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제 인생 최고의 지휘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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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제 인생 최고의 지휘자이십니다”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3.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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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따라 걸어온 50여 년의 합창 인생, 윤학원 장로

“하나님은 저의 삶을 지휘하시는, 제 인생의 가장 위대한 지휘자이십니다.”

자양교회의 지휘자 윤학원 장로(75)는 지난해 KBS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지휘자 김태원의 멘토로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인천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합창 지휘자다.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지휘 34년, 중앙대학교 음악대 작곡과 교수 25년, 영락교회 성가대 지휘 40여 년, 서울레이디스싱어즈 22년, 인천시립합창단 16년.

한국 합창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들을 “모두 하나님의 지휘에 따라 한 악장, 한 악장 연주해 온 내 인생의 악보들”이라며 “하나님의 지휘에 따라 한 박자, 한 박자 최선을 다해 연주하다 보니 어느덧 내 삶의 마디마디마다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가 들어 있었다”고 겸손하게 고백했다.

# ‘모세’의 기적
2010년 윤 장로는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자동차를 바꾸기로 마음먹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주일에 최대준 목사(자양교회)가 캄보디아에 나간 선교사가 차가 없어서 선교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차를 바꾸려는 성도들은 1년만 더 타고 차 살 돈으로 헌금하라고 했다.

“당시엔 그 말씀이 나를 콕 집어 말씀하시는 것 같아 그동안 모으던 돈을 헌금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윤 장로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하게 됐다. 2010년 10월 프랑스 노르망디 생로에서 열리는 합창 마켓 폴리폴리아에 인천시립합창단을 초청한다는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인천시립이 초청된 것만도 놀라운 일인데 단원 30명의 비행기 값과 숙소까지 모두 제공한다고 했다. 이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KBS '생생 정보통'에서 함께 세계합창박람회를 촬영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이를 시작으로 SBS ‘스타킹’에 인천시립합창단이 출연하게 됐고, 이후 여러 언론과 방송사로부터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그는 또 KBS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지휘자 김태원의 멘토로 출연하기도 했다.

매스컴을 통해 합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 인천시립합창단의 뮤지컬 오라토리오 ‘모세’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모세’는 인천시립합창단이 50주년을 기념하여 오랫동안 준비한 공연이었다. 그래서 그는 욕심을 내어 인천 종합예술회관에서만이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연이 다가올수록 ‘무슨 수로 이 많은 티켓을 팔 것인가. 세종문화회관 3천500석을 어떻게 채우나’ 하는 심적 부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모세’가 공연도 하기 전에 전석 매진됐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티켓을 구할 수 없냐는 요청전화가 걸려오기도 했고, 공연을 본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내왔다. 종교음악으로는 유례없는 성공이었다.

윤 장로는 “세종문화회관을 모두 채운다는 것은 우리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고, 시립합창단이 종교음악으로 성공한다는 것도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님의 힘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제가 드린 것은 고작 자동차 한 대뿐인데 하나님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운 것들을 채워주셨습니다.”

# 합창의 기쁨과 위로
윤 장로는 해외연주를 하는 동안 주일을 맞으면 단원들과 함께 가까운 교회를 찾아가 예배와 찬양을 드린다.

몇 년 전 인천시립합창단이 대만으로 순회연주를 떠났을 때도 한국인 선교사가 섬기는 교회를 찾아가게 됐다. 주일 아침 50명의 대원을 이끌고 교회를 찾아갔는데 교인 5명이 앉아 있었다. 5명의 교인을 앞에 놓고 찬양 ‘거룩한 땅’을 불렀다. 지휘를 하는데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찬양하는 대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룩함이 5명의 교인이 모인 작은 교회에 가득 임한 것입니다.”

찬양을 마치고 선교사를 보니, 선교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선교사는 교회를 세운 뒤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겪었는지 모른다며, 찬양을 듣기 전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선교사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를 그곳으로 보내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찬양이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윤 장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에게 들은 칭찬으로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쉼 없이 흘러나왔던 찬양과 기도 소리도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50여 년 동안 열정적으로 합창 지휘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하나님은 솔로보다 합창을 좋아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람의 소리는 다른 사람과 섞여 화음을 내도록 만들어졌고, 이 소리는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신비한 것은 아무리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도 음량이 무한정 커지지 않고 화음이 된다는 것이다.

“합창은 뛰어난 몇 사람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만 아름답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합창은 세상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내게 좋은 귀와 눈을 주셔서 이 나이에도 안경을 쓰지 않고 깨알 같은 악보를 볼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며, “세계적인 지휘자로서 양대 산맥을 이루는 로버트 쇼와 에릭 에릭슨처럼 삶이 다하고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찬양하며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장로는 두란노서원에서 생애 처음으로 그의 책을 냈다. ‘윤학원의 청춘합창’에는 하나님이 그를 어떻게 인도해 오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세밀하게 담겨 있다. 윤 장로는 책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하나님이 베푸신 사랑의 길이며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길이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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