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과세, 천개 넘는 교회카페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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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과세, 천개 넘는 교회카페 ‘발 동동’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6.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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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 일반세법 적용은 무리다” 불만 고조

서울 강남구청(구청장:신연희)이 지난 25일 관할구역 내에서 비과세 해택을 받아온 종교기관과 복지재단의 수익사업에 대해 재산세를 추징하면서, 전국적으로 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교회카페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비과세 해택을 받아왔던 종교시설 수익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나서서 엄격한 세법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각 지자체들이 앞 다퉈 부족한 세수 확보 차원에서 종교시설 수익사업에 대한 과세를 추진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강남구청의 종교시설 수익사업 재산세 부과에 대한 교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와의 소통이나 교류를 위해 추진해온 각종 선교사역들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금을 내야 한다면 당당하게 내야 하겠지만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종교별 형평성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종교시설 수익사업 과세 논란과 관련한 쟁점을 정리했다.

# 지자체 첫 종교시설 수익사업 과세
강남구청은 누락세원 발굴과 공평과세 및 투명한 세무행정 구현을 목적으로 지난 4월부터 두 달여 동안 ‘비과세 대상 부동산 이용실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당초 감면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부동산 11건을 적발해 총 5억74만5천 원을 추징했다.

사회복지법인 또는 종교시설에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사업목적대로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 재산세를 감면받고 있는 부동산을 적발하고 그 동안 부당하게 감면받았던 토지 및 건물분 재산세를 부과한 것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 50조에 의하면 종교목적에 사용하는 부동산으로 취득세를 감면받고 2년 이내에 해당 부동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구청은 2007년 3월 부동산을 취득한 후 2008년 10월부터 본당 지하 1층을 최신식 휘트니스센터로 사용했으며, 다른 2개 부동산도 부당감면 받은 A교회에 대해 재산세 1억1579만8천원을 추징했다.

곽정옥 감사담당관은 “비과세 건물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법조항”이라며 “발생한 수익을 공공 목적이나 구제 사업에 사용했더라도 수익의 규모나 사용처에 상관없이 수익사업을 하는 것만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 왜 교회만 적발됐나?
공교롭게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는 모두 교회와 기독교 복지시설이다. 이에 대해 곽정옥 감사담당관은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학술, 기술단체 등 비과세 금액 100만 원 이상인 단체를 대상은 전부 감사를 벌였다”면서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표적 감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곽 담당관은 “불교, 천주교 등 다른 시설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다른 종교는 적발되지 않았다”며 세세한 감사 자료 공개는 거부했다.

이번 강남구청의 종교시설 수익사업에 대한 재산세 부과에 대해 불교계는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불교계는 템플스테이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약 5만 원에서 7만 원까지 비용을 내고 숙식을 하며 불교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템플스테이는 국가 보조를 받아 진행되기 때문에 비과세라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김용구 홍보팀장은 “템플스테이는 사찰에서 이뤄지는 목적사업으로 비과세 대상”이라며 “국가보조를 받아 함께 진행하고 있고 체험비도 최소 실비를 받는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유지재단도 사찰에서 이뤄지는 수익사업은 비과세라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양원준 담당자는 “총무원에서 진행하는 대관사업 등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 사찰에서 판매되는 차나 기념품 등은 문화재 관람 보호구역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비과세로 정해져 있다”며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등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교회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강남구청 감사 결과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비과세 부동산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면서 기독교에만 부과된 근거가 뭔가. 공정하게 조사했다면 교회만 적발이 됐겠느냐”며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면 불교든 천주교든 종교시설에서 한 수익사업에 대해 형평성에 맞게 동등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목적사업 구분 명확치 않아
이번 재산세 추징 대상에는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도 포함됐다. 부동산을 종교시설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카페를 운영하거나 사무실 용도로 임대하여 수익을 올린 경우도 적발 대상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목적사업과 수익사업의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교회카페나 복지관 운영 사업을 고유목적 사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돼 3억4339만2천 원을 추징당한 밀알복지재단은 소송을 준비중이다. 김미란 홍보담당자는 “장애아동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공연장과 미술관을 설치해 운영한 것”이라며 “고유 목적사업으로 진행한 것이지 수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복지재단 한 관계자는 “국가도 복지재단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기부나 정부 지원 이외의 수익사업을 권장하고 있다”며 “사업 목적이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공익적 목적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지 무조건 현행법 잣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커피미션 네트워크 상임대표 윤선주 목사는 종교시설 목적사업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과 제도적 장치 미비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윤 목사는 “교회가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 일이 없도록 종교기관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수익사업이라면 해당 시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천여 개가 넘는 교회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 교회가 신고하지 않고 있는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윤 목사는 “교회가 합법적인 틀 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려고 애를 쓰지만 제도적으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지자체와 개별 교회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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