주의는 인간 중심의 설교, 곧 부와 성공, 번영을 위한 설교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현재 심리치료적인 설교, 긍정적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설교, 개인중심적인 설교 등이 난무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영향 때문이다.

또한 성도들을 목회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기에 번영설교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는 현실도 설교자들이 번영설교에 목매는 이유 중 하나다. 성공과 부가 함께하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마다할 성도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결국 성도들이 반드시 듣고 새겨야 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보다 성도들이 듣기 원하는 설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목회 안정을 위해 번영설교를 내려놓을 수 없다. 목회자들 사이에서 목회성공은 곧 수적, 외적 성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죄에 대한 언급이나 죄인에 대한 설교자들의 지적을 청중들이 싫어하는 것도 번영설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불신자들이나 교회에 처음 나오는 새신자들에게 죄에 대한 설교는 너무 부담이 되고, 교회성장에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신자들을 교회에 오래 묶어두려면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매력적이고 인기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신성욱 교수는 “물질적, 인간중심적, 세속적, 현실적인 설교를 타협할 수밖에 없는 목회적 현실이 오늘 설교자들을 점점 더 그런 발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이와 같은 인기연합주의 효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로버트 슐러 목사의 목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며 “그의 사례는 번영신학의 말로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 샘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성경은 번영신학을 말하는가
그렇다면 이와 같은 번영설교는 성경과 거리가 먼 것일까. 번영설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없다는 것이다. 고난과 질병, 가난, 슬픔 등과 같은 개념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번영신학 설교는 믿음이 견고하거나 신앙고백에 문제가 없는 한 성도는 결코 고난당하지 않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은 고난을 당하기도 하며, 하나님 또한 하나님 나라의 목적과 영광을 위해 고난을 활용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성욱 교수는 “번영신학 설교는 물질적 축복에 집중하지만 성경은 재물 축적의 위험성에 관해서 경고한다”며 “번영설교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어렵고 궁핍한 형편에 관심 가질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물질적 복이나 건강이 보장된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성경의 중심사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제자됨을 의미한다. 제자는 자신의 욕망보다 그 분의 뜻을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 중에 ‘나를 믿으라’는 말씀보다 ‘나를 따르라’는 말씀이 네 배나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주님을 위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섬기고, 희생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복음을 전하는 삶이 제자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 설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는 것이 설교다. 신 교수는 하나님이 성경 속에서 보여주신 메신저가 필히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즉, 직설법과 명령법이다. 신 교수는 “직설법과 명령법의 패턴은 설교의 서론을 청중들이 좋아하는 기호나 욕구를 무조건 배제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청중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소망을 줄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축복의 약속들을 먼저 터치한 후에 그렇지 못한 삶에 대한 책망과 권고와 또한 그에 걸 맞는 삶에 대한 촉구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설교가 책망이나 정죄와 같이 부담스럽고 부정적인 메시지보다는 소망의 메시지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흘러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직설법과 명령법의 설교패턴은 인간 중심의 설교에서 하나님과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로 출발점과 우선순위를 옮겨준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수많은 청중들을 매주 만나는 설교자는 그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만져줘야 할 사명과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받고 누리는 일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야 함과 주변 이웃을 위해 나눠주고 섬기고 도우는 것도 동시에 강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설교사역은 전도라고 설명한 이성민 교수(감신대)는 성경과 신앙의 전통을 가르치는 것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 약한 자들과 병든 자들을 치유하는 사역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예수가 그리스도 되심과 그리스도 안에서의 가난과 번영을 선포하는 것이 설교자의 책임”이라며 “설교자는 그리스도 없는 번영은 지옥의 전조이며, 그리스도 없는 가난함은 절망뿐임을 선포하는 사역자다. 반드시 그리스도 안에서의 번영이 천국이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가난이 천국임을 증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말씀을 성실하게 준비해 진실하게 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설득적이어야 하고, 공감을 얻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주장하기보다 설득적으로 전하는 설교자가 필요한 것이다. 최이우 목사는 “목회자가 자신의 목회철학이나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설득해야 한다”며 “번영신학이 욕망을 향해 외칠 때 참 설교자는 영성에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먼저 ‘성공’이 아닌 말씀 앞에서의 ‘성실’을 가질 필요가 있다.

류응렬 교수(총신대)는 “한국 교회 목회자는 개혁주의 설교자가 돼야 한다”며 “올바른 성경관 및 설교신학 정립하고, 성경본문에 나타난 저자의 의도에 집중하고, 성도의 삶의 전 영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성령에 이끌리는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한국 교회 강단은 인류의 죄를 위해 고통스럽게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과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의 비밀을 진실하게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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