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리의 크기는 몇 데시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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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리의 크기는 몇 데시벨일까?
  • 승인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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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 소리, 비행기의 굉음, 시도 때도 없이 부수고 깨는 건설 현장의 소리, 길거리 상인들의 확성기 소리, 작업장의 기계 소리 등 인간의 쾌적한 생활 환경을 해치는 시끄럽고 듣기 싫은 소리를 소음이라고 한다.

올해 여름도 불볕 더위가 전국을 삽시간에 찜통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위를 잊기 위해 밤만 되면, 공원과 골목 어귀 그리고 아파트 주변 잔디밭으로 인근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한 여름밤의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안면을 익히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밤새 술판을 벌이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통에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원치 않는 소리로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까운 계곡을 찾아 물에 적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발을 담그고 앉아 있노라면, 등뒤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고 한여름의 더위를 싹 씻어 주었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의 매미들은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밤낮 없이 합창을 하는 바람에 전화 통화는 물론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 중에, 주변의 잡다한 소음으로 인해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호소하는 소음성 난청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과다한 소음은 신체 여러 곳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전신 피로감과 수면장애, 불안감, 그리고 고혈압과 소화장애와 집중력을 분산시켜 업무수행 능력의 저하를 가져온다.

소음은 크게, 공장 소음, 교통 소음, 생활 소음, 항공기 소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음을 완화하기 위해서 자동차의 속도를 규제하고 주택가 큰 도로에 방음벽을 설치할 수 있다.
건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일몰 후 작업을 금지하며, 공장 소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소음 발생 시설을 공장 내 중심 부분이나 지하에 설치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인간의 감각에 피해를 주는 산업화의 소음 공해는 규제나 방음 시설물 설치 등으로 완화될 수 있지만, 우리의 정신에 혼란을 주는 ‘언어의 유희(?)’라는 공해는 어떤 방법으로 규제해야 할까?

비근한 예를 들면, 국회 청문회에서 말도 안되는 질문을 던지며 답변자를 마치 피의자로 취급하는 질의자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가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답변자는 국민들에게 언어의 공해라는 고통을 번번히 안겨준다.

대선을 몇 달 앞둔 시점에, 여·야의 정치권에선 의혹과 은폐, 그리고 고소, 맞고소 등의 소음이 끊임없이 난무하고 있다. 민생 복지는 뒤로하고 제 목소리 큰 것 자랑만 하고 있으니 소음도 이런 소음이 없다. 소음은 비단 정치권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문화계는 물론 교회도 해당된다. 고집과 아집으로 고착되어버린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혹시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며, 남의 말에 귀를 귀기울이는 겸손이야말로 언어의 공해를 덜 수 있는 지름길이다.

소음의 세기(크기)는 데시벨(dB)로 나타낸다. 생활 속의 소음도 중에서, 속삭임이 30데시벨, 일상 대화는 60데시벨, 지하철이나 시끄러운 공장의 소음은 80~90데시벨, 그리고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음은 150데시벨이다. 보통 85데시벨이 넘어가면 불쾌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130데시벨 이상이면 귀에 통증이 오며 심하면 고막이 파열되기도 한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사생결단하며 고집 세우는 내 목소리의 크기는 과연 몇 데시벨(dB)일까? 130데시벨 이상이라고 생각되어지면 심각하게 자신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내 목소리가 타인에게 또다른 소음 공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는 20데시벨이다. 10~26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의 귀는 정상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강도를 가진 소리만 듣는다면 가벼운 난청이라고 할 수 있고, 70~90데시벨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심각한 난청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주님의 음성의 크기는 과연 몇 데시벨일까? 내가 소음 공해의 주범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냉철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박대훈목사(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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