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기복사상에 편승해 보편적 신앙형태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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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기복사상에 편승해 보편적 신앙형태로 탈바꿈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3.20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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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⑤ 기복신앙의 폐단 (상) 무엇이 문제인가

▲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생활하면서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복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에 빠지지 않도록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한국 교회가 지니고 있는 심각한 폐해 중 하나가 바로 샤머니즘 색채를 지닌 ‘기복신앙’이다. 극히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연연하는 기복신앙은 성경적인 복(福)의 개념을 완전히 세속화시켰다.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비롯해 예배와 기도, 헌금, 전도, 봉사 등의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과 이유도 ‘기복’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기복신앙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교회 안에 교묘하게 머물고 있는 기복신앙의 형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한 기복신앙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성경적 교회관을 변질시키고 있는 기복신앙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황금만능 추구하는 ‘바알신앙’ … 교회 타락과 복음의 본질 왜곡
성경적 신앙 ‘하나님 사랑하는 것’ vs 기복신앙 ‘복을 사랑하는 것’

하나님께 ‘복’을 구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성경도 하나님을 복을 주시는 분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창 12:2).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얻는 것이 복이고, 하나님의 은혜로 이 세상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복이라면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께 복을 구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 교회성장 불러온 기복신앙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 ‘기복신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복의 근원인 하나님보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서 파생되고, 자신에게만 유익이 되는 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즉, 성경이 말하는 신앙의 본질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기복신앙의 본질은 ‘복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용복 교수(침신대)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으로 부여되는 복이 아닌 이기적인 복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은 성경과 거리가 멀다”며 “그러나 한국 교회는 기복신앙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 목회자로부터 일반 성도들에게 이르기까지 보편화된 신앙의 형태로 변질된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과거 소위 ‘잘 살아보세’라는 경제성장운동이 전개되며,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세속적인 물신주의에 빠져 있었을 당시, 한국 교회에 ‘복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예수 믿으면 복 받고, 돈 잘 벌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성경과는 거리가 먼 ‘복음’이 퍼지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교회는 이와 같은 기복신앙 바탕 위에 외형적 교회성장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만열 장로(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교회가 외형적으로 성장하면서부터 불행도 함께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장로는 “기복신앙은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기복사상과 잘 맞아 성도와 불신자들이 현혹되기 시작했다”며 “기복사상으로 둔갑한 사이비 기독교가 팽배될 때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지성들은 스스로를 진단하기 시작했지만 주류적 흐름인 보수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그들의 비판과 지적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현재 교회를 내부적으로 타락시키고 있는 요인은 바로 기복신앙, 곧 황금만능주의”라며 “기복신앙을 성경에서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바알신앙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 기복신앙은 무엇인가
기복(祈福)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에서 본다면 복을 구하는 것이다. 신앙(信仰)은 어떤 대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결국 ‘기복신앙’은 복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를 믿고 따르거나 누군가를 믿고 따르면서 복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께 ‘복을 구한다’는 것 자체까지 비난할 수는 없지만 복을 지나치게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많은 신앙인들이 복을 받거나 누리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성경적인 올바른 신앙과 영성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현세에서 누리는 부와 성공과 같은 세속화된 풍요로움만이 신앙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예배와 전도와 봉사와 같은 신앙생활도 이미 복을 얻기 위한 도구가 돼 버렸다.

사실 기복신앙은 샤머니즘, 곧 무속신앙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샤머니즘적 기복신앙은 내세보다는 현세를, 하늘의 영광보다는 물질을 강조하면서 한국 교회를 성경적 교회관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영혼을 구원하는 기독교가 샤머니즘적 이념이 깔린 옷을 입고 상업종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물론 기복 자체는 종교의 근원적 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 자체가 되는 순간 종교의 풍성한 세계를 오직 물질과, 돈, 건강과 출세, 그리고 개인의 안녕과 번영으로 환원시킨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기복신앙은 하나님 대신 이 세상의 피조물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우상숭배와도 같다. 하나님의 절대성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상대화시켰으며, 하나님의 성품과 은총을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와 같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탐욕스런 수단으로 격하시켜 버린 것이다.

# 성경적 복과 무속신앙의 복
물론 성경에서도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복이 등장한다. 구약의 이스라엘 족장들의 경우 자손 번성의 복을 받았다. 토지소산의 증가, 가축의 번식 등으로 부유한 삶을 누렸다. 마찬가지로 무속신앙도 물질적인 복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성경적인 복과 무속신앙의 복은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기복신앙과 성경이 말하는 복 개념의 차이점은 구원의 유무이다. 성경적 복은 구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기복신앙은 구원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내세적이거나 윤리적인 면이 있을 수 없다. 반면, 기독교의 복은 윤리적이다. 예수님 또한 현세적 부귀영화의 재물 획득보다 내세를 향한 현세의 고난을 통해 절대적인 윤리를 강조했다.

주술적 개념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난다. 무속신앙에서는 복을 주는 신을 부를 때 주문을 외운다. 이때 주문은 복을 받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성경적 복은 어떤 주문을 외우거나 술법을 행하지 않는다. 무속인처럼 신앙인들이 하나님을 불러내거나 부릴 수도 없다. 복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 성경은 말씀을 따라 아름답고 선한 삶을 추구할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얻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성경은 복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복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때 진정한 복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복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복은 ‘하나님 나라’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자체가 복임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 기복신앙의 명과 암
그렇다고 ‘기복신앙’을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다. 한국 교회의 부흥과 성장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약자들, 지속적인 실패로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세적 축복을 강조하는 기복신앙은 삶의 기쁨과 소망이 돼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신에 대한 종교적 속성 때문에 기독교의 하나님과 기독교 세계관은 타 종교에 비해 쉽게 수용되면서 복음전파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복음이 이른 새벽 정안수를 떠놓고 온갖 지성으로 기도했던 한국 여인들의 무속신앙적 태도와 만나자 세계 교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새벽기도회’의 활성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교회의 타락과 복음의 본질을 왜곡시켰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기복신앙은 신앙인들로 하여금 보상신앙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 김용복 교수는 “신앙의 본질적 측면에서 볼 때, 복을 구하기 위해,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누군가를 믿고 따른다는 것은 성숙한 신앙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만일 복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앙의 대상을 버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성도들의 삶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한국 교회가 현재 사회적 기능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도 기복신앙이 가져다 준 폐해 중 하나다. 기복신앙이 물질과 권력, 명예와 지위 등과 같은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욕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사회를 유지하고 통합시키는 보편적인 종교의 가치나 규범을 한국 교회는 거의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복신앙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교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축복만을 강조하는 설교, 부와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헌금과 기도생활, 무당의 굿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다양한 치유와 은사집회 등 신앙생활에 버젓이 스며들어 있는 기복신앙의 형태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노력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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