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칼럼]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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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칼럼]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 허진권
  • 승인 2012.04.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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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 미술 간파하기(3)

사순절을 맞아 특별히 새벽기도회를 개최하고 온 성도들이 조용하게 기도하며 부활절을 맞이하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십여 년 전부터 필자는 특별히 사순절이 되면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화폭에 매우 많이 담았다. 그 중에도 매년 종려주일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완성되었고 제목은 고난, 부활을 위한 서곡, 가상칠언으로 했다. 이는 모두가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린 상태를 생각하며 제작한 작품들이었다.

▲ 샤갈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마르크 샤갈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선정했다. 예수께서 돌아가신 후 사다리를 놓고 시신을 내려서 안치하기까지의 상황을 수많은 화가나 조각가들이 작품으로 남겼다. 그 작품들 중 대부분은 성모마리아의 품 안에 있는 모습을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같은 구도이거나 몇 명이 시신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지만 이 작품처럼 돌아가신 예수의 시신을 바닥에 뉘어놓은 상황은 흔치않다.

색채는 빨강과 황금색을 주조 색으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화면 전체는 매우 암울함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이 화면의 좌측 하단에 배치된 구도 또한 여타 작품들과는 반대로 설정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시선이 사라질 지평선 상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으로 표현한 역 원근법적 공간연출이다. 이는 감상자인 내가 화면에서 멀어지려하면 할수록 화면 안으로 되돌아오게 한다. 내가 예수의 죽음을 그저 구경만 하고 지나가려 하면 할수록 그 죽음으로 인하여 모든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짐을 믿게 한다.

샤갈이 성경의 삽화를 제작할 당시의 예술가들은 성경을 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모든 형식을 벗어던지는 일을 과제로 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이는 샤갈의 신앙적인 고백이다. 이제 21세기가 뿌리내렸다. 이 시대의 진정한 기독교미술을 교회에서 수용하고 보급 하여 또 다른 선교의 방법으로 활용할 때다.

허진권(목원대학교 기독교미술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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