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의 아픔 신앙으로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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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값 폭락’의 아픔 신앙으로 견뎌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2.01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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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파동, 농부가 전하는 축산농가 이야기

“국밥 두 그릇과 송아지 한 마리 값이 같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작년 1월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축산 농가들이 가축들을 매몰해야만 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야 숨 좀 돌리려고 할 찰나 이번엔 소값이 폭락해 많은 축산 농가의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 축산농가의 ‘오늘’
유난히 추웠던 27일. 아침부터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 속을 헤치며 향한 강원도 홍천. 그 곳에 유치리교회(최성관 목사)가 있다. 구제역 파동이 지나간 곳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청량한 공기가 가득한 시골 마을이다.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문을 열고 선교관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악수를 권한다. 굳은살이 박힌 손을 맞잡으니 그의 고된 지난날이 손끝을 통해 전해진다.

올해 홍천으로 귀농한지 14년이 된 유치리교회의 함종윤 집사(45세)는 한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다. 그리고 소 60여 마리를 기르는 농장의 주인이다.

▲ 함종윤 집사는 "고난을 견디는데 신앙이 의지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쯤 구제역, 어떠셨습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지난 악몽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차로 10분 거리의 교회도 오지 못했습니다. 차가 움직이면 구제역이 퍼질까 염려하는 이웃들의 눈총 때문에….”
구제역 당시 유치리의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마을의 길목마다 방역초소들이 세워졌고, 외부의 차량은 출입 금지되고, 마을 안 차량들의 이동 또한 많은 이들의 눈치를 받았다.

구제역이 걸렸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그 축사의 가축들을 모두 매몰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축사의 주인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후했던 농촌의 인심까지 바닥을 쳐 오래된 이웃 간에도 다툼이 잦았다. 그렇게 구제역이라는 병은 가축에게는 죽음을 사람에게는 마음의 병을 안겨주었다.

구제역 파동이 잠잠해지고 소가 살아남은 농민들은 소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구제역 당시 국산 소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많은 소비자는 수입산 쇠고기에 눈을 돌렸다. 더불어 한미FTA 쇠고기협상으로 국산 쇠고기의 값은 폭락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료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전북 순창에서는 사료 값이 부담되어 소를 아사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부는 폭락한 소값을 잡으려 대안을 마련했다.

“소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함 집사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송아지 요리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대안으로 들릴지 모르는 송아지 요리이야기는 자식같이 키운 어린 가축을 도축해 요리를 만든다는 사실 만으로 축산 농가에 큰 상처로 다가갔다.
또 송아지가 만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애완동물로 키우겠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통탄할 지경에 있던 농민들의 가슴에 애완동물 이야기는 또 하나의 상처를 남겼다.

# 고난 속에서의 신앙
“실질적으로 축산 농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상처들을 뒤로하고 진정 축산 농가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
“국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축산 농가의 농민으로서 바라는 지원의 모습은 사료값 일정 부분 지원, 송아지 값의 안정화와 같은 실질적으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법들이었다.

“신앙이 고난(구제역)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함 집사는 담대하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족 특히 아내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함 집사의 아내는 몽골에서 왔다. 다문화 가정의 가장으로 다툼도 많았지만 아내가 하나님을 믿은 후 기도 속에서 힘과 도움을 얻었단다. 처음에는 함 집사를 뒤따라 교회를 다니던 아내가 이제는 함 집사가 바빠 교회를 가지 못할 때면 교회에 안가느냐고 잔소리를 한다고 함 집사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또 유치리교회의 최 목사가 늘 형과 같은 모습으로 기도해주고 염려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날씨가 추워 소들도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 함 집사는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과 바람을 가지고 오늘도 소들이 먹을 사료와 건초를 준비한다. 1월이 다가고 2월이다. 따뜻한 봄이 머지않았다. 구제역으로 인해 이웃들 마음속에 생겼던 앙금도 따뜻한 햇살을 받아 사르르 녹아내리길 바래본다.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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