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WCC 성명’에 대한 공산권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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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WCC 성명’에 대한 공산권의 반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5.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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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16) 한국 교회와 WCC ②

1950년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제3차 WCC 중앙위원회가 성명서를 통해 유엔이 한국 문제에 개입해 줄 것을 결의한 이후 세계 교회들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앙위원회 결의 당시에는 유엔 안보리의 군사 조치를 통한 침략의 대응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일부 평화주의자들은 기권을 통해 무력 사용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성명은 나머지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후 WCC 중앙위원회의 토론토 성명은 일부 회원교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공산권 국가 교회들의 반발이 거셌다.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동유럽 교회였다. 성명 발표 후 헝가리교회 소식지(The Hungarian Church Press)는 헝가리개혁교회 총회장 앨버트 베레츠키 감독의 이름으로 WCC 비써트 후프트 총무에게 공개서한을 게재했다.

이 서한에서 베레츠키는 “WCC 중앙위원회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중앙위원회는 오히려 서방 세력에 참회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다”며 “분쟁의 기원은 서방세력의 제국주의적 태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 국가들의 죄에 대해서 침묵을 지켰던 교회들은 이제 이 국가들을 편들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헝가리 교회는 1950년 가을 프로테스탄트의 날(National Protestant Day)에 발표한 성명에서도 한국 문제를 언급했다. 이들은 “전쟁의 위험은 사회주의 캠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식민지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선언했다.

토론토 성명에 대한 가장 치밀한 비판은 체코의 개혁교회 지도자 로마드카로부터 나왔다. 그는 “한국 문제는 아시아 전체의 배경 없이는 이해될 수 없으며, 서구 국가들의 무력간섭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목원대 김흥수 교수는 “로마드카와 베레츠키의 주장은 동유럽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세계 사건들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견해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교회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교회 지도자이자 WCC 공동의장 조자진(북경 연경대학교 종교학부 학장)은 토론토 성명에 대해 전해들은 직후 이견을 발표했다. 특히 1950년 가을 31명의 상해 기독교 지도자들은 미군기의 무차별한 북한폭격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WCC 성명에 대한 중국 교회의 반발은 1951년에 들어서면서 더욱 격렬해졌다. 1951년 4월 중국 교회 지도자달은 북경에서 주은래 수상과 면담 후 선언문을 통해 WCC 토론토 성명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국회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며 “WCC는 월 스트리트의 도구이자 한국전쟁의 선동자 덜레스(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이 성명을 발표한 이후 조자진은 WCC 공동회장직에 사표를 냈다. 그는 WCC에 보낸 서신에서 “WCC 토론토 성명으로 인해 나는 이상한 위치에 있게 됐다. 나는 한편으로 WCC 공동회장단의 한 사람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충성스러운 시민이기 때문”이라며 “애국적인 중국인으로서 나는 이에 대해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에 대해 김흥수 교수는 “이 무렵 미국은 대만의 장개석 정권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중국의 모택동 정부와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었다”며 “중국교회 조자진의 비판은 이런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WCC 성명에 대해 동유럽 교회들과 중국 교회 등 사회주의권 교회들의 항의와 비판이 격렬했다. 하지만 당시 WCC와 관계를 맺지 않고 있던 소련 교회는 WCC 성명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동유럽과 중국의 교회들은 서구 교회들이 ‘서구 제국주의의 부속물이자 국가 외교정책의 대리인’이라고 의심했으며, 토론토 성명에서 그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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