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단일교회의 리더십 교체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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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단일교회의 리더십 교체와 갈등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4.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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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갈등의 양상과 해결 - 여의도순복음교회

최근 한국 교회 안에서 다양한 분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찬송가공회 등 연합기관들의 분열도 문제지만, 개교회 내부의 분열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대형교회로 성장한 교회가 내부 갈등으로 인해 분열의 상황을 맞이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개교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노회나 교단 총회의 재판과 치리 절차에 따라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수의 교회들이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경우 사회법을 통한 해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교회 내 분쟁의 경우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아 해결 자체가 쉽지 않다. 교회가 대형화될수록 이를 기반으로 해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교회는 예배공동체를 넘어 생계를 지탱해주는 생존권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교회 내 분쟁이 과격한 양상으로 발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최근 개교회 갈등 사례를 중심으로 교회 갈등 양상과 전개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교회 분열의 과정을 추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80만 신도수를 가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최근 수년간 내부 갈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교회를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시키며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던 조용기 목사가 지난 2008년 목회 일선에서 물러난 후, 그의 제자인 이영훈 목사가 리더십을 승계했다. 하지만 조 목사 은퇴와 관련한 파장은 전방위로 확산됐다. 특히 조용기 목사의 가족에 대한 교회 안팎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 성장의 상징,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갈등은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70~80년대 급격한 성장을 경험한 한국 교회는 최근 리더십 교체기를 맞이했다. 당시 30~40대 나이에 목회를 시작해 대형 교회를 일군 목사들이 2010년을 넘어서면서 은퇴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대형 교회들 마다 리더십 교체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교회의 경우 1인 카리스마 리더십을 통해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형 교회는 담임 목사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목사들이 가족 세습 혹은 변칙 세습 등을 통해 교회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둘러싼 갈등 역시 현재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58년 5명으로 시작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의 오중복음, 삼박자 축복 등으로 불리는 독특한 목회 스타일을 통해 80만 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5년 조용기 목사가 은퇴선언을 할 당시, 교회 안팎에서 “은퇴선언을 철회해 달라”는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그만큼 조 목사의 은퇴는 교회 안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한 갈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수십만 명의 성도와 연간 1천6백억 원으로 알려진 막대한 규모의 자금력을 가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의 퇴장과 함께 또 다른 리더십을 필연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교회를 둘러싼 각종 이권의 주체들, 교회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교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
2008년 5월 교회는 공동의회 전교인 투표를 통해 이영훈 목사를 당회장으로 선출했다. 1년 후인 2009년 초 21개 지교회를 독립시켰다. 이를 통해 80만에서 45만 성도로 절반가량 몸집을 줄였다. 이때까지도 교회 내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주도권 다툼이 점차 진행되고 있었다.

교회 갈등의 시작은 조 목사 가족 내부에서 발생했다. 연간 3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국민일보 운영권을 둘러싸고 2010년 10월 장남과 차남이 대립한 것이다. 김성혜 사모는 장남 조희준을 지지했고, 교회 원로이자 국민일보 회장인 노승숙 장로는 사위 조민제를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김 사모가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노 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린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교회 내부의 균열이 본격화됐다. 김 사모는 교회나 국민일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체 노승숙 회장을 직접 압박해 사퇴를 받아냈다. 교회와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교회 장로회도 과거와 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조용기 목사가 직접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교회 장로회로 이뤄진 당회가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 당회는 이영훈 목사와 부목사, 시무장로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결 기구. 후임인 이 목사는 조 목사에 대한 예우와 함께 낮은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당회의 목소리를 묵시적으로 용인했다. 김성혜 사모 또한 국민일보 장악 실패의 원인을 장로회로 돌렸다.

# 당회의 교회 지키기
2011년 4월 교회 당회는 조 목사 가족의 역할 축소를 의결했다. 가족들의 교회 내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교회는 조 목사에게 순복음선교회, 사랑과행복나눔재단, 국민일보를 맡겼다. 김 사모는 한세대 총장과 해외선교, 장남은 엘림복지타운 또는 해외선교회 관련기관 중 택일, 차남은 국민일보를 맡기기로 결의했다.

이는 당회에 참석한 장로 548명 중 479명이 찬성하고 66명이 반대해 의결됐다. 당회는 조 목사의 가족이 불응할 경우 해당 기관에 필요한 행정적, 물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교회 역사상 최초로 조 목사의 권한에 대해 제재를 가한 사건이다.

교회는 당회 결의를 통해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는 지키면서 가족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다. 조 목사와 가족을 분리해 대응한 것이다. 특히 민주적 절차를 밟아 선출된 이영훈 목사에 대한 지지를 통해 명분을 쌓았다.

며칠 후 조용기 목사가 가족들의 지배력 강화로 인해 발생한 교회 혼란에 대해 성도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그리고 조 목사는 교회 내 모든 직책을 사임하고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을 맡아 마지막 사역으로 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회도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양측은 재단 운영권을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은 지난 2008년 조용기 목사가 은퇴한 이후 교회가 5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복지재단이다.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자된 만큼 당회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교회 자산이었다. 처음에는 당회 결의에 따라 김 사모와 조희준 씨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 목사가 돌연 사표를 반려했고, 며칠 후 사임 의사를 밝혔던 이사진들이 다시 모여 조 목사를 총재, 김성혜 사모와 자신의 측근을 공동이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반면 교회측은 새로운 이사들을 임명하고 이사회를 개최했다. 양측에서 두 이사회가 구성된 것이다.

# 끝나지 않은 갈등
재단 사태 이후 교회측은 김 사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그동안 무상 사용해온 CCMM빌딩 11층 즉각 환수했다. 또 한세대 파견 직원들의 복귀, 100억 원 규모의 조용기 목사 기념관 건립기금 환수 등을 결의했다.

이 같은 조치 이후 조 목사가 교회와의 결별 가능성을 언급하는 친필 편지가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재단측에 의해 공개된 편지에서 조 목사는 “장로들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가면 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따로 시작할 작정”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성도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당회의 결정이 가족들에 의한 교회 사유화를 막아내기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고 할지라도, 조 목사의 영향력은 순복음교회 존립과도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편지 공개 이후 조 목사와 이영훈 목사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고, 이후 양측은 재단 이름을 ‘조용기자선재단’으로 바꾸고 새 출발하기로 했다. 양측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고,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는 한편, 조 목사가 직접 이사진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조 목사 가족들이 재단 이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이들이 재단을 비롯한 교회 장악력을 키우려고 할 경우 언제든 갈등은 재 점화될 수 있다.

최근 잠복해있던 국민일보 사태도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3월 조민제 사장이 김성혜 사모에 대한 고발을 거부하자, 노조와 사측이 갈라섰다. 노조는 9월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사측은 10월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12월 26일 노조는 총파업을 결행했으며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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