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개역한글판’ 성경 저작권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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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개역한글판’ 성경 저작권 만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12.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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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10% 수요 있어”...“끼어들기 쉽지 않을 것”

지난 1961년부터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는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의 번역 저작권 기간이 2011년을 끝으로 만료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12년부터는 성경 번역본 중 개역한글판은 모든 출판사를 비롯해 온라인 성경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총 9년간 개정작업을 거친 ‘개역한글판’은 1938년 개정된 ‘개역’ 성경 본문을 기초로 한글맞춤법 통일안(1933)에 따라 맞춤법을 전면적으로 고쳐 출판됐다.

특히 1988년 발표된 ‘문교부 고시 제88-1호 한글맞춤법’과 ‘문교부 고시 제88-2호 표준어 규정’에 따라 새롭게 표기해 1998년 출간된 ‘개역개정판’ 성경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널리 사용된 번역 성경이다. 특히 1970~80년대 한국 교회 부흥과 성장을 함께했으며, 이 시기 청년시절을 보낸 40대 이상 성도들에게 익숙한 번역 성경이다.

현재 성서반포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포되는 성서의 대부분은 ‘개역개정판’이다. 성서공회 제116회 정기이사회 성경전서 번역본별 반포부수 보고에 따르면 총 1,916,573부 가운데 ‘개역개정판’은 1,644,170부로 전체의 85.8%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1998년 번역출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서공회는 “현재까지 약 1천4백만 부의 개역개정판 성경이 국내에 보급됐다”고 추정했다.

그 뒤를 이어 ‘개역한글판’이 213,949부로 11.2%를 나타냈다. ‘개역개정판’ 보급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0% 이상의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성서공회 반포 비율만 놓고 보면 전체 866,473부 170,449부가 ‘개역한글판’이다. 이는 전체의 19.7%에 달하는 수치다.

‘개역개정판’에 대해 성서공회는 “‘개역한글판’의 문체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신약 12,823곳, 구약 59,889곳이 수정됐다”며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따라 표기를 올바르게 고쳤다. 원본의 번역문제, 장애인 용어의 수정, 음역문제와 우리말 표현을 다듬고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개역개정판 출간 이후 개역한글판의 수요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현재 기독교 출판업계에서는 90% 이상의 교회가 ‘개역개정판’로 교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10%의 교회들은 ‘개역한글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예장 합동 등 보수 교단 내에서는 여전히 개역한글판 성경 사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저작권 만료가 개역한글판의 확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개역개정판 성경은 3만 원대다.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개역한글판’은 가격이 2만 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독교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성서공회가 저작권을 통해 의도적으로 ‘개역한글판’의 수요를 통제해온 측면이 있다”며 “저작권이 만료되면 일반출판사에서도 제작이 가능하고,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 가격이 10~20%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실제로 ‘개역한글판’ 제작에 나서는 출판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이미 시장의 수요는 개역개정판으로 교체됐다”고 지적하고 “성경출판의 경우 제작비도 많이 들고 유통도 교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일반출판사들이 끼어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만료로 인해 ‘개역한글판’ 성경 출간의 벽이 낮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09년까지도 개역한글판 성경을 출간한 성서원 김일중 실장은 “현재로서는 개역한글판 출판 계획이 없지만, 내년에 수요를 판단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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