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vs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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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vs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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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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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준비 제대로 하기(46)

아카데믹 논문은 주로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읽혀진다. 필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중 ‘Religion’이라는 국제저널에 글을 기고할 기회를 얻었다. 이 저널은 종교저널 가운데 Top 저널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영문으로 된 필자의 글을 읽어 본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아카데믹 논문은 글을 대하는 독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다. 반면, 소설이나 경제경영 관련서 혹은 자기개발서나 신앙서적 등은 대중성 있는 글이라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된다. 학문 추구형의 목회자일수록 딱딱한 설교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설교자일수록 교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공유하기보다는 교인들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형이상학적 차원의 설교가 되기 쉽다.

실제로 목회자가 하는 고민과 평신도가 하는 고민이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는 신학적 사고의 지속적인 개발과 함께 교인들의 삶의 자리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여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의 괴리를 좁혀 나가는 것이 바로 목회자가 풀어야 할 평생의 숙제라 할 수 있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부정적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성도들의 삶의 자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고고한(?)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자의 유형과,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신학을 폐기하고 성도들의 삶의 자리에만 신경을 쓰는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자 유형이다.

전자의 경우, 신학적 깊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소귀에 경 읽기가 되어 버린다. 반면 후자의 경우, 신학적 사고능력의 부족으로 비성경적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미래 목회자는 이런 양 극단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건전한 신학에 기초하면서도 교인들의 삶의 현장을 제대로 해석해 줄 수 있는 신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소위 성공적인 목회자들 가운데는 신학자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신학자의 주장이 교회의 상황을 모르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학자들 가운데도 목회자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목회가 신학적 기초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의 괴리 현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쉽게 통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학자와 목회자가 서로 다른 현장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함으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사고 구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오랜 교회 역사를 가진 서구 교회의 경우, 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에 활발한 대화와 교류가 지속돼 왔다. 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의 적극적인 대화와 교류는 신학자가 목회자요, 목회자가 신학자인 서구교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교회 목회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신학자들로부터 신학적 아이디어를 흡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회가 건전한 신학에 뿌리박혀 있을 때 비로소 건전한 목회, 건전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리라.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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