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딱딱한 껍질을 입고 허세를 부리지만, 속살은 한없이 연약한 갑각류. 한국 기독교를 이 갑각류에 비유한다면 어떨까. ‘부족한 기독교’ 3부작을 통해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던 국제제자훈련원 옥성호 본부장이 ‘갑각류 크리스천’ 에세이집을 들고 나왔다.
‘갑각류 크리스천’ 레드편은 한국 교회에 대한 신랄하고 도발적인 문제제기가 돋보이는 책이다. 교회는 다니지만 실상 무엇을 믿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저자는 불편한 질문을 쏟아낸다.
성공한 유명 기독교인을 우상화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며, 내용보다는 효과를, 이성보다는 감성을 고취시키는데 치중하는 신앙에 대한 일종의 일침이다. 이 책에 대해 저자는 “기존 기독교 책에 비해 직설적이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는 책”이라며 “예를 들면 링컨은 백악관을 전혀 기도실로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류의 책이 흔히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성도들이나 목회자들이 당연시 여기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의 비판은 주제와 대상을 초월한다. 평신도, 목회자는 물론, 교회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기존에 출판된 유명 베스트셀러 저서에서부터 허무맹랑한 전도용 포스터까지 비판의 대상이다.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교회 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이성적인 질문을 거침없이 던지지만 사실 그는 평신도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거침이 없는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옥성호 본부장은 “이 책은 신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며 “상식에 기반한 질문을 하고 싶다. 기독교가 신학자들의 종교가 아니라면 상식선에서 궁금한 것들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 제목 ‘갑각류 크리스천’은 지난해 초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박 목사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착해. 새벽기도, 십일조, 술 담배 안하기 등. 속이 허할수록 밖으로 드러내는 이런 신앙 행태에 더 집착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옥성호 본부장은 책의 서문에서 “공부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회의하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겉껍질뿐 아니라 속까지 단단한 크리스천이 되는 첫걸음, 거창하게 말해 한국 교회가 바른 길로 돌아오는 데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옥 본부장은 이미 2007년부터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 3부작 등 교회 비판서를 잇따라 내놓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계속해서 교회를 비판하고 꼬집는 이유에 대해 그는 “책에서 어느 특정 교회를 꼬집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교회에서 비상식적이거나 말이 안 되는 모습이 많다”며 “모든 교회에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고, 필요한 사람은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레드편’에 이어 ‘블랙편’ 집필을 계획하고 있다. “평소 교회를 다니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감히 묻지 못했던 것, 교회에서 끄집어내기 힘든 이야기 등을 다루고 싶다”고 말한 그는 “이 책보다 더 강도 높은 비판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제자훈련원 옥성호 본부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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