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으로 몰고 간 ‘세속화’ 청산의 자정능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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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으로 몰고 간 ‘세속화’ 청산의 자정능력 필요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12.27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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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 ① 교회의 개혁과제는 무엇인가(상)

▲ 올 한 해 한기총 금권선거 파문과 대형 교회 재정비리 문제로 목회자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2월 6일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교권과 금권을 회개하며, 무릎으로 참회의 자리로 나아가는 등 개혁을 향한 몸짓을 멈추지 않았다.
부의 특권과 물질이 지배하는 ‘세속의 원리’가 한국교회 지배
교회 위기는 곧 목회자의 위기, 목회자 갱신이 개혁의 시발점

‘도덕 불감증’, 부끄럽지만 지난해 한국 교회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 교회의 온갖 치부가 교회 안과 밖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금권선거 논란으로 불거진 한기총 사태를 비롯해 돈과 성적 타락으로 인한 차세대 지도자들의 몰락, WCC 제10차 총회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보와 보수 목회자들의 대립, 이단 해제 논란 등 물질과 명예, 권력의 우상에 빠진 목회자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세상 속에 투영됐다. 신학과 윤리, 성경에서 벗어난 죄악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목회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한 해였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교회를 향해 개혁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여전히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들의 갈망처럼 한국 교회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나라 백성공동체인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는 방법이 있다면 어떡해서든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본지는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는 개혁교회 정신을 바탕으로 올 한 해 동안 한국 교회 갱신 과제를 도출해 냄으로써 무너진 한국 교회를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건강한 교회, 건강한 목회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 각종 언론매체들은 교회 지도자들의 일그러진 가치관에서 파생된 비윤리적 행동을 비롯해 한국 교회 부정과 부패의 현주소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로 인해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극에 달았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과는 달리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도덕 불감증’의 심각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 한국교회, 자기정화 가능한가?
반복해서 터져 나온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행동들은 한국 교회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교단 및 단체장 후보들의 금권선거, 목회자들의 성적 타락, 교회재정의 불투명한 운영, 교회재산의 사유화 등 사회의 도덕과 윤리보다 더욱 탁월하다고 자처해왔던 ‘기독교윤리’는 목회자들 사이에서 이미 실종된 듯 보였다. 목회자와 목회자, 목회자와 교인들 간 민ㆍ형사상 고소고발 행위가 난무하면서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분쟁을 성경적이고 합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교회법의 권위와 위상은 땅으로 추락해버렸다.

