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48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세계교회협의회(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는 창립총회부터 9차 총회까지 하나님으로 시작해서 하나님으로 돌아왔다. WCC 총회 주제의 가장 중심적인 관점은 기독론이 위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증거는 WCC의 초기 헌장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교회들의 친교”라는 내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WCC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종 WCC가 삼위일체론을 부정하거나, 희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WCC 총회 주제들을 통해 살펴본다면 이 같은 주장은 근거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WCC 총회 주제들이 철저하게 삼위일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론적 주제는 늘 신앙고백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와 시대적 징표가 함께 등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기독론’과 ‘위로부터의 기독론’이 배타적이지 않게 공존했다.
이와 관련해 장신대 정병준 교수(교회사)는 “WCC 총회 중 해방과 진보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 4차 총회가 종말론을 사용한 것은 인상적”이라며 “기독교의 종말론은 혁명성을 가장 잘 드러내어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역사적 진보와 하나님 나라 사이에 연속성와 불연속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신학적 과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총회 주제로 성령론이 사용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성령론은 영성문제와 생태계의 문제를 다룰 때 사용된 주제였다”며 “종교적 다원성의 사회 안에서 성령의 역할을 어디까지 개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전통적인 관점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WCC가 철저하게 삼위일체론에 입각해 주제들을 설정해갔으며, 주제에 대한 해석도 전통적인 관점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 총회 주제 모두가 주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었고, 그 대상 ‘세상’과 ‘만물’이었고, ‘교회’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WCC 선교신학이 하나님 선교 개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고 교회는 그 선교의 도구이다. 세상은 하나님께서 사랑하고 일하시는 현장이 된다”고 말했다.
2013년으로 예정된 제10차 부산총회 주제 역사 주어는 하나님이고 그 대상은 교회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제를 이끄는 주체는 하나님이다. 또한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화해론적인 혹은 성례전적인 주제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개념들은 하나님이 세상에 관계하는 구속사적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제에 사용된 단어를 살펴보면, 하나님과 관련해서 ‘섭리’, ‘만물을 새롭게’ 하는 분,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거, ‘은혜’, ‘생명’이라는 개념이 사용되었다. 또 기독론과 관련되어서는 ‘소망’, ‘빛’, ‘자유’, ‘일치’, ‘생명’이 사용되었다. 성령과 관련해서는 ‘만물을 새롭게’(창조신학)가 사용되었다.
총회주제는 고정된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 창조적인 에큐메니칼 성찰과 논쟁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을 택했다. 주제형식은 1차는 표어, 2차 3차 6차는 신앙고백, 4차는 성경인용, 5차는 선언, 7차 9차 10차는 기도문, 8차는 초대 형식을 사용했다.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는 세상과 교회와 성서의 세 축이 긴밀하게 연결된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WCC 주제와 분과토의 주제들을 보면 현실의 도전에 대한 응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WCC 주제들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반드시 신학적 성찰과 과거 에큐메니칼 운동의 성과(신학, 선교, 봉사)를 깊이 고려해서 결정했다. WCC 총회주제는 교회의 신앙 고백과 함께 세상의 시대적 징조를 해석하는 예언자적 통찰력과 신앙적 비전을 직관하는 예리한 수사학이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1차 :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섭리
2차 : 그리스도-세상의 소망
3차 :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빛
4차 :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
5차 : 예수 그리스도는 자유하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신다
6차 :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생명
7차 :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
8차 : 하나님께 돌아가자, 소망 중에 기뻐하자
9차 :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
10차 :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