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호칼럼] 카페 트리에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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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칼럼] 카페 트리에스테
  • 옥성호
  • 승인 2012.04.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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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의 기독교 문화를 깨운다(3)

이탈리아 북부에 트리에스테(Trieste)라는 지역이 있다. 그 지명을 따서 만든 카페 트리에스테는 커피 마니아들에게 널리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커피 전문점이다. 1956년에 문을 연 이 가게는 그로부터 5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까지도 그때 모습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진짜 커피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커피의 동의어는 ‘에스프레소’다. 보통 사람들에게 그저 쓰기만 한 에스프레소야말로 커피의 참맛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진가를 판단하는 시금석 같은 것이다. 트리에스테가 뽑아내는 최고의 에스프레소 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몰려오는지 트리에스테에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항상 인산인해다.

이 가게 인근에는 이미 여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 하지만 트리에스테는 주변에 스타벅스 몇 개가 몰려들어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변에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트리에스테 커피의 참맛,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알게 될 테니까.

트리에스테는 우리에게 ‘진짜의 힘’을 보여준다. 진짜는 주변의 변화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트리에스테는 스타벅스가 비록 커피의 형상을 지녔지만 결코 커피가 아닌 달콤한 칼로리의 대마왕 ‘프라프치노’를 아무리 광고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트리에스테는 프라프치노 비슷한 것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은 도리어 더 트리에스테를 찾을 테니까. 스타벅스가 프라프치노와 같은 각종 이상한 커피 변형들을 만들어내면 낼수록 트리에스테는 힘이 난다. 그럴수록 진짜의 가치, 진짜의 진가가 더 드러나는 것이다.

진짜는 가짜가 많아질수록 흔들리기는커녕 더 신이 난다. 나훈아의 가치는 너훈아 또는 나운아 같은 가짜 ‘나훈아’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나훈아가 너훈아 때문에 불안해한다는 소리를 들어봤는가? 진짜는 가짜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불안해하는 것을 넘어서 도리어 가짜를 따라하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진짜는 상상할 수도 없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무엇이 진짜인가? 인간이 무엇이라고 제대로 말해주는, 그 본질을 밝히 보여주는 성경 말씀이 진짜다.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가 말하는 인간 본질이 진짜다. 지금 이 세상에는 인간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이 있다. 그리고 교회는 그런 세상의 이론들에 현혹되어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본질이 아닌 세상이 가르치는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인간은 높여주고 기쁘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그 이론에 매달리며 예배를 나날이 변질시킨다. 사람들이 싫어하면 틀린 것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면 진리라는 생각에 교회는 오늘도 세상의 ‘인간 만족 테크닉’을 습득하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트리에스테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 에스프레소가 아닌 프라프치노를 파는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오늘날 세상의 각종 기법들로 교회 속에, 예배 속에 집어넣은 곳들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예배가 공연으로 바뀐 그곳은 마치 프라프치노가 커피라는 이름으로 활개 치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옥성호 (국제제자훈련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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