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기독교 가치 실현할 경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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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 기독교 가치 실현할 경제공동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7.2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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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교회 안으로 들어오다

다문화 장애인 새터민 등 사회 소외층 일자리 창출
착한 소비-성경적 경제관으로 성도들 인식변화 유도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동천모자’는 직원 63명 중 40명이 장애인이다. 그것도 무엇 하나를 완전히 배우기 쉽지 않은 중증 장애인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 내는 모자는 세계 최고로 손꼽힌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으며 불량률도 거의 없다. 나중에 장애인이 만든 모자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는 거래처가 있을 정도다.

기독교 사회적 기업 동천모자는 중증 장애인들이 모자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모자는 국내 유명 브랜드 상표를 입고 전 세계로 나간다.
동천모자는 기독교사회복지시설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장애인 학교를 세우고,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업을 만들었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사회적 기업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교회가 이제는 사회적 기업을 세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실업자 및 사회적 약자의 취업을 돕고,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소외계층의 사회통합에 나서는 일을 뜻한다. 수익보다 ‘나눔과 공존’이 더 큰 가치로 움직이는 기업을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기업은 기독교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김종생 사무총장은 ‘나눔과 섬김’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은 기독교와 동일한 성경적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형태도 다양하다. 앞서 동천모자와 같이 장애인들의 사업장을 만들어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음식물 쓰레기 업체가 직접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하거나 이웃과 공연을 하는 문화예술단체도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된다. 엄마의 손길을 담은 먹거리 전문점이나, 지역 문화를 담은 특수 상품, 농민들이 땀흘려 가꾼 유기농작물까지 ‘이윤’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삶’을 목적에 담고 있다면 누구나, 어디서든 사회적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선교로 시작한 ‘나섬공동체’는 이제 다문화 사회적 기업의 모델로도 인정받고 있다. 다문화생태마을과 아프리카, 아시아권 이주민으로 구성된 문화공연단체 ‘노리단’, 다문화 가정의 창업을 돕는 ‘커피볶(COFFEE 福)' 등 다문화 선교를 사회적 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문화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직업과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은 절실했다. 나섬공동체는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다문화 선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먹거리 개선운동을 펼치는 시민운동단체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사례도 있다. 우리 콩 두부를 제조 판매하던 청주YWCA가 청소년들에게 콩비지로 만든 콩버거를 만들다가 반응이 좋아 아예 회사를 차렸다. 가장 큰 특징은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쓴다는 것. 지역의 유기농업 발전을 도울 뿐 아니라 건강한 음식문화 캠페인도 전개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지역과 환경, 문화와 인종을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교회가 사회적 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이미 오래전 기독교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노력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열린 사회적 기업관련 심포지엄에서 성공회 김홍일 신부는 수도자들의 경건과 절제의 수도생활, 그리고 그 속에서 이뤄낸 자급자족의 경제가 종교적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그리스도교가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는 복음적 가치에 조응하는 노동형태에 대한 문제의식일 것”이라며 “사랑 안에서 이웃과 긴밀히 연관된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 자연과 긴밀한 연관된 존재로서의 자기인식에 근거한 노동의 양식 등 연대와 협동에 근거해 이루어가는 기독교적 가치의 경제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기독교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은 제2의 선교와 나눔으로 확대된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후원에 의존한 기독교의 사역들이 기업의 재원창출을 통해 더 탄탄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봉사단 김종생 목사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교회의 섬김과 봉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교회의 봉사 자원이 성도들의 헌금과 기부에 의존해왔다면, 사회적 기업을 통한 재원 재창출은 나눔을 지속시킨다는 가능성이라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할 때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세운다는 점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교단이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운영에 적극 나선다면 연대적 특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시너지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노숙자, 장애인, 다문화, 환경, 인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며,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일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일자리와 수익의 창출을 넘어 ‘성경적인 삶’으로 의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독산동 새터교회의 경우 미약하나마 자원 재활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이뤄냈다. ‘되살림 사업장’으로 이름 붙은 새터교회의 사역은 버려진 우산이나 헌 옷가지들을 가방이나, 앞치마, 인형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자원 순환 경제방식을 선택했다. 되살림 사업장은 일자리가 없는 지역 여성들에게 직업을 줌과 동시에 환경과 소비에 대한 의식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교회의 사회적 기업 운영을 위해서는 ‘설립’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
자칫 우후죽순 생겨나기 쉬운 사회적 기업을 교단별 혹은 영역별로 분류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25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생겼다. 교회가 이 일에 적극 참여할 경우 그 수는 상당히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고민을 교회보다 교단들이 먼저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장과 감리교가 교단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 추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통합도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조사가 끝난 후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교회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설립을 추진하는 것만큼 ‘교육’에도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목적 뿐 아니라 건강한 문화 의식을 확산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며 “지역주민의 소비의식 변화와 성도들의 경제관을 바꿀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고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즉, 더불어 일하는 사회와 함께 공정무역의 확산, 착한소비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삶으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지원을 시작한 기장 배태진 총무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시대에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성경적 진리를 사회적 기업을 통해 새롭게 나누고 싶다”며 인간다운 삶, 살리는 경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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