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보내고 이제는 부활의 은사가 온 교회와 성도들에게 충만한 계절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도심은 신호등과 간판으로 덮여있다. 해가 저물면 곳곳에서 십자가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야간의 도심풍경 중 공제선상에는 십자가들로 빼곡하다.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생각은 다르겠으나 교회가 많음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각종 흉악 범죄소식, 그로인한 경찰청장의 사퇴가 메인뉴스가 되는 시기에 교회는 자기 교회의 성도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정신과 영혼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구원하는 교회 본연의 역할에 더욱더 충실해야 할 것이다. 하여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필자의 작품들 중 십자가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정하여 보았다.
이제 십자가를 생각하며 화면을 대할 때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주님을 떠나 방황하고 희노애락을 체험한 무수한 일들과 사람들 속에서 알고 지은 죄나 모르고 지은 죄, 또한 내가 은혜를 받고도 감사를 표하지 못하여 서운해 한 소중한 분들, 학교나 사회에서 나도 모르게 상대를 서운하게 하고 상처를 주고 자만하며 뻔뻔했던 일, 때로는 비겁하고 게으른 그런 모든 가식적인 일들에 대한 회개의 눈물과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점과 획으로 환원한다. 이런 상황들이 한알 한알 점이 되어 화면에 쌓여간다.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 한명 한명이 획이 되어 화면으로 들어온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대신 죽으셨다. 그 것도 온갖 멸시와 천대, 가장 가까웠던 이의 배신으로 돌아가셨다. 죄 많은 나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기도로 대화한다. 이런 대화가 한점 한점 화면에 쌓여만 간다. "주님, 사랑합니다."
이 시대 십자가는 믿는 이들에게는 그리스도의 상징이요 불특정 다수에게는 이곳이 교회라고 알려 주는 간판이며 영혼을 인도하는 신호등이다. 하여 십자가는 믿는 이에게나 그렇지 않는 이에게나 이 시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다.
"아버지,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허진권(목원대학교 기독교미술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