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제-사찰법 등 불교편향 심각하다"
상태바
"연등제-사찰법 등 불교편향 심각하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2.03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정책 포럼, 연등제와 전사법 개정 등 현 정부의 불교편향적 정책들 꼬집어

다종교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최근 정부의 정책들이 지나치게 불교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불교의 연례 행사인 연등회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데 이어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전사법)까지 마련되면서 정부 정책들이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화재청 문화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는 이명박 대통령의 불교 7대 공약에 근거하여 연등회를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면 한 달 가량의 예고 기간을 거쳐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경우, 한 달 뒤 정식 문화재로 지정된다. 이미 2010년에 연등회를 비롯한 전통문화 축제의 활성화에 국고 12억원이 지원된 바 있어 정부의 정책이 불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정책 포럼(대표: 박명수 교수)은 연등회의 중요문화재 지정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국가에서 보유자는 생계비를,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당해 중요무형문화재의 발표공연비·제작지원비·전수교육비를 지급받고,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는데, 이는 정부의 특정 종교 편중 지원을 넘어 정교유착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제등행렬에서 일제의 잔재가 보인다”는 점을 꼬집었다. 부처님오신날마다 사찰에서 불자들에게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풍속이 있는데 이것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전통 행사인 ‘하나마쯔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제작의 계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문화재 지정에 대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전사법)도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우리나라 헌법 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항목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전사법이 불교사찰 지원에 집중되면서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공공정책 포럼 문화담당 백종구 교수(서울기독대)가 전사법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으로 시작된 전사법의 본래 목적은 불교단체의 재산관리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불교계의 내부 분규로 사찰의 피해가 늘어가자,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전통 사찰 보존에 대한 국가 지원이 확대됐고 법조항도 강화됐다.

1980년 개정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법령에 의거 ‘전통사찰보존법’이 제정됐다. 이 법의 목적은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을 보존함으로써 민족문화를 창달하는 것이다. 이때 법제상 처음으로 보조금 조항을 신설하여 전통사찰의 보존·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지금까지 전통사찰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개정된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전통사찰보존법’을 일부 보강한 법규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에 속하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의 보존’에 지원을 추가하여 민족문화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정부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의 보호’,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같은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에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전사법은 현행 법률이 지향하는 목적인 ‘민족문화 향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전통사찰의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를 풀고, 전통사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보존'에서 '활용'으로 확대한 것이다.

전사법 개정안에서 삭제된 세 항목은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의 설립’, ‘재산목록의 작성 및 비치 의무’, ‘불교단체의 재산관리인을 임명’ 등에 관한 부분이다. 현행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에 속하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을 보호, 보존하기 위하여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다’를 ‘전통사찰의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조사·연구 및 문화행사 등을 지원할 수 있다’로, ‘전통사찰의 보존·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를 ‘전통사찰의 보존·관리·활용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불교단체에 편향적인 규정이며 불교전통문화 활용에 대한 지원은 기존 종교행정의 관행을 무시하고 불교계에게 준 특혜”라고 말하며 “불교문화유산의 현대적 활용은 문화콘텐츠사업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지만, 개별 종교단체의 세계관 및 가치관을 쉽게 전달해 포교에 도움을 주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또 “불교문화유산의 활용 지원은 사회 전체를 위한 공공성과 특정 종교 포교를 위한 종교성을 엄격하게 판단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정부가 이 사업을 공공성과 종교성에 대한 검토 없이 지원할 경우, 국고금의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설된 항목에는 전통사찰의 주지가 ‘전통사찰의 화재 및 재난, 도난 등의 방지를 위하여 방재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할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그 소요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전사법은 불교계의 재산권에 관한 규제를 풀어 자율성을 인정했고, 종교단체들 가운데 최초로 전통사찰과 관련된 불교문화유산의 보존·활용을 위한 조사·연구 및 이에 필요한 경비 및 문화행사 등에 대한 지원을 법제화 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종교단체들 가운데 불교단체에만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첫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의 폐기는 민족문화 혹은 민족 재산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에 속하는 불교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종합대책 수립을 불교계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것으로 이것은 정부가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치 않고 민족재산의 관리권을 일방적으로 불교계에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잡혀있어 여느 때보다 국민적 통합이 필요한 때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전사법의 시행과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은 정부와 종교의 관계뿐만 아니라 종교들 상호간에도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교계 일각에서는 “종교 간 갈등으로 국력을 낭비하는 것이 지혜롭지 못한 처사인 만큼 정부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