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이 자랐던 진영에서의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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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이 자랐던 진영에서의 3년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2.02.0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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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 옥성호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마음속의 고향, 아버지를 그렸다.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가 펴낸 이 책은,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아버지와 떨어져 3년 동안 경남 진영에서 생활했던 유년시절의 경험담을 담아낸 소설 같은 책이지만, 결국 아버지를 추억하는 책이다. 지난 해 발간됐던 ‘아버지, 옥한흠’ 이후 두 번째 발간되는 추모작.

늘 바쁜 목사였던 아버지가 3년 동안 유학을 떠났던 옛날, 아버지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외로움과 함께 생활하지 못한다는 서글픔보다는 오히려 시골에서의 생활에 더 가슴 설레었던 유년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빠를 배웅하고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나와 훈이에게 이미 아빠라는 존재는 멀리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훈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줄곧 번져 나오는 미소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아빠의 존재는 아들에게서 잊혀졌고, 옆자리에 앉은 엄마가 소리를 죽여가며 눈물을 흘리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골로 향하는 두 아들의 마음은 진영의 수퍼스타를 꿈꾸기에만 분주하다. 강한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아이들에게 선보인 매끈한 표준 서울 말씨며, 손목시계, 여기에 더해 아버지가 미국에서 보내온 사진에 찍힌 멋진 자동차를 자랑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을 쓴 사람이 정말 혹독하리만치 기독교를 비판했던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펴냈던 옥성호와 동일한 인물일까? 하는 의구심에 젖는다. 그것도 사랑의교회 고 옥한흠 목사의 첫째 아들이라는 사실도 의심하게 만든다. 교회에 대해 가혹하게 냉철했던 옥성호 씨도 어린 유년의 기억은, 아버지가 없던 그 3년 동안 겪었던 진영에서의 추억은 이렇듯 아름답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아버지 고 옥한흠 목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 이야기가 바로 ‘진영’이다. 이 책이 아버지 옥한흠 목사가 살아생전 나오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나온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마음 속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재미있고 뭉클하게 다가가리라 본다.

도심에서건 시골에서건 70년대에 소년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 아버지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고 옥한흠 목사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목회자 가정의 애환이 가슴에 사무친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반가운 책이다. 그리움과 기억은 그 자리에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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