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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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의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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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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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교수의 목회 준비 제대로 하기(53)

요즘은 은퇴 후 할 일이 없어 무료하게 세월을 보내는 은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생을 대학에서 봉직한 교수들마저도 마땅히 할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학회지에 논문을 한 편 내는데도 최소한 20~30만 원의 경비를 부담해야 하고, 또 연구실 임대료가 비싼 관계로 개인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퇴 교수들이 마땅히 일할 자리가 없다는 사실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현 교수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립대 교수들의 철밥통이 깨어졌고, 종신 계약직 교수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하위 20%는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왔으며,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교수직마저도 이렇게 불안전한 직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회자는 어떠한가? 한평생 목회를 하고 나서 은퇴하게 되면 해외 선교사로 나가거나 연구소나 학교 혹은 기도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은퇴한 후에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는 은퇴 목회자들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목회하던 교회의 웬만한 뒷받침이 없이는 은퇴한 목회자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석 성도 1천여 명 이상이 모이는 교회를 담임한 목회자들의 경우에도 은퇴한 후 특별한 거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은퇴 목회자들은 은퇴 후 자신이 섬기던 교회에 계속해서 출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후임 목회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신이 은퇴 목회자라는 신분이 알려지면 담임 목회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평생 동안 목회를 했으니 다른 교회의 목회자나 목회자 그룹을 대상으로 목회컨설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목회 환경 가운데서 은퇴 목회자로부터 지나간 시대의 목회 경험을 배우려고 하는 젊은 목회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요즘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회자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교회도 목회자가 은퇴 후에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목회자로서의 특성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로는 교육전문가, 환경전문가, 시간관리전문가, 리더십전문가, 행정전문가, 갈등해결전문가, 개인영성상담전문가 등의 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는 은퇴 후 반드시 목회와 관련된 일만 하겠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가, 정원사, 사진가, 기독교 여행지 안내원, 자원봉사도우미, 스피치 강사 등 나름대로 목회를 하면서 습득한 기술이나 취미를 살리는 일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영적 쉼터를 운영하거나 목회와는 무관한 가게 혹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고, 농촌에 가서 특용작물을 재배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혹은 해외 선교지에 가서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며 살 수도 있다.

어떤 계획을 세우든지 간에 문제는 은퇴하기 전부터 은퇴 후를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하기 5~10년 전부터 은퇴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오랜 기간 동안 은퇴 후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은퇴 목회자들 가운데 할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할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목회에만 열정을 기울인 사람들이다. 그 결과 목회에 충성은 다했지만 은퇴 후 새로운 일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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