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중국과 최근의 러시아 방문의 주목적이 성공적인 경제체제 변화를 모색하는데 있었음을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경제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의 식량지원이 없으면 많은 주민들이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 딱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굶주림을 벗어나고자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탈북자의 문제가 중국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정도이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북한 경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 대부분은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세계 인권단체의 반대와 한국 정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
이는 탈북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며 반인권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지난 18일 21명의 북한 주민이 목선을 타고 해안을 통해 탈북하여 그토록 그리던 남한땅을 밟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중국을 통한 탈북이 벽에 부딪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 삼엄해진 북한 당국의 중국 국경에 대한 경비와 중국 정부의 탈북자 재송환 정책으로 인해 탈북 행태가 이제는 해안을 통한 남한으로의 직접 귀순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베트남의 보트피플(boat people)이 재현되는 것으로 예견하는 성급한 언론 매체도 등장하고 있다.
탈북자에 대한 사회 여론 수렴이나 정책 수립이 제대로 되지 못한 남한이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물론 남한 정부는 ‘퍼주기식’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지원을 감행해왔다. 지금의 남북 화해 분위기도 이러한 정부의 일관성있는 노력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는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은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는 역부족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므로 탈북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대북지원도 정부보다는 민간단체가 주도적이었으며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 가운데 한국 개신교의 지원이 80% 이상이었음은 자부할 만한 일이다. 탈북자의 문제도 그 동안의 대북지원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교회가 먼저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이기 이전에 생존의 문제이고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중국 만주 등지에 활동하는 우리나라 선교 단체들이 탈북자를 돌보는 일을 하다가 몇 명의 선교사들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탈북자의 문제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이 시대의 중요한 한국 교회의 의무로 다가선 것이다. 탈북동포는 오늘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펼쳐야 할 구원의 대상이요 선교의 대상이다. 탈북동포가 바뀐 삶의 환경에 적응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때까지 그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며 복음을 전해야 할 의무가 오늘 한국교회에 주어졌다.
이 거룩한 의무를 좀 더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교계 전체의 통일된 기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탈북동포에 대한 교회의 대응책이 통일된 기구를 통해서 조속히 구체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병금목사(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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