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한 한 줌의 호흡도 하나님 찬양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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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듯한 한 줌의 호흡도 하나님 찬양에 드립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3.0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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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투병 끝에 CCM사역자 된 세계터미널선교회 하귀선 사모

▲ 일반인의 5분의 1밖에 안되는 폐로 찬양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하귀선 사모. 그의 한 가지 소망은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는 호흡으로 찬양하는 것이다.

회복 어렵다던 폐결핵 기도로 완치되는 기적 체험
목회자 사모의 자존감 회복은 남겨진 마지막 소명


그냥 평범하게 걷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그래서 2층 계단을 오를 때는 언제나 10여분 간 쉬어가야 했다. 그래도 지금껏 생명을 거둬 가시지 않고 붙여두심은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명령이라고 믿어오며 살아왔다. 정상인보다 5분의 1의 폐 밖에 갖고 있지 않은 하귀선 사모.

17년간 산소통을 곁에 두고 살아온 그의 소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찬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교회 사모들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 안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사역을 위해 하 사모는 지금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겨주신 시간을 이어왔다.


# 16살, 나의 어린시절
폐가 병들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다. 제대로 된 치료시설이 없던 당시 고향인 대구에서 결핵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교회 밖에 없었다.

“결핵이 전염되는 병이다보니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자있는 시간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저를 인격적으로 대해준 곳은 교회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저를 피하던 그 때 교회는 차별의 유일한 피난처였고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중3이 될 때까지 폐결핵은 낫지 않았다. 결국 마산결핵병원에 입원 했고, 병원으로부터 “회복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상 고칠 수 없다는 말로 죽음을 선고 받았던 시절, 주위 친구들은 즐겁고 희망찬 청소년 시절을 만끽하고 있었다.

“먹을 수 있는 결핵약은 다 먹어서 내성 때문에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 병원에서는 퇴원해 새로운 결핵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해주더군요. 사실상 죽음을 목전에 둔 셈이었고 그렇게 죽을 각오를하고 있었습니다.”


# 기도와 응답
눈앞에 죽음을 두고 보니 두려움이 몰려왔다는 하 사모는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 하나를 붙잡고 매일 새벽제단을 쌓기 시작했다. 중병으로 몸무게가 30킬로그램까지 내려간 그 때 중학교 3학년 소녀는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기 위한 몸부림이다 보니 하나님의 특별한 음성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을 쉬지 않고 매일 아침 기도에 매달렸다.

“그렇게 기도하면 특별한 응답을 얻을줄 알았죠. 하지만 제게 들린 하나님 음성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에 찾아온 울림과 깨달음은 성경의 한 구절이었다. 도마가 그리스도의 상처에 손을 넣었을 때 들려주신 대답. ‘너는 보는 것으로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이 더 복되도다.’ 너무나도 평범했던 마음의 울림. 그 울림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녀의 삶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봄바람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따뜻함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도의 응답은 잔잔한 확신으로 가슴속에 남았습니다.”

이어진 기도에는 건강했었다면 주님을 떠나 살았을 거라는 고백이 뒤따랐다. 그리고 자신의 성품을 잘 아시는 주님이 질병을 통해 그의 믿음을 회복시키고 세워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날 밤 기도 후 꿈 속에서 그는 파란 십자가가 가슴에 다가와 안기는 꿈을 꿨다.

“고난의 이유, 질병의 이유를 알게 되니 오늘밤 제 생명을 찾아가신다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내가 혼자 울고있었는 줄 알았는데 그 수 없는 고통 속에 하나님께서 함께 계셨음을 알게 되었을 때 평안이 찾아왔죠.”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중환자실에서 불안에 떠는 환우들의 곁을 지키며 섬겼다. 놀라웠던 것은 그런 기도가 있은 지 한 달 뒤, 결핵이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17년간 괴롭혀 왔던 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5분의 1의 호흡
17년을 괴롭혀온 폐병이 그녀의 호흡을 앗아갔지만 하귀선 사모는 2집까지 음반을 낸 CCM 찬양사역자다. 의학 전문가들은 일반인의 5분의 일의 호흡으로는 평범한 노래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하 사모의 찬양은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제 음반 1집 표지는 폐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제 호흡으로는 음반을 만들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음반 뒷면에는 그에 대한 설명으로 제 상황에 대한 주치의 소견서가 적혀있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하 사모가 그 짧은 호흡으로 찬양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놓았다. 첫 번째 울림은 ‘복십자 찬양단’에 들고자 오디션을 봤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십자 찬양단의 멤버로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된 그는 새벽마다 기도하며 준비를 해왔다. 정식 단원이 아니라 소품담당이라도 괜찮으니 한 번만이라도 찬양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핵병원 화장실에서 매일 한 시간씩 몰래 찬양연습을 해왔던 터였다.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쓰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악보를 전부 외웠습니다. 그렇게 기도와 노력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신 결핵병원 원목께서 오디션을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17년간 앓아온 폐로 부르는 찬양. 그의 찬양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오디션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을 침묵으로 바꿔 놓았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찬양, 마지막으로 부르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찬양을 드렸다. 오디션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후 5년 6개월간 하 사모는 복십자 찬양단의 일원으로 KBS홀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찬양사역을 펼쳐 나갔고 89년 콘서트 이후 지금까지 간증 찬양집회를 하고 있다.


# 사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하귀선 사모에게는 한 가지 남은 소망이 더 있다. 바로 목회자 사모를 위해 섬기는 일이다. 남편 조창래 목사와 함께 세계터미널선교회를 섬기기 시작한 지도 8년이 지난 지금 ‘목회자 사모를 섬긴다’는 사명으로 사역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환경이 어려워 사명까지 내려놓는 상황에 몰린 사모님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목회자 사모들을 위로하고 소명을 주셨던 그 때의 하나님을 다시 한번 만나는 날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모임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작은 교회 사모님들이 마음 놓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장소와 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세계터미널선교회가 내달 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1회 사모의 날’을 개최한다. 이번에 강사로 참여하는 하귀선 사모는 목사님들 뒤에서 ‘보이지 않는 목회자’로 교회를 섬겨온 사모들의 깊은 상처을 눈물과 웃음으로 풀기 위해 행사를 개최한다며 그 취지에 대해 밝혔다.

“목회자 사모들에게 열악한 환경으로 자녀들에 대해 갖는 미안함 감정과 재정적 어려움,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도 부흥없는 사역장 등은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사명에 대한 좌절감이 찾아오거나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때를 위해 축제의 시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사모 아카데미를 통해 황소울음을 터트리는 사모들을 보며 하 사모는 이를 기획하고 결심하게 됐다.

가장 기쁜 순간이 사모 아카데미를 시작했을 때라고 말하는 하귀선 사모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12주간 사모 아카데미를 통해 사연을 듣고 웃고 우는 과정이 자신에게는 행복이 넘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매년 3월 5일을 ‘사모의 날’로 지정해 교계 차원에서 사모를 보살피고 이를 기념하길 바란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작은 교회 어린 사모들을 볼 때 가슴이 메어집니다. 어린 나이에 여린 가슴으로 감당해야 할 앞에 놓인 어려움들을 볼 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딸이나 동생 같은 어린 사모들의 앞길에 희망을 심어주고 사모들이 서로의 상처를 감싸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하귀선 사모는 무너진 사모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일이야 말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사역이자 소망이라고 전했다.

▲ 호흡기2급장애 찬양사역자 하귀선 사모는 지난 2007년에 CBS‘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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