개교회와 교단, 단체 안에서 벌어진 목회자와 성도들의 무분별한 다툼과 분쟁을 교회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사회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은 한국 교회 안에 더 이상 어떤 정화능력이나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 교회 자정능력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조차 의심받고 있다. 지금의 한국 교회가 개혁되고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목회자와 성도, 그 누구도 좀처럼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국 교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개혁’과 ‘변화’와 같은 갱신의 요구가 아니다. 단지 ‘해체’를 원하고 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존재할 목적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르며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종교라고 외치고 있는 교회 밖 안티들처럼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한국 교회 대표임을 자처하고 있는 한기총 해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기총 사태와 관련 백종국 교수(경상대)는 “한기총은 그 존재 자체로써 복음 전파의 큰 장애물”이라며 “한국 교회가 범한 역사적 오류의 총화”라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 불경건과 불의가 총체적 부패의 원인
한국 교회가 왜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됐을까.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세속화’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속화는 하나님 없이 사는 것으로써, 불경건과 불의로 정의내릴 수 있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세속화의 덫에 빠져 총체적인 부정부패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회권 교수(숭실대)는 “한국 교회 강단은 십자가의 진리를 가르치기보다는 성공 처세술, 기복신앙적 야심과 열정 고취, 영웅적 간증과 만담 등으로 채워져 있다”며 “특히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재정 및 성 스캔들은 쉼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금권이 오고 가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와 교단 총회장 선거는 중세의 성직 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 후 “교회 안에서도 선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돈을 내고 장로와 권사직에 취임하는 항존직 선거도 성직 매매의 변형일 뿐”이라며 목회자를 비롯해 성도들의 잘못된 권력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목회자의 시각도 신학자와 동일하다.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세속화된 한국 교회 안에는 물질주의적 신앙과 기복주의를 넘어선 성공주의 신앙,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다원주의, 그리고 성직자의 사제주의적 경향 등 어두운 현실 가운데 개혁이 없이는 소망이 없음을 보여주는 현상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세속화의 가속도’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양적성장 위주의 교회 운영에 집작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대형교회는 재벌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한 재벌들이 자신의 가족과 친척들에게 기업을 세습하는 것처럼 목회자들도 자신의 친족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있는 등 부의 특권과 물질이 지배하는 세속의 원리가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교회의 크기가 자신의 권위와 마치 비례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많다.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는 “가난하고 어려운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를 무시하는 도시의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오만함과 큰 교회들이 작은 개척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교회의 권위주의와 물량주의를 엿볼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성장제일주의가 한국 교회 부패와 타락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신학자와 목회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대형 교회 목사가 주고자 하는 영적 상품은 성공의 복음, 값싼 은혜다. 교회가 하나님 공동체가 아니라 소비 공동체로 변화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남태욱 교수(서울신대)는 “성장제일주의는 당연히 전도, 그리고 헌금과 십일조에 집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며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는 성경 구절을 강조하는 교회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 ‘맘몬’에 사로잡힌 목회자
결국 한국 교회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의 한국 교회 위기는 목회자의 위기로 봐도 무방하다. 최근 시사저널과 한국반부패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2011년 대한민국 부패지수’ 측정 결과 12개의 직업군 중에서 종교인이 7번째로 부패한 직업인으로 나타났고, 종교인 가운데 목회자가 가장 부패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87.5%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0년에 발표한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와 별 차이가 없다. 당시 목회자들의 신뢰도는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부정과 부패, 타락의 중심에 언제나 목회자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영한 교수(숭실대)는 “감리교 감독회장 선출문제, 한기총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한국 교회 대다수 문제는 평신도가 아닌 목회자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목회자 위기의 중심에는 항상 ‘돈’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실 돈과 관련된 교회의 타락은 이미 중세교회로부터 시작됐다. 이상원 교수(총신대)는 “중세시대 말엽에 전 유럽의 교회를 타락의 나락으로 몰고 갔고 급기야는 유럽의 기독교를 가톨릭교와 개신교로 분열하게 한 도화선도 성직자와 관련된 돈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방만한 규모의 재정을 요구하는 성당건축과 성직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구원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했고, 이러한 무리한 돈 모으기가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교회 최대 이슈였던 한기총 사태도 결국 ‘돈’이 문제였다. 한기총 해체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부패한 교회”라고 지적하며, 목회자들의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한기총의 임원선출 과정은 오랫동안 금권선거로 얼룩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교단의 임원 선출에 있어서도 의례히 돈 봉투를 주고받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이 때문에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하려고 하는 교단들도 있을 정도다. 심지어는 신학교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도 돈거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돈 문제를 둘러싼 목회자들의 잘못된 관행이 교회와 교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원 교수는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 재정을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물 쓰듯이 쓰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이 교회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금을 갖고 영리사업에 투자하는 목회자, 그 수익금 또한 교회운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독식하고 있는 목회자, 은퇴할 때 수십 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목회자, 예배당과 성도를 묶어 후임 교역자나 타 교회에 팔아넘기는 목회자, 교회 건축, 차량 구입, 교회 리모델링 등 교회의 외적 확장을 위해 직분을 수여하는 목회자 등 ‘돈’에 사로잡힌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주 원인제공자다.

# 신학교에서의 윤리교육 필요
이와 같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 김영한 교수는 “신학교에서 윤리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도를 많이 하는 목회자나 성경연구에 탁월한 목회자들도 윤리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결국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많은 신학교들이 목회자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이론적인 신학적 강의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목회현장에서 성경과 윤리에 합당한 바른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독교윤리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을 확보함으로써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바른 생활의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만큼 한국 교회는 바른 신학의 터전 위에 서 있어야 하고, 목회자는 바른 신학에 입각한 바른 목회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김명용 교수(장신대)는 “바른 신학적 정통 아래서 바른 교회를 만들고 바른 목회를 해 나간다면 한국 교회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하나님께 영광, 성서중심의 신학과 목회, 하나님의 은총과 복음의 중요성,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나누지 않는 전인적 생명신학과 생명신학의 교회,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성, 고난의 신학과 제자의 길, 신학의 토착화와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문화 형성, 성령의 능력과 기도하는 교회 등 여덟가지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른 목회의 실천 회복과 함께 목회자들에게 또 한 가지 요구되는 것은 통전적 영성의 회복이다. 믿음과 행위, 신앙과 윤리를 분리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도덕의 삶의 통일성과 통전성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한국 교회 개혁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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