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자기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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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자기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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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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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준비 제대로 하기(48)

목회자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전에 목회자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목회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목회자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목회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목회자는 스스로 자신의 목회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 목회자로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입학할 때와는 달리 현재 목회생활에 대해 만족하는 목회자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듯이 보인다.

목회자의 부정적 자기정체성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목회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목회자가 존경받는 ‘성직자’로 인식됐다. 그래서 가난하고 힘들어도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역자라는 인식 하에 인내하며 목회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목회자에 대한 이런 존경의 경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또 목회자로서 임지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으며, 임지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조건 속에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신학교 채플시간 설교자들 대부분이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다. 그런 이유로, 상당수의 신학생들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을 자신들의 장래 목회사역의 모델로 삼아 배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막상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임 전도사로서의 사역을 시작하게 되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담임 목사의 일방적 지시 및 다른 부교역자들과의 관계 설정 등의 문제가 그리 녹록치 않음을 인식하게 된다. 설사 자기가 존경했던 목회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부교역자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미처 자신이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보게 되고, 가까이서 보는 담임 목사의 모습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이면서 실망할 수도 있다. 또 자신이 해야 하는 사역의 내용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맡겨지는 사역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신대원을 다닐 때는 나름대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임 사역을 하게 되면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웬만한 교회가 아니고서는 부교역자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일만을 맡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또 부교역자 시절에는 신대원에서 공부할 때 심혈을 기울였던 영역이 교회 현장에서 일하면서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국, 전임 사역자로서의 사역은 전문성이 인정되는 전문적 사역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역자가 오더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반적 사역에 매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담임 목회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처음에는 열정과 비전을 갖고 시작하지만, 기존 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이내 알게 된다. 부교역자 시절에야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제대로 감당하면 80점은 받을 수 있지만, 담임 목사가 되면 부교역자 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개척 목회자가 아니라 부임해 간 목회자의 경우에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과 목회자 자신의 목회철학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목회자는 갈등 속에 빠지게 된다. 몇 년이 지나면 교회를 개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면서 두 가지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첫째 선택은 교회를 옮기는 경우이다. 담임 목사가 자신의 목회비전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목회지를 옮기려 할 것이다. 둘째 선택은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다. 타협을 통해서 자신의 원래 목표를 교회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교회의 전통에 동화되어 나가는 것이다.

첫째 선택은 목회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목회지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 선택은 목회자 스스로 목회적 비전을 상실하고 목회가 단지 자신의 ‘밥벌이’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제3의 길을 선택하는데, 그것이 바로 목회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인들을 장기적 차원에서 보고, 꾸준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서 목회의 대상은 교인들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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