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80강) 경건의 실천이 없는 위선적 지식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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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80강) 경건의 실천이 없는 위선적 지식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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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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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관과 과부의 대조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조는 유대사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한국 교회에 대한 경고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유대 관헌들과의 논쟁 중 여섯 번째 이야기는 종교인들의 위선에 관한 것이다(막 12:38~44). 여기서 종교인이란 서기관들과 부자 유대인들을 가리킨다.

특히 이 부분의 기사는 누가복음과 같은 순서를 취하고 있지만(눅 20:45~21:4), 마태복음에는 마가복음 12장 40절과 과부의 헌금 기사는 생략되어 나타난다. 마태복음의 생략에 대하여는 다양한 해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유력한 설명은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을 상대적으로 호의적으로 묘사하는 마태복음의 전반적인 특징의 반영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그 증거 중 하나로 지복설교 중 ‘심령이’ 가난한 자(마 5:3)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마 5:6)란 표현을 들 수 있는데, 알다시피 누가복음에는 따옴표 부분이 생략됨으로써 다분히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고려할 수 있으나, 그것이 추가된 마태복음은 오히려 부요한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자들을 비판하고 반대로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배려하는 누가신학의 사회적 특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누가는 마가의 자료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마가가 이 두 이야기를 ‘과부’라는 연결고리(catch word)를 통하여 한데 묶어 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음이 주목할 만하다(막 12:40, 42).

부유한 서기관들에게 경제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과부들이 오히려 부요한 종교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하나님께 바침으로써 주님의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은 신앙의 겉과 속, 참과 거짓을 여실하게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만큼 자기희생적인 과부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를 기뻐하는 자기 의(義)로 가득한 부자들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여기서 마가는 오늘날의 신학자에 해당하는 서기관들의 위선적 경건을 정죄하고(38-40절) 부유한 신자들의 안이한 종교성을 비판하고 있다(41~44절).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마태복음에서는 서기관들의 종교적 위선이 주로 고발되었지만(마 23:6~7), 마가복음에서는 그들이 가난한 과부의 가산(원문에는 ‘집’)을 빼앗는 악인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40절). 이로써 마가는 종교 지도자인 서기관과 부자들을 유사한 부류로 소개함으로써 동격(同格)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을 좋아하는 까닭에 가난한 과부들의 재산마저도 강탈하는 부유한 종교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마가복음에서는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에서처럼,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두 종류의 답변을 기대할 수 있겠다. 첫째로, 마가공동체가 주로 이방인들로 구성되어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 내부에 적대적인 유대인 그룹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마가공동체는 로마 관헌으로부터의 박해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임으로 다른 그룹을 공격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씀에서 나타난 평신도와 종교 지도자,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조는 단순히 주님 당대의 유대사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이제 오늘 우리 시대의 한국 교회에 대한 경고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는 부유한 자들과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부자들의 종교로써 사회에 비쳐짐으로 인하여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구제와 사회사업에 적극적인 천주교에 비해, 개신교의 경우 더욱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님 당대의 종교지도자들인 서기관들의 위선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우리는 먼저 된 자로써 지도자들의 신행(信行) 일치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후에 마가는 주님의 종말론 설교를 소개한다(막 13장). 이 종말론 강화는 4명의 특별 제자, 즉 베드로, 야고보, 요한 및 안드레 등의 제한된 제자들에 의해 질문되고, 그들에게 교훈이 들려지면서, 그 내용 또한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에 집중되어 나타난다(막 13:3).

한편, 마태복음에서는 제자들의 질문에 의해 시작되면서, 사실 모든 제자들을 대상으로 교훈이 들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마 24:1). 아울러 누가복음에서는 제자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으면서, 보편적 교훈으로 주어지고 있다(눅 21:5). 마태와 누가복음에서 제한된 제자가 아닌 넓은 층의 제자들을 대상으로 이 교훈이 주어진 것은 아마도 예루살렘 성전 이후 보다 폭넓은 청중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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