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와 교회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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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와 교회 선교
  • 승인 2002.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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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갈 때마다 오랜 역사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당이 텅비게 되어 여행객의 관광지로 변모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교회의 규모로 보아 과거의 유럽 교회는 분명 오늘날의 한국 교회처럼 많은 성도들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 많은 성도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왜 오늘의 유럽 교회는 화려한 역사만을 간직한 박물관으로 전락해 버렸는가?
필자는 얼마 전에 영국 교회 지도자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실례를 무릎쓰고 그 분께 유럽 교회 쇠락의 이유를 물었다. 그 분은 유럽 경제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주 5일 근무제와 레저문화의 발달이 그 이유라고 단언햇다. 물론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유럽 교회의 쇠락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 유럽 교회 쇠락의 중요한 이유였던 것은 분명했던 것이다.

물론 유럽 교회도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교회의 대응은 교회 공동화 현상을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오랜 기독교 전통으로 이미 유럽 사회와 그 문화가 기독교화 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교회가 주 5일 근무제의 여파로 인해 교회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없었을진대 이로 인한 한국 교회의 위기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굳이 종교사회학자들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도시집중 현상이 한국 교회의 급속한 성장 배경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기독교인의 양적 성장은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나 성도 개인의 신앙 성숙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그 기반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교회 성장의 감소세, 교회의 분열 그리고 성도들 간의 수평이동 등이 이에 대한 반증으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어지면 한국 교회의 성도들의 이탈을 막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교회가 주 5일 근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할 시기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이틀의 휴일을 선교적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놓여 있다.

물론 대응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예수의 부활에 근거하여 안식 후 첫날을 주일로 정한 사도 시대의 전승을 손상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물적, 인적 기반이 잘 갖추어진 소수의 대형 교회만이 추진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대다수 교회에는 비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대부분의 교회가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아직 우리 사회가 주 5일 근무제를 받아들일 제반 여건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비록 경제적 기반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주말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의 제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일을 소중히 여겼던 한국인들의 의식 변화도 아직 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칫 주 5일 근무제가 향락과 퇴폐 문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가 주 5일 근무제를 이용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주말 문화를 선점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한국 교회의 질적 성숙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별히 한국 교회 성도들의 교회에 대한 참여 욕구가 높아지고 현대 교회가 성도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주 5일 근무제는 오히려 교회를 위한 긍정적인 여건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주말을 이용한 가정 중심의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유럽 사회의 전례를 통해 이미 알 수 있듯이 교회의 쇠락은 곧 가정의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각 교회는 기관별(남녀, 청년, 학생 등)로 토요일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계획하여 삶의 의미를 제공하고 신앙을 생활화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이상 교회 안에서의 기독교가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대로 세상 속에서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의미를 성도들에게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전병금목사(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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