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의 부패가 중세와 같다면, 해답도 역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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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회의 부패가 중세와 같다면, 해답도 역사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4.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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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임원택 교수의 '역사의 거울 앞에서'

역사는 정직하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사실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긴다.

‘목회자 성추행 문제, 성직매매와 정치 권력화’ 등 교회를 수식하는 온갖 부정적인 표현들 속에서 단순히 ‘개혁’만으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교회는 경건했는데 21세기 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새로운 해법만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기까지 하다. 이미 역사는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백석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는 임원택 교수는 “역사를 보면 해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개혁교회가 비판하기 좋아하는 소위 ‘암흑의 중세역사’를 읽어 내려가다가 바로 일그러진 오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교황청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 성직매매와 ‘성전(聖戰)’을 빙자한 폭력, 그리고 동서방교회의  분열 등 일련의 사건들은 놀랍게도 500년 넘는 세월을 지나 21세기 한국 교회에 고스란히 그 모습이 투영됐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임원택 교수가 펴낸 ‘역사의 거울 앞에서’(도서출판 UCN)는 일그러진 중세 교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죄악과 반성을 찾아낸다. 그리고 보기 싫어도 우리는 거울 앞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가 흐트러졌는지 알아야만 매무새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까.

임 교수는 “오늘날 한국 교회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성장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지금이라도 중세교회라는 역사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진상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모습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질책한다. 그리고 중세의 역사를 이야기처럼 들려주며, 그 속에서 일어난 사사로운 사건들이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설명한다.

'중세교회 시대는 암흑기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중세 10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종교개혁기로 바로 넘어가는 교회사는 없다고 강조한다. 초대교회도 중세교회도 인간이 살아가는 교회는 모두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권의 확립과 평신도 성직 서임권 논쟁, 성직매매와 음란금지 등 중세시대 여러 사건들을 ‘거울’로 제시한 임 교수는 “장로교가 수십개로 나뉘어진 한국 교회의 분열은 분명 부끄러운 과거”라며 “명백한 신학적 입장차이 없이 대부분 주도권 다툼과 관련된 분열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1054년’을 기억하라는 귀뜸도 잊지 않았다. 1054년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분열한 기독교 최초의 분열을 상징한다. 당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역시 로마제국의 몰락에 따른 동로마 서로마의 분열과 지역 관할권과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성령론의 차이와 성상숭배 논쟁 등 신학적 대립도 있었지만 기독교는 1054년 ‘이단과 정통’ 시비를 거쳐 각각 서방교회와 동방교회로 갈라지는 결과를 남겼다.

임 교수는 “1054년을 강조한 것은 개신교회가 교회분열의 핵심으로 지적받고 있지만 최초의 분열은 동서방교회의 분열이며 심지어 그 원인은 사사롭기까지 하다”며 “하나였던 교회를 종교개혁자들이 산산이 부숴놓았다는 그릇된 주장에 1054년의 역사를 들려주자”고 말했다.

중세 교회 분열에 있어 개신교의 책임을 피해가는 통쾌한 펀치를 찾아냈지만 여전히 역사는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한다. 그레고리우스 7세의 개혁과 하인리히의 카노사의 굴욕을 통해 교회가 세속의 것을 탐할 때 얻어지는 결과를 지적한 임 교수는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이전에 주님을 위해 포기했던 권세와 명예를 다시 좇는 것을 보게 된다”며 “총회장, 노회장 선거에서 세속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추태가 벌어지는 것이 그 예”라고 꼬집었다. 섬김의 자리가 되어야할 직책을 또 다른 명예처럼 추구하고 있다는 것.

학살과 폭력으로 변질된 중세 십자군 운동 역시 “종교를 표방한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고, 성직을 팔아 권력을 유지하려했던 중세의 모습에서 오늘날 교회를 사고파는 거짓 목자들의 행태도 꼬집었다.

임 교수는 “질병이 우리 몸의 이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듯이 교회가 개혁되어야할 부분이 많을 때는 ‘종파운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12세기 유럽 각처에서 종파운동이 일어났을 때 로마 가톨릭교회는 종교재판을 통해 강압하기에 급급했다. 왜 종파운동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마침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고, 그때서야 자정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톨릭은 스스로 개혁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임 교수는 “한국 교회 역시 수많은 이단종파들이 교회의 이름을 내걸고 많은 이들을 혼미하게 한다”며 “신자들이 미혹되지 않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이단에 미혹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 뿌리에 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제도의 근간을 이룬 교계주의가 잘못된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는 목사와 장로, 집사를 계급 속에 가두는 ‘교계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의 교황무오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교회 목사들은 ‘작은 교황’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다면 그리스도의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며 “교회를 성장시킨 것도 하나님이요, 온갖 수고 후에도 우리는 ‘무익한 종’일뿐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의 거울’을 통해 한국 교회의 개혁과제를 짚어낸 임원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한 가지 사실을 외쳤다. 그것은 교황청의 부패와 타락으로 중세교회가 쇠락하던 어두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여전히 교회를 붙들고 계셨다는 것. 오늘의 한국 교회 역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본질을 훼손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해답을 주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거울’ 앞에 서서 다치고 상한 곳은 없는지, 우리의 눈빛과 몸짓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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